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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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외국어에 대한 기억 일상의 단상

제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1990년대 초반에는 제2외국어는 학교에서 지정해주는 한 과목만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교육부(그때 정식 명칙은 '문교부'였던가요.)에서 지정한 제2외국어는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일본어, 중국어 등 5과목이었는데 제 모교에서는 프랑스어만 할 수 있었습니다. 선택의 여지 따위는 없었죠. 제2외국어에 재미를 붙여야할 첫걸음인 고1때 프랑스어 선생님으로 깐깐하고 키작고 바싹 마르고 턱이 튀어나온 여자 선생님이 배정되었습니다.

프랑스어라고는 생전 본 적도 없었던 어중이떠중이 남자 애들을 모아 놓은 선생님은 마치 대학교 강의를 하듯, 세세한 것들은 너희들이 알아서 해라, 라는 불친절한 스타일이었습니다. 그러니 프랑스어에 재미를 붙이는 아이들은 거의 없었죠. 문제는 당시 입시제도에서 몇몇 대학은 학력고사(수능이 아닙니다. 저는 학력고사의 마지막 세대였거든요.)에 제2외국어를 지정했기 때문에 프랑스어는 울며 겨자먹기로 하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요즘처럼 재학생들이 마음대로 학원을 다닐 수 있었던 시절도 아니어서 프랑스어는 불친절한 선생님에게 배우고 독학하는 것외에는 방법이 없었죠.

결국 고3 올라가서 본 모의고사에서 20점 만점에 3점이라는 경악스런 점수나 나오자 담임 선생님이 절 불러서 '야, 프랑스어 점수 앞에 1자가 빠진 거냐? 너 이 점수 맞아? 너 프랑스어 왜 해?'라며 귀를 잡아다니며 혼을 내더군요.

다행히 재수를 하면서 혼자 열심히 프랑스어를 공부했고 그럭저럭 대학에 들어갔습니다만 요즘 고등학생들은 제2외국어에 대한 의미가 달라진 것 같습니다. 제가 고교 시절 그랬던 것 처럼 학교에서 한 과목만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 2-3 과목에서 하나를 선택하고, 수능에서도 볼 필요가 없으니 부담 없이 내신만 대비하더군요.

결정적으로 다른 것은 프랑스어나 독일어 위주였던 1990년대 초반과 달리 요즘에는 일본어와 중국어 위주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입시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했던 제 고교 시절과 달리 요즘 학생들은 재미로 즐기면서 하더군요. 배우면 언젠가 쓸모가 있다는 생각으로요. 일본어를 배우면 일본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고 중국도 가까운 나라니까 실용적일 것이라고 생각하더군요. 하긴 프랑스어나 독일어를 배우면서 이걸 언젠가 써먹겠지, 라고 생각하는 친구들은 당시 제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거든요. 불친절한 선생님에다가 의욕 상실을 부추기는 또 하나의 이유가 추가된 셈이었죠.

특히 요즘에는 일본의 대중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아도 혼자 일본 가요나 애니메이션, 만화, 게임 등으로 독학해 완벽에 가까운 일본어를 구사하는 고등학생들도 많더군요. 주변에서는 그런 걸 부러워하는 분위기이고요. 저도 고등학교 때부터 일본 애니메이션에 흠뻑 빠져서 혼자 조금씩 공부했지만 주변에는 그런 사실을 숨기는 분위기였습니다. 일본에 대한 관심보다는 적개심이 더 컸던 시대였으니까요. 일본어를 공부한다고 하면 주변의 친구들은 '쪽바리말 배워서 뭐해?'가 대다수였습니다. 정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그런가 봅니다.

덧글

  • atrium 2004/09/26 15:22 #

    대략 3-4년전... KAIST부설 강좌에서 일어를 배운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수강생중에 고등학교 독일어 선생님이 계셨는데 - 독일어 수업이 없어지고 일본어 가르치라고 해서 일본어 공부한다고 하시더군요(!) 솔직히 그 분 하시는 것 정도로 공부해서 학생가르친다는데 좀 불안했습니다.
  • NeOSigmA 2004/09/26 15:27 #

    제가 다니던 학교는 일본어와 독일어 두종류가 있었는데 소위 공부 좀 한다는 녀석들이 독일어를 듣곤 했습니다. 전 일본어를 들었다죠. 그래도 읽고 쓸줄은 아니 다행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요즘애들에 비하면 생색도 못내지만........
  • Adamo 2004/09/26 15:30 #

    저도 나름대로의 제2외국어가 일본어이긴 하지만..;; 학교에서 하는건 =.-;;;
  • zenca 2004/09/26 16:36 #

    저도 학교 다닐 때 독일어와 일본어 선택할 수 있었는데... 지금에서야 후회가 되네요. 열심히 하나라도 잘 해놓을 걸... 아님 일본어를 배웠다면 더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
  • 처ㄹ 2004/09/26 19:19 #

    제2 수능세대라서 그런지 학력고사와 겹쳐있는 분위기였습니다.그러니깐 제2외국어는 몇학교만 쳤고 수능에는 제 2외국어가 없었지요. 뭐 고3 담탱이(라고 할 수 밖에 없어요)는 반에 두세명만을 위한 독일어 수업을 했었고 다른 아이들은 자습을 시켰습니다. 뭐 제2외국어를 배운다는 생각에 들터있었고 나름대로 좋아했던 저라 혼자서 독어 교과서를 가지고는 보고있는데 그 담탱이가 와서는 너무나 냉소적으로 .. 니가 왜 이걸 공부하는데? 서#대 갈꺼냐? ....... 그 뒤로 독일어 책은 보지 않고 있지만 아직도 그때가 생각이나면 참 분하다는 생각을 하곤합니다.
  • 알트아이젠 2004/09/26 20:07 #

    저도 불어를 했는데 정작 수능볼때 제 2외국어를 안봤습니다.(지금 다니는 대학도 제 2외국어점수를 반영하지 않았죠)
  • 디제 2004/09/26 20:20 #

    atrium님/ 그러고보니 학교 다닐때 교련 선생님은 교련 과목 없어지고 나서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군요.
    NeOSigmA님/ 일본어는 쉽다, 라는 속설은 1990년대 초반에도 널리 퍼져있었죠.
    Adamo님/ 일본어나 중국어를 제외한 제2외국어를 실제로 써먹는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죠.
    처ㄹ님/ 학교 선생님에 대한 안좋은 기억이시군요.
    알트아이젠님/ 수능세대이시군요. ^^
  • 노마드 2004/09/27 00:17 #

    저희 땐 두종류였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었죠. 남자는 스페인어, 여자는 불어. (이건 정말 남자는 기술, 여자는 가정의 이분법과 전혀 다름이 없어요..ㅡ.ㅡ) 고등학교 졸업하고는 거의 쓸 일이 없었지만 그래도 가끔 프랑스 영화 볼때 조금씩 들리거나 할 땐 그나마 배워놓은 게 다행이다 라는 생각은 들죠.
    (일어는 제가 대학 들어올 때만 해도 제2외국어로 인정해주지도 않았었는데...세상 많이 변했군요.)
  • 디제 2004/09/27 01:38 #

    노마드님/ 아마도 노마드님께서는 수능 초기 세대이신가 봅니다. 일어를 제2외국어로 인정해주지 않는 것은 서x대 뿐이었지 않나요?
  • Yum2 2004/09/27 15:50 #

    저희 학교는 일어, 불어, 독어 중에 선택이었는데 전 당연 일본어였습지요. 결국 지금 일본까지 와서 고생하고 있습니다요..^^;
  • 디제 2004/09/27 19:31 #

    Yum2님/ 건강하신 것 같아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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