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웨스 앤더슨 감독의 ‘다즐링 주식회사’는 개성이 지나치게 강해 기묘한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마음이 떠나 있다가 여행을 계기로 인해 사랑을 회복한다는 내용으로 그의 전작 ‘로열 테넌바움’의 로드 무비 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르로 구분하면 코미디임에 틀림없지만 슬랩스틱이나 화장실 유머와는 거리가 먼 독특한 유머 감각을 선보이기 때문에 코드가 맞지 않으면 자칫 지루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로열 테넌바움’이 그랬듯이 상황이 벌어진 후 한 템포 늦게 관객을 생각한 다음 웃기게 만드는 유머 감각에 익숙하다면 ‘다즐링 주식회사’는 나름대로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단, ‘로열 테넌바움’의 낯설게까지 느껴지는 기묘함이 ‘다즐링 주식회사’에서는 많이 깎여 나간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 것이 사실입니다. 주제 의식에 있어서 ‘로열 테넌바움’과 큰 차이가 없어 동어반복인 것 역시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다즐링 주식회사’는 인도를 기차 여행하며 좌충우돌하는 세 형제의 모습을 그리고 있지만 인도의 자연 풍광이 아름답다는 식의 오리엔탈리즘 적인 접근이나 반대로 인도인은 미개하기 때문에 서구에 의한 근대화가 필요하다는 식의 섣부른 인종차별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세 형제는 인도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지는 않지만 쉽게 동화되지도 않으며 나름대로 공정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인종차별 논란 따위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홍보를 위해 강조하고 있는 나탈리 포트만의 누드 장면은 초반에 나오지만 결정적인 노출은 전혀 없으니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차라리 초반에 올라오는 엔드 크레딧이 오히려 참신합니다.) 오히려 나탈리 포트만보다는 빌 머레이의 카메오 출연이 보다 인상적이었습니다. 끝으로 원제 ‘The Darjeeling Limited’는 인도 철도청의 열차 노선을 말하는 것인데 국영 기업이거나 공기업일 테니 ‘다즐링 주식회사’라는 국내 개봉명은 오류가 아닌가 싶습니다. 만일 이것이 글자 그대로 회사를 뜻한다면 ‘다즐링 유한회사’가 되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열차의 등급을 말하는 ‘다즐링 특급 열차’가 되어야 옳은 것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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