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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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경삼림 - 12년 만에 필름으로 재회한 인생의 영화 영화

배신당해 쫓기는 임청하의 초조, 실연당해 우울한 금성무의 좌충우돌, 짝사랑에 빠진 왕정문의 내숭, 능청스러움마저 엿보이는 양조위의 여유... 내 인생의 영화 ‘중경삼림’을 다시 필름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오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초기작들을 그대로 영상화한 듯한 쿨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이 영화에 대한 리뷰는 이미 2년 전 포스팅에서 했으니 다시 구구절절 분석할 필요 없을 듯 합니다.

극장에서 돈 주고 두 번 본 최초의 영화이고, dvd도 두 가지 버전으로 소장하고 있으며 틈나는 대로 반복 감상했으니 장면과 대사는 거의 다 암기하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브라운관이나 액정이 아닌 필름을 스크린에 영사하는 제대로 된 영화를 본다는 것은 완전히 격이 다른 체험이라는 것을 오늘 절감했습니다. 불안하고도 신비스런 음악이 임청하와 금성무의 첫 만남을 감싸며 흐릿한 하늘이 겹쳐지는 오프닝에서부터, 왕비가 부른 번안곡 ‘몽중인’이 깔리는 엔드 크레딧에 이르기까지 행복에 겨워 내내 입이 귀에 걸려 있었습니다.

1990년대에 ‘중경삼림’을 비롯한 왕가위 영화에 길들여졌던 20대가 이제 30대가 되었지만, 현재 20대의 도시적 감수성을 대변하는, ‘중경삼림’을 뛰어넘는 작품이 나왔는가를 돌이켜 물으면,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인지 금요일에 개관한 광화문 스폰지하우스는 극장도 작고, 영화 시작 전 기다리며 앉을 수 있는 의자도 적고, 결정적으로 접근성이 나빠 찾기 어려운 골목에 간판도 없이 있었지만 매진되었습니다. (광화문 스폰지하우스에 ‘중경삼림’ 관람을 위해 찾아가는 분들을 위해 알려드리면, 스크린이 작고 관람 각도가 확보되지 않으니 가급적 C, D 열과 같은 앞 쪽 자리가 좋다는 것입니다. 뒤로 갈수록 관람 환경은 좋지 않습니다.) 아마도 ‘중경삼림’을 처음 보는 사람은 거의 없을 듯 한데, 객석의 분위기는 하나하나의 장면에 함께 웃으며 반기는 모습이었습니다. 마치 익숙하고도 반가운 학창 시절의 친구와 다시 만나는 동창회와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앞으로 극장에서 최소 한 번 이상은 더 관람할 예정인데, 생각만 해도 마음이 밝아집니다.

아비정전 - 왕가위 월드의 원형
중경삼림 - 도시적이고 쿨한 감수성
타락천사 - 우울과 고독 속으로 침잠하다
화양연화 크라이테리언 dvd와 양조위 사인 엽서
화양연화 - 느릿느릿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2046 - 엇갈린 사랑의 공허함
2046 - 두 번째 감상
2046 - 세 번째 감상
'2046' 홍콩 한정판 OST
'2046' CE 한정판 dvd
'2046' 일본판 사진집
2046 - 네 번째 감상
에로스 - 세 편의 알듯 말듯한 사랑 영화

덧글

  • 세바스찬 2007/12/16 13:09 #

    저도 볼까 하다가 극장 좌석문제랑, 위층에서 공사 때문에 소음이 심하다고 해서 안갔어요.
    다음에 또 보실땐 좀 더 나은 환경이어야 할텐데요. 아 좌석문제는 해결이 안되죠.. 소음이라도 없기를..
  • 똥사내 2007/12/16 14:52 #

    으아 너무 멋졌던 영화'ㄷ'
  • 노엘 2007/12/16 15:11 #

    추억의 한자락을 차지할만큼 멋진 영화였죠. 지금봐도 촌스럽기는 커녕 정말 잘 만들었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그런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극장에서 다시 볼 수 있다니 갈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반가운 소식이네요.
  • 디제 2007/12/16 20:18 #

    세바스찬님/ 제가 볼 때는 소음이 없었습니다. 저녁 때 보면 괜찮지 않을까요?
    똥사내님/ 그 한 마디로 충분한 작품이죠. ^^
    노엘님/ 저도 관람 전에는 촌스럽지 않을까 싶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더군요. ^^
  • THX1138 2007/12/17 14:29 #

    캘리포니아 드림~~~ 다시보고 싶어요^^
  • 디제 2007/12/18 09:11 #

    THX1138님/ ^^
  • 젊은미소 2007/12/20 05:13 #

    나온지 한 13년 지난 지금에도 생명력이 있다면 이제는 클래식이라 부를 수 있는 거겠죠. 당시 하루키 붐과 함께 90년대 초반 젊은이들의 감성을 사로잡았던 영화였지요? 먹고 살만해지고 민주주의의 기틀도 어느 정도 잡힌 시점의 한국이라는 타이밍도 기막혔고. 이후 한국 영화 붐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보이고요.
  • 디제 2007/12/20 08:57 #

    젊은미소님/ 왕가위 신드롬은 한국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
    그리고 그런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홀리데이 인 서울'과 같이 눈 뜨고 보기 힘든 왕가위 표절작이 나온 적도 있었죠. 역시 모든 일은 양면적인가 봅니다. ^^;;;
  • 피쯔 2007/12/31 10:04 #

    님 블로그에서 'C열과 D열이 좋다'는 정보를 얻은 덕분에 좋은 관람이 되었었답니다. 고맙습니다 ^^
    제게는 이번이 첫 감상이었는데 정말 좋았습니다. 어제 다시 본 화양연화도 역시 좋았구요.
    '홀리데이 인 서울' 발언 보고 크크크 웃고 갑니다. 한해 마무리 잘 하세요!
  • 디제 2008/01/01 01:01 #

    피쯔님/ 극장에서 보통 뒤쪽에 앉는 저는 자리가 없어서 D열에 앉았는데 막상 들어가니 그 자리가 명당이더군요. 제 포스팅이 도움이 되어 다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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