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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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자 - 잔인한 살인마, 더욱 잔인한 공권력의 무능 영화

전직 경찰이었지만 출장안마사 포주로 전락한 엄중호(김윤석 분)는 연이은 안마사 여성들의 실종에 마포구 망원동 일대를 탐문하다 지영민(하정우 분)을 붙잡습니다. 경찰에 넘겨진 지영민은 자신이 연쇄살인범임을 자백하지만 증거가 없어 수사는 난항에 빠집니다.

희대의 연쇄 살인마 유영철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은 나홍진 감독의 장편 영화 데뷔작 ‘추격자’는 잔꾀나 반전에 의지하지 않고 우직하게 밀어붙이는 힘이 돋보이는 스릴러입니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지영민의 잔혹함이 1차적으로 분노를 자아내지만 더욱 치를 떨게 만드는 것은, ‘추격자’의 선배격인 ‘살인의 추억’에서 그랬듯이 공권력의 무능입니다. 살인범의 자백을 받아 놓고도 증거와 거주지를 확보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경찰의 무능함과 보신과 체면에만 신경 쓰는 검사와 시장(市長)의 모습이 희생당하는 힘없는 안마사 여성이 겹쳐지며 대단한 흡인력을 이끌어냅니다. 이렇듯 매우 한국적인 상황 설정 속에서, 범인을 추격하며 감정 이입의 대상이 되는 주인공 엄중호조차, 연쇄살인의 원인제공자였다는 점에서, 관객들은 자신이 마치 범행의 방조자가 된 듯한 죄의식과 공분을 느끼게 됩니다. 연쇄살인의 또 다른 공범인 비정한 도시를 다루는 사실적인 카메라 워킹과 영상의 분위기도 좋습니다. 하지만 연쇄살인을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예수의 희생과 동일 선상에서 비유하며 굳이 종교적인 상징을 사용하여 관습적으로 표현해야 했는지 의문이 남습니다.

스포일러가 될까 자세한 언급을 피하겠지만 지영민이 의외로 빠른 시간만에 체포되는 것은 관객을 안심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진짜 반전은 그 이후부터이며 관객의 희망을 무참히 짓밟으며 악몽에 빠뜨립니다. ‘추격자’의 고어 장면은 직접적으로 살해 장면을 묘사하기보다 대화와 암시를 통하여 관객의 상상력을 이끌어내는데 주력합니다. 따라서 고어 장면 자체의 수위는 높은 편이 아니며 영화적 상상력을 뛰어넘는 잔혹함은 회피하지만 만일 관객 스스로가 현실적인 상상력을 개입하여 장면을 판단한다면 스크린에서 눈을 돌릴 만한 장면도 다수 노출됩니다. '올드보이'의 최민식의 망치가 판타지의 영역에 위치한 폭력의 도구였다면 '추격자'의 하정우의 망치는 현실의 영역에 위치한 연쇄살인의 도구입니다.

이미 ‘타짜’에서 느와르적인 배역을 맡았던 김윤석의 연기는 매우 자연스러운데 기교가 개입되지 않은 땀 냄새 나는 추격 장면에서는 힘에 부치는 인상이었던 것 역시 사실성을 배가시키는 연기의 일환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TV 드라마에서 꽃미남으로 소모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했던 하정우가 선뜻 또래의 다른 배우들이 내켜하지 않을 배역을 맡아 우리 곁에 있는 살인마란 의외로 평범한 사람일 것이라는 점을 새삼 일깨웁니다. 두 성인 남자 배우의 굵은 연기에 치이지 않고 당차게 자신만의 영역을 확보하는 은지 역의 아역 김유정도 인상적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과연 언제까지 한국영화에서 공권력의 무능이 관객의 공감을 자아내는 시대가 계속될 것인가 입니다. ‘추격자’에서 지영민이 살해한 것은 14명이지만 실제 유영철 사건은 무려 21명을 살해한 사건인데, 아무리 완벽한 범행이었다 해도 21명이나 살해당할 동안 공권력은 무엇을 했는지 ‘추격자’는 되묻고 있습니다. 영화가 현실의 반영이라면 한국의 경찰/사법 제도의 무능은 여전히 희화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이제는 이를 탈피해 과학수사를 하는 경찰이 제대로 범인을 검거하는 영화가 관객의 공감을 자아내는 시대가 되기를 바랍니다.

덧글

  • PERIDOT 2008/02/22 10:09 #

    우리나라에도 그런날이 얼른 왔으면 좋겠습니다.
    이거 추격자 꼭 봐야겠네요 ^^
  • 세라피타 2008/02/22 10:13 #

    어느 라디오에서 들었는데 시장바닥에 깔려있는 이끼같은 느낌의 영화라더군요.
    재미있을듯.
  • THX1138 2008/02/22 10:23 #

    그래도 최고의 연기는 막판에 그 아줌마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ㅎㅎ
  • 나르사스 2008/02/22 10:31 #

    유능한 경찰이 나오는 영화가 판타지가 되면 곤란하죠... 어서 현실이 되기를 바랍니다.
  • 푸른별빛 2008/02/22 11:39 #

    김윤석씨야 워낙 후덜덜하니 옳거니~~ 했는데 하정우가 캐스티됐다고 해서 어??? 이랬었거든요. 꼭 가서 봐야겠습니다.
  • 이준님 2008/02/22 13:20 #

    1. 너무 유능해서 -쌈도 잘해서- 결국 경찰복을 벗는 경찰은 최민수가 주연한 모 영화(이현세의 카론의 새벽을 극화한) 가 있지요. 순경복 입고 조폭과 1대 10 하는게 너무 부자연스럽더군요 -_-

    2. 네타이지만 그 아가씨가 마지막에 겪는 일이 아주 가슴아프더군요. 특히 그 대사와 함께 말입니다. 사실 리얼한 강간 장면이나 토막살인 장면을 보여주는 것 이상으로 -사실 장면 자체는 그렇게 잔인하지 않지만 -분노와 경악때문에 극장에서 한숨소리가 들렸습니다.-

    3. 타짜도 그렇고 모 드라마도 그렇고 김윤석씨를 두고 어느 분이 "문X동(부천 사건으로 악명높은)"이나 "부패해서 짤려서 보도방이나 하는 사람" 류의 연기를 하면 잘 할거라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모욕은 아니고 그냥 인상이나 그런거 보고 나온 이야기입니다. 여기서는 문XX까지는 아니더라도 딱 그연기고 아주 연기가 빛을 발합니다.

    ps: 근데 그 아가씨는 어느 게시판에도 이야기를 했는데 꼭 살해나 모욕을 당하는 역을 자주 맡네요. 최근에 끝난 모 드라마는 아니지만요. 얼굴 모습이 좀 불편하고 가련한 타입으로 생겨서 -혹은 주변부의 여성처럼- 그렇다는 이야기도 나오더군요(사실 그런 인상에 맞게 꽤 연기를 잘했습니다) 옛날에 본 모 반공영화인지 드라마인지에서 북괴군에게 일당하던 아가씨 얼굴이 딱 그 인상이라서 꽤 웃었습니다.
  • ArborDay 2008/02/22 16:20 #

    아역들은 굳이 이쁜 척을 안해도 이쁜데 왜 그렇게들 앙증맞은 척을 하는지. 김유정, 참 귀엽더라구요. [기담]의 그 꼬마아가씨 이후로 가장 마음에 들더군요.
  • 네비아찌 2008/02/22 20:09 #

    이준님//서영희씨는 체구도 작고 가냘픈데다 눈매가 울상인게 사실이지요. 모 게시판에서는 "타인의 가학 욕망을 불러 일으키는 사람"이라는 말이 나왔지요.
    본인도 그런 이미지를 벗어보려고 말씀하신 모 드라마나 모바일 화보도 해본 거 같은데 이 영화로 그게 헛수고가 된 셈이네요.
  • SAGA 2008/02/22 20:33 #

    며칠 전에 보고 왔는데 우직하고 힘있게 밀고 나가는 영화더군요. 간만에 좋은 한국 영화를 봐서 기분이 좋았습니다만...... 디제 님 말씀대로 공권력의 무능이 언제까지 영화의 소재로 활용될 것인지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 알트아이젠 2008/02/22 23:18 #

    생각해보니 어느나라 영화던 경찰같은 공권력이 제 시간에 와서 사건을 해결해주는경우는 거의 없더군요. -_-
  • 디제 2008/02/23 12:36 #

    PERIDOT님/ 관람전에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시는 편이 좋을 듯합니다. 워낙 힘이 강한 영화라 다 보고 나니 지치더군요.
    세라피타님/ 날 것의 냄새가 나는 영화라 그런 표현을 사용한 듯합니다.
    THX1138님/ 그 아줌마 짜증 지대였죠. 결국 사필귀정이었다는... --;;;
    나르사스님, SAGA님/ 멋지게 수사하는 경찰 나오는 한국영화 좀 봤으면 좋겠습니다.
    푸른별빛님/ 하정우의 연기도 좋습니다. 매우 부드러운 살인마 연기라고나 할까요.
    이준님/ 속세에 찌든 듯한 김윤석의 이미지가 영화와 잘 맞아떨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ArborDay님/ '기담'의 그 아역은 고주연이었죠... '추격자'의 김유정 정말 귀엽더군요.
    네비아찌님/ 그래도 그런 명확한 개성은 오히려 배우 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알트아이젠님/ 그래도 'CSI'나 '로 앤 오더' 같은 것이 성립가능한 미국 풍토가 부러운 것이죠. 우리나라는 그런 것이 먹혀들 만한 상황이 아니니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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