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장에서 돈 주고 두 번 본 최초의 영화이고, dvd도 두 가지 버전으로 소장하고 있으며 틈나는 대로 반복 감상했으니 장면과 대사는 거의 다 암기하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브라운관이나 액정이 아닌 필름을 스크린에 영사하는 제대로 된 영화를 본다는 것은 완전히 격이 다른 체험이라는 것을 오늘 절감했습니다. 불안하고도 신비스런 음악이 임청하와 금성무의 첫 만남을 감싸며 흐릿한 하늘이 겹쳐지는 오프닝에서부터, 왕비가 부른 번안곡 ‘몽중인’이 깔리는 엔드 크레딧에 이르기까지 행복에 겨워 내내 입이 귀에 걸려 있었습니다.
1990년대에 ‘중경삼림’을 비롯한 왕가위 영화에 길들여졌던 20대가 이제 30대가 되었지만, 현재 20대의 도시적 감수성을 대변하는, ‘중경삼림’을 뛰어넘는 작품이 나왔는가를 돌이켜 물으면,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인지 금요일에 개관한 광화문 스폰지하우스는 극장도 작고, 영화 시작 전 기다리며 앉을 수 있는 의자도 적고, 결정적으로 접근성이 나빠 찾기 어려운 골목에 간판도 없이 있었지만 매진되었습니다. (광화문 스폰지하우스에 ‘중경삼림’ 관람을 위해 찾아가는 분들을 위해 알려드리면, 스크린이 작고 관람 각도가 확보되지 않으니 가급적 C, D 열과 같은 앞 쪽 자리가 좋다는 것입니다. 뒤로 갈수록 관람 환경은 좋지 않습니다.) 아마도 ‘중경삼림’을 처음 보는 사람은 거의 없을 듯 한데, 객석의 분위기는 하나하나의 장면에 함께 웃으며 반기는 모습이었습니다. 마치 익숙하고도 반가운 학창 시절의 친구와 다시 만나는 동창회와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앞으로 극장에서 최소 한 번 이상은 더 관람할 예정인데, 생각만 해도 마음이 밝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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