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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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태양 - 역동적인 영상을 뒷받침하지 못한 밋밋한 캐릭터 영화

경제적인 이유로 외국으로 도피한 부모와 떨어져 혼자 살게 된 소요(천정명 분)는 어그레시브 인라인 스케이트를 통해 새로운 사람들과 친해지게 됩니다. 스케이트를 타는 것 외에는 아무것에도 속박 받지 않는 모기(김강우 분), 모기의 여자 친구로 스케이터들을 촬영하는 것이 취미인 한주(조이진 분), 스케이터로서의 사명감에 불타는 갑바(이천희 분)는 모두 소요의 좋은 스승이자 친구와 같은 존재가 됩니다.

‘고양이를 부탁해’의 정재은 감독의 2005년 작 ‘태풍태양’은 어그레시브 인라인 스케이트를 통해 성장하는 군상을 다룬 청춘영화입니다. 세세히 뜯어보면 미진한 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빚쟁이에 시달려 외국으로 도피하더라도 어떻게 외동아들 하나 데리고 가지 않을까, 하는 한국적인 가족주의적 의문부터, 빚에 시달리는데 어떻게 아들이 혼자 머무는 아파트는 압류당하지 않는 것일까, 하는 현실적 의문, 그리고 갑바가 입대 영장이 나온 것 이외에는 등장인물들 모두 직업, 가족 등 사회적 관계가 거세되어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인물들처럼 보여 소위 ‘88만원 세대’로서의 고민이 보이지 않는 점 등은 개연성을 갉아먹는 단점들입니다. 모기에게 주먹으로 얻어맞은 소요의 얼굴이 다음 장면에서는 멀쩡하다든가, 해가 쨍쨍한 맑은 날 비바람이 몰아친다든가 하는 (이것이 제목 ‘태풍태양’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라면 할 말이 없습니다만.) 디테일의 어색함 역시 아쉬움을 남깁니다. 갑바의 여자 친구 민지 역의 이유정은 배역과 이미지가 어울리지 않는데다 대사 발음과 연기력도 엉망이라 가히 최악의 미스 캐스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웃 나라 일본과 달리 청춘 소설도 드물고, 따라서 청춘 영화도 드문 현실 속에서 ‘태풍태양’은 젊은이들의 객기와 좌절, 열정과 게으름을 과장되지 않은 범위 이내에서 적절히 소화합니다.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분위기를 웅변하는 경쾌한 애니메이션 오프닝과 도시적이면서도 속도감 넘치는 촬영과 편집은 매우 인상적인데, 특히 태양광과 조명을 활용한 강렬한 영상은 젊음과 여름날의 열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합니다. 고난이도의 스케이트 액션 장면은 대역을 활용하기는 했지만 부상을 무릅쓰고 실제 배우들이 직접 연기한 장면들은 역동적인 카메라 워킹과 맞물려 멋지게 연출되었습니다. 권상우를 닮은 김강우와 김명민을 닮은 이천희의 대립 구도가 영화를 이끌어 갑니다. 다만 여성 감독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주연급 중 여자 캐릭터가 단 한명만 등장하고 그녀마저도 남자 캐릭터에 비해 개성이 약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태풍태양’이 흥행에 실패한 것은 앞 단락에 전술한 문제점들 보다는 화려한 영상을 뒷받침할 만한 등장인물의 개성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대자본을 투입해 대한민국 전체 인구 중 5명에 한 명 꼴로 영화를 관람하는, 1,000만이 넘는 대박 영화는 1년에 한 편 나올까 말까이고 대부분의 영화들이 투자비용도 건지지 못하는 한국 영화계의 상황 속에서 출연료 부담이 적은 신인 배우들을 캐스팅해 소규모의 제작비로 괜찮은 청춘 영화를 찍어낸다면 소위 ‘똔똔’을 만들어내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억지 말장난 개그 영화나 조폭 영화에 비하면 몸으로 부딪치는 청춘 영화야 말로 한국 영화의 새로운 블루 오션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물론 청춘 영화 장르의 한국 시장 연착륙을 위해서는 일본과 같이 다양한 청춘 소설이 출판 시장에 선보여 인기를 얻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덧글

  • 리드 2008/02/18 09:54 #

    제 친구가 스케이터로 나오는 영화군요. 주연이나 조연은 아니고 단역이긴 합니다만...
  • 디제 2008/02/19 09:03 #

    리드님/ 촬영하느라 스케이터 분들이 고생 많으셨을 듯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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