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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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온 파이어 - 덴젤 워싱턴, 레옹되다 영화

10대 시절 극장에서 ‘언터쳐블’과 ‘레인맨’을 보면서 느꼈던 감상은 결말을 바꾸면 좋을텐데, 였습니다. ‘언터쳐블’에서는 연방 수사관 엘리엇 네스(케빈 코스트너 분)는 알 카포네(로버트 드 니로 분)를 왜 죽이지 않고 기소하면서 끝날까, 죽여버리고 복수하면 시원할텐데, 였고, ‘레인맨’은 동생인 찰리(탐 크루즈 분)가 형 레이먼드(더스틴 호프만 분)와 왜 함께 살지 못할까, 함께 산다면 행복할텐데, 였습니다. 미국식 합리주의가 한국인이며 홍콩 영화에 길들여진 저에게는 납득이 되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헐리우드 영화에는 분명 한국이나 홍콩, 일본 등 아시아권 영화보다는 합리주의적 색채가 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몇몇 작품에서는 이데올로기나 다를 바 없는 가족주의를 강조하다 실소를 자아내는 영화도 있습니다만(대표적인 것이 ‘투모로우’였습니다.) ‘맨 온 파이어’는 서양식 합리주의는 넌덜머리가 난다는 듯 철저한 복수와 정(情)으로 일관합니다.

일찌감치 피타(다코타 패닝 분)가 납치당해 죽고 러닝 타임의 대부분이 크리시(덴젤 워싱턴 분)의 복수로 영화가 점철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만 그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더군요. 피타와 크리시의 관계가 단순한 교감을 뛰어 넘어 거의 연인처럼 발전하는데 상당한 러닝 타임이 할애되는 것을 보면서 저처럼 ‘레옹’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자력 구제의 금지의 원칙’을 철저히 무시하면서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함무라비 법전의 복수주의 원칙을 충실히 실현하는 후반부의 크리시의 복수극은 피타에 대한 아련함과 귀여움이 겹쳐지면서 잔혹스럽게 묘사되지만 오히려 관객들의 가학적 쾌감을 충족시킵니다. 크리시에게 걸린 첫 번째 희생자는 손가락과 귀를 잘리지만 경쾌한 음악 속에서 즐겁고 우스꽝스럽게 묘사되기 때문에 감독인 토니 스콧이 과거 ‘트루 로맨스’에서 쿠엔틴 타란티노의 각본을 영화하면서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 부분 만큼은 타란티노 스타일에 가깝습니다. ‘탑건’,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등 독창적이지는 않지만 매끄럽게 영화를 뽑아내는 것만큼은 형인 리들리 스콧에 크게 뒤지지 않는 토니 스콧이기에 뮤직 비디오를 연상케하는 편집과 카메라 워킹 덕분에 2시간 30분에 육박하는 러닝 타임이 지루한 줄 모르고 흘러갑니다.

이상하게도 저는 다코타 패닝이나 덴젤 워싱턴이 등장하는 영화 중에 극장에서 돈 주고 본 작품이 없습니다. ‘아이 엠 샘’도 아직껏 보지 못했고 덴젤 워싱턴의 영화 중에는 ‘필라델피아’와 ‘커리지 언더 파이어’만을 비디오로 보았을 뿐입니다. 다코타 패닝, 정말 귀엽더군요. 제가 아들만 있는 집에 장남으로 태어나 그런지 몰라도 나중에 결혼하면 딸을 낳고 싶은데 다코타 패닝을 보니 그런 생각이 더욱 강렬해지는군요. 덴젤 워싱턴은 망가진 인생을 연기하기 위해 일부러 살을 찌운 것 같습니다. 하긴 이제 덴젤 워싱턴도 50이군요. 그가 이런 식으로 감정에 매달리는 연기를 한 것도 드문 것 같은데 흠잡을 데 없었습니다. 기회가 되면 호평을 받은 ‘트레이닝 데이’를 봐야 겠습니다.

조연급에도 눈에 띄는 배우들이 많았습니다. 크리시의 선배인 레이번을 연기한 크리스토퍼 워큰은 오랜만에 선역을 맡았고, ‘토탈 리콜’에서는 크웨이드(아놀드 슈워츠제네거 분)의 꿈의 여인 멜리나로, ‘콘 에어’에서는 강인한 여간수 샐리로 등장했던 레이첼 티코틴이 여기자 마리아나로, ‘에이리언 2020(원제 ‘PITCH BLACK’)’에서 여성 파일럿 캐롤린 프라이로 등장했던 레이더 미첼이 피타의 어머니 리사로 등장합니다.

‘맨 온 파이어’의 흠을 잡자면 피타의 죽음 이후 내러티브가 널뛰기를 한다는 것입니다. 크리시가 연속적으로 잔인한 복수를 행하지만 멕시코의 경찰도 그를 놔두는 만화 같은 상황이 이어집니다. 더욱 불만스러운 것은 결말부입니다. 스포일러가 될까봐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습니다만 결말부는 한국 영화 못지않게 허황되더군요. 중반 이후의 비장하면서도 경쾌한 복수극이 어쩐지 억지스러운 결말로 인해 용두사미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보다 비극적이고 잔혹한 결말을 원했던 제가 좀 삐딱했던 것일까요.

덧글

  • corwin 2004/09/26 12:22 #

    좋았습니다. 저는 마지막 부분에서 Shane과 카우보이 비밥 마지막 편이 생각나더군요.
  • corwin 2004/09/26 12:40 #

    음 그리고, 크리시는 신에게 용서를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안도감에 눈을 감지 않았을까요? :)
  • 디제 2004/09/26 12:55 #

    corwin님/ 영화가 마음에 쏙 드셨나봅니다. 저는 좀더 비장한 결말을 원했는데요. 경찰 국장을 죽일 때 썼던 방식으로 악당들과 함께 자폭하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corwin 2004/09/26 13:09 #

    좀 오버인것 같기도 하지만. 마지막에 인질 교환하러 다리로 올라 갈 때 말입니다. 그 다리가 꼭 천상으로 향하는 계단 같지 않았나요? 전 그런 느낌이 들더군요.
  • mooni 2004/09/27 02:38 #

    네타가 너무 심합니다.... -_-;;
  • 디제 2004/09/27 10:35 #

    mooni님/ 답글에서 너무 이야기가 깊이 오고 갔군요. OTL
  • velikii_van 2004/09/30 07:39 #

    맨온파이어는 원본소설이 국내에 '크리시'란 이름으로 나와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진 않았는데.. 꽤나 많이 다른가보군요. 원작에선 '카트린'(아마 다코타 패닝 역의 원래 이름..) 이야기 분량은 그리 많은 편이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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