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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 압도적인 비쥬얼에 깔린 심오한 철학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 반전(反戰) 의식이 투철한 블랙 코미디

달에서 외계문명의 증거로 보이는 모노리스가 발견되자 이것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목성에 디스커버리 호가 파견됩니다. 하지만 디스커버리 호를 관장하는 컴퓨터 할이 반란을 일으켜 승무원들이 차례로 살해당합니다.

천재 감독 스탠리 큐브릭의 명작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인류가 도구를 사용하기 이전부터 첨단 우주 기술 문명에 이르기까지 단 하나의 연결고리로 제시하는 장면으로 시작하여 이후 단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압도적인 비쥬얼의 향연으로 이어집니다. 이후 모든 SF 영화들이 빚을 졌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닌, 큐브릭 특유의 완벽주의에서 비롯된 우주와 우주선 내외부의 비쥬얼을 필름을 통해 스크린으로 보는 것은, dvd를 통해 브라운관으로 감상한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차원이 다른 시각적 경험이 되었습니다. 아예 다른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모니터 장면을 제외하고는 현재의 CG로 구현된 영상에 전혀 꿀리지 않는 압도적인 비쥬얼에 덧붙여진 클래식 명곡 요한 슈트라우스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짜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배경음악으로 깔리며, 몽환적인 할의 목소리가 더해졌을 때, 미국에서 마약 중독자들이 마약에 취한 채 이 영화를 반복 감상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1968년 작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내러티브는 대단히 간단해 결말까지 단 몇 줄로 줄일 수 있도록 단순합니다. 게다가 속도감 넘치는 최근의 SF 영화들에 비해 러닝 타임도 길고 템포도 느립니다. 하지만 압도적인 비쥬얼에 마음을 빼앗기면 설령 중간에 졸았더라도 끝까지 볼 수밖에 없으며, 이후에도 반복 감상하고픈 욕구를 참기 힘듭니다. 이것은 아마도 표피적인 시각적 쾌감 이외에는 남는 것이 없는 최근의 SF 영화와는 질적으로 다른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만의 사상적 깊이가 기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는 진화론과 인류 문명의 외계 기원설이 바탕에 깔려 있으며, 기술 문명에 의존한 인간에 대한 기계의 반란이나 빅뱅으로 인한 우주의 탄생과 인간의 삶과 죽음, 윤회와 환생에 대한 큐브릭의 철학적 담론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늘부터 스탠리 큐브릭 특별전 시작되었는데 서울 아트 시네마에서 줄을 서서 표를 산 것도 처음이고, 좌석 점유율도 평일에 이렇게 높은 것도 처음 봤습니다. (외국인 관객도 눈에 띄었습니다.) 대부분의 관객들이 오늘 표를 구입하면서 이후의 다른 작품들도 예매하더군요. 안타까운 것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필름으로 볼 수 있는 기회는 오늘을 제외하면 남은 것은 두 번 뿐이라는 것인데, 큐브릭과 같은 거장의 걸작들을 필름으로 볼 수 있는 흔치 않는 기회를 단 일주일 간의 기간으로 한정했는지 크게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큐브릭의 영화를 필름으로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과연 몇 년 후에나 올지 우려스럽기 때문입니다.

P.S. 건담 시리즈 역시 이 영화에 빚을 진 흔적이 역력합니다. 디스커버리 호에 탑재된 우주용 포드는 ‘기동전사 건담’의 볼이 판박이로 차용했고, 우주복 차림의 죽은 승무원이 우주를 흘러가는 모습은 ‘기동전사 Z건담’의 TV판의 프롤로그의 죽은 지온군이 흘러가는 장면과 비슷합니다. 토미노 감독은 극장판 ‘기동전사 Z건담 별을 잇는 자’의 오프닝에서도 이 장면을 그대로 사용한 바 있습니다.

덧글

  • 니야 2007/11/27 11:31 #

    앗- 저도 어제 이거 봤는데, 같은 시각 같은 공간에 계셨군요
  • 라우비 2007/11/27 13:23 #

    밸리로 흘러들어왔어요~
    귀를 기울이면 포스팅도 그렇고 건담도 그렇고, 이것참 취향이 반가우신 분인 것 같네요<-
  • THX1138 2007/11/27 14:06 #

    가서 봐야겠네요
  • 콘말파 2007/11/27 14:29 # 삭제

    예매는 어디서 하나요? 으악, 당일날 가야 하나?
  • 2007/11/27 15:36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디제 2007/11/27 17:15 #

    니야님/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와서 이글루스 블로거도 당연히 있을 거라 짐작했는데 니야님이 오셨었군요. ^^;;;
    라우비님/ 반갑습니다. 자주 놀러오세요. ^^
    THX1138님/ SF 영화를 좋아하시니 챙겨보시기를 빌겠습니다.
    콘말파님/ 예매는 보통 영화 예매하는 사이트에서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현장 구입도 가능하고요.
    JOSH님/ 쓰면서도 애매한 표현이라 생각했는데 명확하게 고쳤습니다. 지적 감사합니다.

  • Clockoon 2007/11/27 20:12 #

    리게티의 몽환적인 음악도 빼 놓을 수가 없죠. 사실 음악 전체에서 가장 많이 흐르는 곡이 리게티의 작품이라...
    맨 처음 검은 화면이나 Beyond the Infinity 부분에서 나오는 곡들이 리게티의 곡입니다.
    사실 히피들이 이 영화를 반복해서 본 것도 이 장면들을 본 것이고, 싸이키델릭한 비주얼과 함께 리게티의 음악이 큰 역할을 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좋아합니다^^
  • 디제 2007/11/28 11:06 #

    Clockoon님/ 리게티의 음악은 제게는 몽환적이라기보다 신경질적이고 불길하게 들리던데요... 물론 그게 작품의 분위기와 걸맞는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만... ^^;;;
  • KP85 2011/12/09 17:51 # 삭제

    지금 부산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 전용관 개관기념으로 연말까지 명작 영화 상영회가 진행중인데, 그 상영작 중 하나로 선정되어 있어서 이 영화를 어제 처음 봤습니다. 1960년대 영화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효과와 영상미가 놀랍더군요. 영화관에서 봐야 제대로 그 가치를 느낄 수가 있겠다 싶었는데, 4년 전의 글이지만 디제님의 글을 보니 확실히 그렇네요. 내용도 그렇고 뭔가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영화였습니다.
    어제 외에 이번 18일에 상영이 한 번 더 있던데, 디제님의 글 덕분에 한 번 더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p.s) 1983년 작 애니메이션 '장갑기병 보톰즈'도 이 영화 일부를 차용했더군요. HAL의 중추부에 들어간 데이브가 HAL의 메모리패널을 하나씩 빼버리는 장면은 보톰즈의 마지막회에서 주인공 키리코가 인공지능 컴퓨터 와이즈맨의 메모리패널을 빼내는 장면에 그대로 인용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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