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2월 09일
R.O.D 1권 - 기대에 못 미치는 가벼움
R.O.D(READ OR DIE) 1권은 대영도서관의 종이술사 요미코 리드맨과 그녀가 보호하려는 십대 여작가 스미레가와 네네네의 만남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라이트 노벨이라면 건담과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 그리고 최근 읽었던 ‘전투요정 유키카제’ 밖에 없었기 때문에 (사실 건담과 ‘전투요정 유키카제’는 라이트 노벨로 분류하기에는 비교적 무거운 작품들입니다만.) ‘R.O.D’ 1권을 읽으면서 라이트 노벨의 장르적 특성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책에 빠져 지내는 주인공을 묘사하는 작가 역시 책에 빠져 있다고 후기에서 고백했지만 요미코가 읽는 책이 다소 가벼운 서적으로 편향된 것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2권 이후에 어떤 식으로 변화를 보일지는 알 수 없지만 책을 좋아한다는 요미코가 읽는 것으로 언급되는 책들은 대부분 가상의 가벼운 소설 위주이고 고전이나 인문 과학, 혹은 자연 과학 서적 등은 별로 찾을 수 없어서 작가의 독서 수준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요미코의 세계사 수업에서도 지적인 면은 찾아보기 쉽지 않은데(이것은 직업적인 경험에서 언급하는 것인데, 사실 일본이든 한국이든 고등학교 세계사 수업시간에 나폴레옹의 외교 관계를 ‘주제’로 하는 일은 없습니다. 대학교의 관련 학과 전공 수업에서나 다룰 세분화된 주제이니 말입니다. 작가가 자신의 고등학교 수업 시간을 제대로 상기해도 이런 고증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덕분에 요미코의 겉모습에서 풍겨 나오는 지적인 면이 부각되지 못한 채 단지 변태적으로 책을 밝히는, 그야말로 여자 오타쿠 수준에 머물고 말았습니다.
프롤로그에서는 문체가 산만해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일본의 라이트 노벨이라면 애니메이션화를 염두에 두고 보다 명확하고 시각적으로 장면을 제시하기 마련인데, 집필 초반부라 그런지 정리가 덜 된 느낌입니다. 덕분에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가 얼마나 흡인력 강하고 깔끔하게 집필된 소설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R.O.D’에서 제시되는 상황들도 가볍고 코믹하기만 해서 뭔가 페이소스를 기대한 것이 지나친 것이었나 싶기도 했습니다. 아이디어와 캐릭터는 참신하지만 이에 의존하기 때문에 내러티브가 부실한 측면이 있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소설을 써온 10대 여성 소설가라니 귀여니가 떠올랐는데 왠지 쓰는 장르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스미레가와 네네네보다 귀여니의 작품이 더 가벼울 것이라는데 한 표.)
O.V.A를 통해 접한 요미코 리드맨에게 반해 결국 R.O.D 1권을 구입했는데 읽으면서 실망스러워 내내 후속권은 사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지만 그래도 서점 하나를 통째로 사들이는 요미코의 귀여움이 드러나는 에필로그 때문에 느긋하게 후속권도 구입하게 될 듯합니다. 그러나 2002년 초판 발행 이후 2005년 4쇄 발행 때까지 ‘틀리다’와 ‘다르다’도 구별하여 표기하지 못한 번역자와 이런 초보적인 오류를 잡아 내지 않는 출판사는 수준 이하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요미코가 떠난 이후 새로 부임한 남자 선생을 본 스미레가와의 대사 ‘거짓말...!’은 일본인들이 습관적으로 말하는 ‘うそ’를 직역한 듯한데, 이것 역시 부자연스런 번역으로 ‘이럴 수가...!’ 정도로 번역하는 편이 나았을 것입니다.
# by | 2008/02/09 10:04 | 책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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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모습이 소설상에서는 어떻게 표현이 됐는지 궁금하군요.
ZAKURER™님/ 원작 소설을 읽다가 침 + 콧물을 흘리는 요미코를 보며 '나의 요미코는 이러치 아놔~!!!'를 외쳤다죠... ㅠ.ㅠ
열혈님/ 저... 2권도 주문했습니다. (쿨럭 ㅠ.ㅠ)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원작이 무엇이든간에) 애니판-소설판-만화판 순서로 재밌었습니다
세라피타님/ TV판에 비해 OVA판이 더 낫나 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