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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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노이드 파크 - 윤리적이고 잔혹한 소년의 성장담 영화

본 포스팅에는 '파라노이드 파크'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여자친구보다 스케이트 보드 타기를 더 좋아하는 고등학생 알렉스(게이브 네빈스 분)는 우연한 실수로 철도원을 사망에 이르게 합니다. 알렉스는 누구에게도 자신의 잘못을 털어놓지 못한 채 전전긍긍합니다.

엘리펀트’를 비롯한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죽음 3부작의 뒤를 이은 ‘파라노이드 파크’는 실수로 사람을 죽게 만든 소년이, 자신에게 주어진 가혹한 정신적 고통을 어떻게 극복해나가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철도원의 죽음이 영화 중간에 배치되는 등 영화 속의 사건을 시간 순이 아니라 감독의 의도에 따라 독특한 방식으로 재배열 되어 관심을 증폭시키는 편집은 유려하며, 죄책감에 수반되는 고통으로 인해 알렉스가 주변의 여러 가지 사건들에 대해 무관심해지는 것을 슬로 비디오로 표현한 것은 관습적이기는 하지만 충분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여자 친구와의 첫 섹스에 조차 흥미를 가지지 못하는 알렉스의 모습은 얼마나 그가 고뇌하는지를 증명하며, 부모가 이혼하기는 했지만 마약이나 술, 담배에 의존하지 않는 소년이라는 점은 관습적이고 진부한 캐릭터 설정을 통해 손쉽게 원인을 규명하려는 해결책을 피하기 위한 노력이 엿보이는 부분입니다. 초반부 보드를 타며 이리저리 곡예를 펼치는 소년의 모습을 근거리에서 놓치지 않고 뒤따르며 담아낸 장면은 그 촬영 기법이 궁금할 정도로 신비스러우며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파라노이드 파크’는 장점 못지않게 아쉬운 점이 상당수 눈에 들어오는 영화입니다. 10대 소년과 죽음이라는 주제는 이미 ‘엘리펀트’에서 충격적인 실제 총기 난사 사건을 바탕으로 영화화한 바 있기에 ‘파라노이트 파크’는 ‘엘리펀트’에서 진일보하지 못한 채 동어반복에 머무릅니다. 아무리 실수라 하더라도 한 사람을 참혹한 죽음에 이르게 했는데 그 결말이 윤리적이지 못한 것은, 내내 윤리적인 질문을 던지며 흥미를 유발했던 중반부까지의 몰입을 김빠지게 만들며, 이것이 구스 반 산트의 한계가 아닌가 싶습니다. 과연 구스 반 산트가 표현하려 주제의식이 우연히 살인을 범한 인간의 고뇌에 초점을 맞춘 것인지, 아니면 죽음으로 은유되는 청소년기의 고통의 극복 과정에 초점을 맞춘 것인지 불분명합니다. 이도저도 아니고 아직 자아가 완성되지 않은 10대 소년의 눈높이에서 적당히 봉합하며 문제의식을 어설프게 던지는 수준으로 만족한 듯합니다.

철도원의 몸이 두 동강나며 죽음을 맞는 장면에서는, '신세기 에반게리온' 제24화 '최후의 사자'에서 신지가 탑승한 에바 초호기에 의해 카오루의 몸이 절단되며 죽는 장면에서 사용된, 베토벤의 9번 교향곡이 사용되었는데 구스 반 산트도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TV판을 보고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엘리펀트 - 일상 속의 돌발적인 폭력

덧글

  • 보경 2008/01/07 13:59 # 삭제

    벌써 감상을 적으셨네요...^^ 그동안의 영화 이야기나 책 이야기... 차근차근 읽어봐야 겠어요... 다음 영화는 무엇이 될 지 기대됩니다~★
  • cdcd_^ 2008/01/07 17:04 # 삭제

    구스 반 산트도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TV판을 보고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ㅋㅋㅋ.....마지막두줄이 압권이구먼.
  • SAGA 2008/01/07 22:30 #

    이도저도 아닌 결말을 가진 영화군요. 어중간하게 가는 것보다 한쪽에 힘을 실어 끝까지 우직하게 밀어붙이는 것도 좋은 결말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 텐데....... 아쉽군요.
  • 전영랑 2008/01/08 00:26 # 삭제

    와~벌써 어제 본 <파라노이드 파크>가..
    정말 부지런하신 거 같아요 ㅎ
    제가 본 영화에 대해 쓰신 건
    다 읽어봐야겠어요.. ^^
  • 디제 2008/01/08 09:08 #

    보경님, 영랑님/ 영화 보면 다음 날 오전에는 포스팅을 올린 답니다. ^^
    SAGA님/ 그래도 볼 만한 영화이기는 했습니다. ^^;;;
  • 제 생각은 다릅니다 2010/05/16 20:38 # 삭제

    구스 반 산트의 영화를 아직 잘 모르시는 듯 합니다. 영화가 무엇을 말하는지 불분명하다고요? 윤리적이지 못하다고요? 문제를 적당히 봉합한다고요? 구스 반 산트 영화가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들은 영화를 다 아는 듯 보지만, 실제로 우리는 그들을 알지도 못하며, 그들이 무엇을 원하며 무엇을 말하는 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영화가 그것을 말해주기를 기대하다니요. 너무 관습적이지 않나요? 그렇다면 구스 반 산트의 영화를 보아서는 안되겠지요. 관습적이고 재밌고 윤리적인 영화가 얼마나 많습니다. 죽음에 대해 아무런 반응도, 영감도, 감정도 보이지 않는 것이 구스 반 산트입니다. 그 죽음에 맞닥드리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그 죽음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영화가 그것을 억지로 유도해서는 안되죠. "사람을 죽였으니 잘못했네. 고뇌하네. 아이고 마음고생이 심하네. 윤리적인 듯 하구나..." 이걸 느끼셨다니... 구스 반 산트를 즐기는 사람으로서 구스 반 산트의 영화를 너무 단편적으로만 보는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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