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tomino.egloos.com

포토로그


메모장

KBReport 프로야구 필자/다음카카오 1boon/KBO 야매카툰

LG 트윈스 야구 전 경기 아프리카 생중계 http://afreecatv.com/tomino

사진, 글, 동영상 펌 금지합니다. 영화 포스터의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서 있습니다.

반말, 욕설, 비아냥, 협박 등의 악성 댓글은 삭제합니다. 비로그인 IP로 댓글 작성은 가능하지만 동일 IP로 닉네임을 여러 개 사용하는 '멀티 행위' 시 역시 삭제합니다.


카페 뤼미에르 - 속 깊은 이들의 고즈넉한 일상 영화

대만 여행에서 돌아온 작가 요코(히토토 요 분)는 부모에게 남자친구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립니다. 평소 속마음을 털어 놓고 지내는 헌책방 주인 하지메(아사노 타다노부 분)와 함께 요코는 대만 출신의 음악가 장원예에 대해 조사하며 도쿄의 도심을 누빕니다.

오즈 야스지로 감독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허우 샤오시엔이 연출한 ‘카페 뤼미에르’는 평범하고 고느적한 일상의 순간들을 다큐멘터리처럼 포착한 작품입니다. 요코가 임신 사실을 가족과 하지메에게 알리는 것 외에는 극적인 사건이 없으며, 클로즈업을 비롯한 카메라 워킹을 절제했고, 조명도 자연광에 의존했기 때문에 화면이 어두워 보입니다.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 연출 방식 그대로 오마쥬한 것으로 (오프닝의 쇼치쿠 로고도 과거의 스타일입니다.), 만일 오즈 야스지로가 현재까지 살아서 영화를 만들었다면 거의 동일하게 했을 것이라 추측될 정도로 주제의식과 스타일이 매우 비슷합니다. 애당초 허우 샤오시엔의 스타일이 오즈 야스지로와 매우 유사하니 그가 ‘카페 뤼미에르’를 통해 오즈 야스지로의 탄생을 기념한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따라서 대만인 감독이 영화를 만들었지만 ‘카페 뤼미에르’는 매우 일본적인 영화입니다.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출하며 타인에게 캐묻기 좋아하는 한국인과 달리 감정을 숨기고 타인을 배려하며 망설이도록 철저히 교육받은 일본인 특유의 예의범절이 사실상 영화의 주제입니다. 이런 모습을, 타인에게 정이 많은 한국인과 냉정하고 무관심한 일본인으로도 볼 수 있으니, 이웃 나라이면서도 감정 표출 방식이 전혀 다른 두 나라의 모습 중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단정 지을 수 없지만,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타인의 상처에 무감각한 채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꼬치꼬치 간섭하는 일부의 한국인과 달리, 표현을 아끼는 ‘카페 뤼미에르’의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타인을 배려하기 위한 성숙함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요코가 아프면 집으로 찾아와 요리해줄 정도로 하지메는 요코를 사랑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어 강요하거나 하지 않으며, 요코의 임신에 대해서도 자세히 묻지 않습니다. 요코의 부모도 매우 조심스러운데, 어머니는 계모이면서도 요코가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을 해가며 남편과 함께 딸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아버지는 딸의 혼전 임신에 대해서 단 한 마디도 딸 앞에서 언급하지 않는 배려를 보입니다. 요코를 중심으로 한 가족과 친구의 사랑이 이처럼 속 깊은 것입니다.

도쿄의 여름날을 매우 자연스럽게 포착한 ‘카페 뤼미에르’이지만 사실 찬찬히 뜯어보면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 치밀하고도 정교한 준비와 촬영이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도쿄는 고즈넉함과는 거리가 먼, 인구 과잉의 혼란스럽고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대도시인데, 이를 고즈넉하게 연출했다는 것 자체가 도쿄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촬영했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치밀함을 읽을 수 있는 것은 오미야 행 열차에 탑승한 채 ‘소리 따기’에 열중한 하지메와 야마노테센에 탑승한 요코가 스치는 장면이며, 매우 인위적이고 의도적인 촬영에 의존했다는 것은 종반부 요코가 승차한 전차의 번호가 장면 전환 이후 하차 시에는 바뀌었다는 점에서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허우 샤오시엔 감독 특별전의 일환으로 스폰지하우스 광화문에서 상영중인 ‘카페 뤼미에르’를 관람했는데 스폰지하우스 광화문의 고질적인 하단 화면 잘림은 어떻게든 시정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며, 더욱이 제가 관람했던 토요일 오후 회차에는 영상 가운데가 상영 내내 핀트가 맞지 않아 감상에 방해가 되었습니다. 스폰지하우스 광화문은 영화관으로서의 기본적인 규격에 근본적으로 결함을 안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마저 듭니다.

덧글

  • 히카리 2008/02/04 09:27 #

    평을 보니 관람하고 싶은 마음에 드는걸요.
  • 디제 2008/02/05 09:14 #

    히카리님/ 기대 이상으로 좋은 영화였습니다. ^^
※ 이 포스트는 더 이상 덧글을 남길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