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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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풍선 - 집착을 버리고 관조하는 삶 영화

남편과 이혼하고 어린 아들 시몽(시몽 이떼아뉘 분)과 함께 살고 있는 인형극단원 수잔(줄리엣 비노쉬 분)의 집에 영화를 전공하는 중국인 여성 송(송 팡 분)이 베이비시터로 머물게 됩니다. 송은 시몽과 함께 하며 ‘빨간 풍선’이라는 독립 영화를 촬영합니다.

2003년 작 ‘카페 뤼미에르’에서 도쿄의 풍경을 고즈넉하게 잡았던 대만인 감독 허우 샤오시엔의 2007년 작 ‘빨간 풍선’은 파리로 공간적 배경을 옮겼습니다. 허우 샤오시엔이 자꾸만 밖으로 돌며 영화를 촬영하는 것은 영화 제작과 자국 영화에 대한 인식이 매우 열악한 대만의 상황과 결코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카페 뤼미에르’가 오즈 야스지로 100주년 기념작으로 일본 영화사 쇼치쿠에 의해 제작된 것처럼, ‘빨간 풍선’은 오르세 미술관 개관 20주년 기념 영화로 제작되었습니다.

따라서 ‘빨간 풍선’과 ‘카페 뤼미에르’는 여러모로 유사점이 엿보이는데 극적인 사건이나 갈등 없이 소소한 일상에 초점이 맞춰지며, 등장인물의 대화 역시 요점만 또렷이 주고받는 일반적인 영화 대사들과 달리, 큰 의미가 없는 말들을 반복하며 주고받는 지극히 사실적인 현실의 대화를 그대로 반영했습니다. 배우들을 멀찍이 떨어져 촬영하는 것도 동일해 줄리엣 비노쉬와 같은 대배우조차 클로즈업이 거의 없어 그녀의 얼굴을 가까이 보고 싶은 갈증을 채울 수 없습니다.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 수단이나 거리의 모습을 별도의 조명 없이 창백한 느낌으로 잡아내는 것도 비슷합니다. 공간적 배경은 대만이 아니지만 영화 속에서 중국의 예술적 향취를 찾아볼 수 있는 것도 공통점입니다. ‘카페 뤼미에르’가 대만 출신의 음악가 장원예를 다뤘다면 ‘빨간 풍선’에서는 중국의 인형극이 등장하며 수잔의 극중의 인형극 연기의 발성이나 노래는 경극 풍입니다.

하지만 ‘빨간 풍선’이 파리를 배경으로 한 만큼, 도쿄를 배경으로 한 ‘카페 뤼미에르’와는 분명한 차별점을 찾을 수 있는데 그것은 주인공이 삶을 대하는 방식입니다. ‘카페 뤼미에르’에서 히토토 요가 분한 요코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은 철저히 일본적인 사람들로 타인의 삶에 대해 간섭하지 않고 감정을 절제하기에 갈등을 거의 일으키지 않지만, ‘빨간 풍선’의 수잔은 아래층 이웃을 내쫓고서라도 별거 중인 딸을 파리로 오게 하려고 노력하는 신경질적인 인물이고 아래층의 이웃은 위층에 올라와 부엌을 어지럽히며 스튜를 끓이는 뻔뻔스런 인물들로 다분히 직선적인 서양적 인물들입니다. 여기에 본 영화의 제목이며, 극중에서 송이 촬영하는 독립 영화의 제목이고, 송이 언급하는 1956년 작의 동명의 영화 제목이기도 하며, 끊임없이 본 영화 속에 등장하는 빨간 풍선이 더해지는데, 빨간 풍선은 늘 가까이에 있지만 잡으려 노력해도 결코 잡을 수 없는 행복을 상징합니다. 따라서 억지로 잡으려 하면 불행해지기에 느긋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관조적 자세를 가지고 빨간 풍선, 즉, 삶을 바라보면 한결 행복해질 것이라는 노장사상적인 주제의식을 드러냅니다.

영화의 엔딩은 파리의 하늘에 둥둥 떠 있는 빨간 풍선과 함께, ‘무간도’에서 양조위와 유덕화가 처음 만났던 오디오 샵에서 시험 청취했던 ‘피유망적시광’의 프랑스어 번안곡으로 장식됩니다. ‘빨간 풍선’ 뿐만 아니라 ‘화양연화’의 ‘화양적연화’나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정인적안루’를 보면, 중화권 감독들은 고색창연한 옛 노래를 발굴, 삽입해 영화의 분위기를 살리며 관객의 감수성을 자극하는데 상당히 유능한데, 우리 영화에서도 이런 방식으로 옛 노래를 삽입해 살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카페 뤼미에르 - 속 깊은 이들의 고즈넉한 일상

덧글

  • 히카리 2008/03/03 13:17 #

    집착을 버리면 좀 편해지죠.
  • 디제 2008/03/04 09:46 #

    히카리님/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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