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tomino.egloos.com

포토로그


메모장

KBReport 프로야구 필자/다음카카오 1boon/KBO 야매카툰

LG 트윈스 야구 전 경기 아프리카 생중계 http://afreecatv.com/tomino

사진, 글, 동영상 펌 금지합니다. 영화 포스터의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서 있습니다.

반말, 욕설, 비아냥, 협박 등의 악성 댓글은 삭제합니다. 비로그인 IP로 댓글 작성은 가능하지만 동일 IP로 닉네임을 여러 개 사용하는 '멀티 행위' 시 역시 삭제합니다.


데어 윌 비 블러드 - 미국의 주류 가치관을 비웃고 까발리다 영화

사금 채취 업자에서 대형 석유 채굴 업자로 성장한 다니엘 플레인뷰(다니엘 데이 루이스 분)는 캘리포니아의 작은 마을 리틀 보스턴의 유정에 대한 정보를 얻고 채굴 작업을 개시합니다. 하지만 마을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는 제3계시교의 목사 일라이 선데이(폴 다노 분)와 사사건건 충돌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고로 외아들 H.W 플레인뷰(딜런 프리지어 분)의 청력을 잃게 됩니다.

‘부기 나이트’와 ‘매그놀리아’로 미국 현대 사회의 위기를 고발했던 폴 토마스 앤더슨이 ‘펀치 드렁크 러브’ 이후 5년 만에 들고 나온 ‘데어 윌 비 블러드’는, 업튼 싱클레어의 소설 ‘Oil’을 각색하여,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반에 이르는 석유 사업가의 성장을 조명하며 근현대사를 통해 형성된 미국의 주류 가치관을 비웃습니다. 주인공 다니엘은 위스키를 즐겨 마시는 것 외에는 여자에 무관심하고 휴식을 모를 정도로 사업에 집착하는데 외견상으로는 진취적이고 금욕적인 그의 모습에서 칼뱅의 예정설에 입각한 청교도적인 면이 엿보이기는 하지만 실은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인부의 죽음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정도로 냉혹합니다. 검붉은 석유가 대자본과 직결되며 그 이면에는 자본주의의 천박한 피의 역사가 숨겨져 있음을 백일하에 드러냅니다. 석유와 자본 앞에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지만 스스로 인간을 혐오한다고 고백하는 그의 모습은 마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전쟁을 일으킨 텍사스 석유 재벌 출신의 현 미국 대통령 부시의 현신과 같습니다.

더욱이 부시가 대 이슬람 전쟁을 십자군 전쟁이라고 강변하며 기독교 근본주의에 집착하는 것은 제3계시교 목사 일라이의 모습과 겹쳐지는데, 주인공 다니엘이 매우 부정적인 인물로 묘사되고 있지만 그와 대립하는 일라이 역시 전혀 긍정적인 인물로 그려지지 않습니다. 그는 겉으로는 구원에 집중하는 성직자로 보이지만 실은 다니엘과 끊임없이 거래를 시도하며 자본을 탐하고 성스러워할 침례 의식에서 사적인 감정을 해소하는 속물에 불과합니다. 헌법에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막상 대통령 취임식에서는 성경에 손을 얹고 선서하는 미국에서 기독교적 가치관은 사회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데 폴 토마스 앤더슨은 이를 통렬히 비판합니다.

자본주의와 기독교에 뒤이어 ‘데어 윌 비 블러드’가 까발리는 것은 가족주의입니다. 홀아비이면서도 아들 H.W에 극진했던 다니엘의 부성애는 결국 허위에 불과했음이 밝혀지며, 목사 일라이 역시 돈에 광분해 아버지를 구타합니다. 미국이 중시 여기는 가치인 가족주의 역시 자본주의와 기독교적 가치관에 의해 억지로 윤색되어 강요되어온 것에 불과하다는 점을 노골적으로 비판한 것입니다.

러닝 타임이 158분에 이르는 ‘데어 월 비 블러드’는 장면마다의 호흡이 매우 길고 현악과 타악으로만 구성된 음악이 짜증스러우며 신경질적이기 때문에 자칫 짓눌리기 쉽습니다.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블랙 유머도 간간히 삽입되지만 이전까지는 시종일관 진지하기 때문에 지루할 수도 있습니다. 극장 배부용 팜플렛에서는 ‘데어 월 비 블러드’를 ‘시민 케인’에 비유하고 있지만 제목부터 엔딩에 이르기까지 돈과 피로 얼룩졌기에 차라리 ‘대부’나 ‘벅시’에 가까운 인상입니다.

달변이며 사업 수완이 뛰어나지만 인간을 불신하고 가족 관계가 형해화된 다니엘의 모습은 ‘매그놀리아’에서 탐 크루즈가 분했던 프랭크를 떠올리게 합니다. 이름이 같은 캐릭터를 연기한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생애 두 번째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는데 일그러진 캐릭터를 연기하면서도 발성과 발음이 완벽에 가까운 모습에 대단한 배우라는 사실을 새삼 절감하게 됩니다. 일라이 역의 폴 다노는 카리스마 넘치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맞서면서도 뻔뻔스러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습니다. 어설픈 캐릭터를 능숙하게 연기한다는 점에서 차후 주목됩니다.

매그놀리아 - 과거는 당신을 잊지 않는다
펀치 드렁크 러브 - 신경을 긁어대는 운명적인 사랑

덧글

  • oIHLo 2008/03/10 12:48 #

    영상 언어의 생경함이 '시민 케인'을 연상하게 만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대중영화의 네러티브 구조나 180도 법칙 등을 완전히 까부순 영화여서 좋았어요.
  • 프레디 2008/03/10 13:04 #

    제 생각에,,플레인뷰는 HW에 대해서 애정이 깊었습니다. 마지막에 ‘너는 바구니에 담긴 개자식', bastard in basket이었었나요? 이라며 소리소리 지르며 극악한 말을 해대면서 아들을 매정하게 떠나보내지만 어두운 계단을 비척거리며 내려가면서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 짧게 지나갈 때 이 사람에게 이 아이가 어떤 존재였는지 알게 되더군요. 사실 사업상의 이익을 위해서 HW를 이용하고 농아학교에 버리려고 했지만 그게 사실이라도 오랜 세월 유일하게 애정을 기울인 특별한 대상이 아니었는가 싶습니다. 안쓰럽더군요. 떠나는 HW가 휠씬 냉정해 보였어요. 아무리 그래도 생면부지의 아이를 데리고 유일하게 가족으로 그 긴 세월 보살피면서 가르치면서 자기 사업 후계자로 여겼을 텐데, 비록 청각상실 이후에 버리려고 하지만, 유난히 HW에 대해서는 민감하잖아요. 스탠다드 회사 간부의 말에 발끈해서 엄청 분노하는 장면을 보면 자기 아들 일에 관여하지 말라고 소리소리 지르죠. 아이를 보내고 기차에서 내려서 혼자 중얼중얼 욕을 하는지 견딜 수 없는 심정을 가라앉히려고 하는 모습도 기억나요. 다니엘의 부성애를 허위라고 하셨지만, 저는 그가 아버지로써 실패했을 지언정, HW에 대한 사랑은 진짜였다고 생각합니다.
  • 금린어 2008/03/10 13:14 #

    아직 보지 못했지만, 이 글 보고나니 꼭 봐야겠다는생각이 드네요^^ 링크합니다~
  • 시드 2008/03/10 15:14 #

    전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동성애를 연상시키던데요 ? 늙은남자와 어린 소년의 이루어질수 없는 사랑. 결국 곁에 같이 두려던 아들이 어릴적 여친이랑 결혼한뒤 멕시코로 자기 사업을 하러 떠난다니 미쳐버린거죠.
  • marlowe 2008/03/10 15:22 #

    저도 다니엘이 HW만큼은 사랑했다고 생각해요.
    안 그랬다면 그렇게 화를 내며 헤어지진 않았겠죠.
    (진짜 업둥이였을까요?)

    폴과 일라이는 원래 두 명이였는 지, 다중인격인 지 헷갈리더군요.
  • 디제 2008/03/11 09:22 #

    oIHLo님/ oIHLo님께서 말씀하신 점과 제가 언급한 주류 가치관에 대해 철저히 박살낸다는 점에서 일종의 통쾌함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프레디님/ 스포일러가 될까봐 본문 중에서는 자세한 언급을 피했습니다만... 중간에는 다니엘이 HW에 애정을 쏟은 것이 맞습니다만 그 애정의 출발과 의도가 무엇이었으며, 그 결말이 무엇이었는지를 감안하면 가족애에 대한 감독의 시선이 어떤 것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고 봅니다.
    금린어님/ 애당초 흥행할 영화도 아니어서 서울에도 개봉관이 많지 않습니다. 보시려면 서둘러야 하실 듯. 링크 환영합니다. ^^
    시드님/ ... 저는 아들과 결혼한 메리가 실은 다니엘을 좋아해서 아들과 아버지가 한 여자를 두고 일종의 삼각관계를 형성한 것이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marlowe님/ 폴과 일라이는 다중인격은 아니고 쌍둥이 형제입니다. 후반부에서 다니엘이 일라이에게 왜 폴처럼 진작 돈에 눈뜨고 떠나지 못했느냐고 나무라는 장면이 나오죠.
  • 아리 2008/03/24 16:24 # 삭제

    다니엘은 미국을 상징합니다. 자본주의의 상징이죠..가정과 정의를 내세우지만 하지만 그에겐 그것들은 허울일뿐..그것들은 돈을 위한 수단입니다. 폴과 일라이는 이스라엘과 나머지 중동국가들을 말합니다. 폴은 미국의 도움으로 자본주의나라가 되었지만..일라이는 종교라는 이름으로 묶여있는 현실을 말합니다. 폴은 이삭을 일라이는 이스마엘을 상징하죠..다니엘은 폴(이스라엘)을 통해 중동에 진출하여 석유로 이익을 얻죠..그리고 싫치만 때로는 일라이(이라크외 중동국가)와 손잡고 이익을 취하기도 합니다...
※ 이 포스트는 더 이상 덧글을 남길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