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에서 스칼렛 요한슨 빠돌이라고 고백한 바 있습니다만 그에는 비할 수 없어도 할리 배리도 좋아합니다. ‘007 다이 어나더 데이’에 출연했을 때에는 북한을 테러 국가로 지목하는 스토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 보지 않았지만 ‘엑스맨’이나 ‘스워드피시’에서의 할리 베리는 정말 매력적이더군요. 특히 ‘스워드피시’에서는 전혀 예상하지 않은 장면이 불쑥 튀어나오는 바람에(무슨 장면인지는 ‘스워드피시’를 보신 분은 다 아실 듯.) 깜짝 놀랐습니다. 1966년으로 만 서른 여덟에 애 딸린 아줌마이지만 20대 뺨치는 얼굴과 몸매를 자랑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이죠. (아무래도 저는 광대뼈가 좀 나오고 이마는 넓고 눈이 큰 타입의 여자를 좋아하나 봅니다.)
‘캣우먼’은 그런 할리 배리의 매력에 의존하는 영화입니다. 내러티브는 헐겁고 액션도 빈약합니다. 악역이 강해야 주인공도 강해지는 법인데 캣우먼의 적들은 슈퍼 히어로(혹은 히로인)의 적이라고 하기에는 미약하기 짝이 없는 존재입니다. 따라서 캣우먼도 별로 강하다는 인상을 주지는 못합니다. 캣우먼의 ‘공식’ 코스튬도 좀 유치해서 초반부 캣우먼이 되기 전이나 처음 캣우먼이 되었을 때 입었던(보석상에서의) ‘비공식’ 코스튬 쪽의 할리 배리가 훨씬 예쁩니다.

솔직히 할리 배리가 주연한 ‘캣우먼’은 미셸 파이퍼가 조연으로 출연했던 ‘배트맨 2’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캣우먼 2’의 제작은 요원해보입니다. 하지만 할리 배리라는 이유로 모든 게 용서가 됩니다. 2시간이 못되는 러닝 타임 동안 할리 배리를 보는 것만으로 즐거운 분이라면 추천할 만하지만 제대로 된 슈퍼 히어로물을 원하신다면 비추입니다. 참고로 샤론 스톤과 ‘매트릭스 리로디드’의 프랑스인 메로빈지언으로 분한 램버트 윌슨도 출연하지만 설마 이들을 보고 싶어서 극장에 가시는 분은 없으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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