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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OST 렛츠 리뷰 영화

막대한 출연료를 받는 스타, 화려한 액션, 압도적인 스케일, 정신없는 카메라 워킹, 속도감 넘치는 편집... 최근의 영화들을 규정할 수 있는 요소들이다. 천문학적인 제작비를 투입하고 전세계에 걸쳐 배급하여 개봉 1~2주 만에 억대의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이 공식이다. 할리우드 영화뿐만 아니라 제3세계 영화들도 이런 공식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한국 영화 역시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엇비슷한 블록버스터들이 범람하여 관객들은 식상할 수밖에 없다. 조미료가 잔뜩 들어간 음식을 매번 반복해 섭취하는 듯한 느낌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2시간 안팎의 가벼운 오락거리라고 하지만 메마른 현대인의 감성을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이 와중에 조미료를 전혀 가미하지 않은 담백한 음식처럼 신선한 ‘원스’는 가난하지만 음악으로 교감하는 남녀의 모습을 묘사해 세계적인 흥행작이 되었다. 2007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한 이래 퍼져나간 거대한 입소문은 한국에까지 옮아와 독립 영화로는 드물게 장기간 상영되며 15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남자 주인공 역의 글렌 한사드와 여주인공 마르케타 이르글로바가 직접 부른 OST는 두 사람의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표현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아일랜드의 록그룹 플레임스의 리드 싱어이자 감독 존 카니의 친구인 글렌 한사드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단순하면서도 마음을 울리는 어쿠스틱 기타 연주는 사실상 ‘원스’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OST 앨범의 첫 번째 곡 ‘Falling Slowly’는 남자와 여자가 악기전문점에서 처음으로 합주하며 서서히 서로에게 빠져드는 장면에 사용되었는데 두 사람의 화음이 매우 아름답다. 이 곡은 엔드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 런던으로 떠나는 남자가 여자를 그리워하는 장면에서도 흐른다. ‘If You Want Me’는 여자가 CD 플레이어를 빌려 남자의 곡에 가사를 붙인 노래인데 마르케타 이르글로바의 사실상의 솔로곡이다. 한밤중에 편의점에 나가 건전지를 사들고 오며 이어폰을 끼고 따라 부르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Broken Hearted Hoover Fixer Sucker Guy’는 남자가 여자에게 옛 여자 친구 이야기를 해주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자학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컨트리 풍의 곡인데, 뒤이은 헤비메탈 스타일의 익살스런 즉흥곡이 누락된 것은 아쉽다.

‘When Your Mind’s Made Up’는 어렵사리 대출을 받아 이용하게 된 녹음실 장면에서 연습장면과 첫 녹음곡, 그리고 카오디오 테스트 장면에서 사용된 곡이다. 아마추어에 불과한 남자를 프로듀서 에이먼이 괄목상대하게 만든 곡이기도 하다. ‘Lies’는 남자가 혼자 곡을 쓰며 옛 여자 친구를 회상하는 장면에서 흐르는데, 옛 여자 친구 역으로 등장한 배우 마르셀라 플렁켓은 존 카네이 감독의 여자친구이다. 사랑하는 이의 거짓말에 좌절하는 남자의 마음을 표현한 ‘Lies’는 남자가 런던으로 떠나기에 앞서 자신의 아버지에게 들려준 노래이기도 하다. 두 주인공이 유일하게 부르지 않은 인터피어런스의 ‘Gold’는 파티 장면에서 나온 곡으로, 여자 친구에게도 채이고 가난하며 제대로 된 직업도 없는 남자가 부르는 처연한 느낌의 노래들에 비해 훨씬 부드럽고 느긋하다.

‘The Hill’은 스튜디오에서 녹음 도중 휴식 시간에 여자가 피아노를 치며 홀로 부른 노래로 극중에서는 슬픔에 겨워 울음을 터뜨리는 바람에 끝까지 부르지 못했지만 OST에는 온전히 수록되어 있다. ‘Fallen From The Sky’는 드물게 밝고 경쾌한 분위기의 곡으로 앨범 녹음 장면의 두 번째 곡이며 ‘Leave’는 고장 난 여자의 청소기를 수리해준 남자가 자신의 방에서 여자에게 틀어준 곡이다. 이 노래가 흐른 후 남자는 여자에게 충동적으로 뻔뻔스런 요구를 하다 퇴짜를 맡게 된다.

‘Trying To Pull Myself Away’는 스튜디오 녹음을 결심한 후 거리의 3인조 밴드와 함께 남자가 자신의 집에서 처음으로 손발을 맞춰보며 부른 곡으로, 밴드의 가세 덕분에 다른 곡에 비해 사운드가 풍부하다. ‘All The Way Down’은 옛 여자를 잊지 못해 남자가 혼자 부르는 노래인데, 이 노래가 잦아들 무렵 여자가 청소기를 들고 나타나는 장면과 연결되어 남자가 새로운 사랑에 빠질 것임을 암시한다. 영화의 타이틀곡 ‘Once’는 영화 본편에는 등장하지 않고 엔드 크레딧 막판에 흐르며, ‘Say It To Me Now’는 오프닝 크레딧 이후 남자와 여자가 처음으로 만난 장면에서 등장한 곡으로, 스튜디오 녹음을 위해 은행의 소액 대출 직원에게 테이프로 틀어준 곡이기도 하다.

OST가 없는 ‘원스’는 상상할 수도 없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서정적인 노래들이 바로 ‘원스’ 그 자체이기에 어쩌면 dvd보다 OST CD가 ‘원스’를 더욱 잘 설명해주는 매체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국내에 라이센스 발매된 OST에 한국어 가사 번역은커녕 영어 가사 조차 없는 것은 옥에 티이다. 마음을 울리는 노래의 가사를 확인하며 감상할 수 있었다면 금상첨화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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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도발나라 2008/01/29 10:18 #

    작년에 만난 최고의 영화입니다. ㅠ,.ㅠ
  • dcdc 2008/01/29 11:53 #

    그 즉흥곡이 히든트랙으로라도 담겨있었으면 재밌었을텐데요 ^^ 영화분위기에 너무 안어울리는 장난이려나요?;
  • THX1138 2008/01/29 14:21 #

    If You Want Me 좋아해요..
  • GrayFlower 2008/01/29 17:34 #

    전 어제에서야 봤지만 정말 최고의 영화로 꼽을 수 있을만큼 좋았던 영화였습니다. 물론 OST에 수록된 곡들도 주옥같구요. 개인적으로는 THX1138님처럼 if you want me 가 좋더군요.^^
  • 디제 2008/01/30 09:31 #

    도발나라님/ 참 좋은 영화였죠. ^^
    dcdc님/ 히든 트랙이라도 좋았을 겁니다.
    THX1138님, GrayFlower님/ If You Want Me 좋죠... ^^;;;
  • 총천연색 2008/02/07 15:25 #

    충실한 리뷰네요. ^^
    가물가물했던 장면들이 얼추 떠올랐어요.
  • 디제 2008/02/08 10:11 #

    총천연색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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