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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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 계 - 남자와 사랑에 이용당해 파괴되는 여자 영화

와호장룡 - 무협물의 절정, 그리고 끝

일제 치하 중국에서 대학 친구들과 함께 구국 연극을 하던 왕치아즈(탕웨이 분)는 항일운동가를 고문하고 죽이는 친일 대장 이(양조위 분)를 암살하기 위해 접근합니다. 이를 죽이기 위해 4년여의 모진 삶을 살아온 왕치아즈이지만 이의 마음을 얻기 시작하자 동요하게 됩니다.

이안 감독의 ‘색, 계’의 마케팅은 세계적인 스타 양조위(영원히 늙지 않았을 것만 같던 그도 이제 얼굴에 주름살이 완연합니다.)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주인공은 그가 맡은 배역 이가 아니라 치아즈이며, 주연은 명백히 탕웨이입니다. 얼치기 항일운동을 하는 친구들과 어울리지만 막상 중국의 독립에 대한 열망은 부족했으며, 독립 운동에 나서며 억지로 순결을 버리고 섹스에 임합니다. 게다가 알면서도 서로 사랑을 숨겼던 동료 유민(왕리홍 분)을 비롯한 남자 동료(물론 한 명의 여자 친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들이나 항일운동 단체의 간부들은 치아즈가 자신의 몸을 팔다 시피 하는 상황을 막으려 하지 않으며 도리어 이와 섹스하기 시작한 이후에는 그녀가 더욱 이와 깊은 관계가 이루어지도록 조장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독립이라는 대의를 위해 한 여자의 인성은 파괴되어도 상관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것입니다. 따라서 치아즈의 삶은 철저히 남자들에 의해 휘둘리고 파괴되는 양상으로 치닫는데, 주체성이 결여된 여성이 주인공이기에 페미니즘 평론가들은 ‘색, 계’에 부정적인 평가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반면 이는 항일운동가를 잔혹하게 탄압하는 냉혈한이지만 치아즈에게만큼은 순수한 사랑으로 대합니다. 이것이 섹스에 탐닉하는 육체적인 사랑이기에 폄하되어야 한다고 주장될 수 있지만 대의를 명분으로 치아즈의 인성이 파괴되어도 상관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항일운동가들보다는 낫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색, 계’의 거의 모든 인간관계는 가식적이거나 상대를 이용하기에 급급한데 이가 치아즈를 대하는 태도만큼은 온전히 섹스에만 집착하기에 그나마 순수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색, 계’의 정치적 태도가 다소 우려스러웠는데 만일 동일한 내러티브를 가지고 한국에서 영화를 만들어, 미인계로 여자의 삶을 파괴하는 독립운동가들과 그 여자를 사랑하는 친일파가 등장하는 영화가 개봉된다면 국내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궁금합니다.

물론 이와 치아즈의 육체적인 사랑이 결실을 맺을 수는 없습니다. 유일한 사랑을 믿었던 치아즈는 도리어 사랑에 이용당하며, 시종일관 암시되었던 파국으로 결론지어 집니다. 비교적 건조한 분위기로 내러티브를 이끌어가던 이안은 짧고 냉정하게 영화를 결말짓습니다.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섹스 신은 예상했던 그 이상이어서 놀라웠습니다. 평소 양조위의 필모그래피를 감안하면 ‘2046’만 해도 상당한 노출이었는데 ‘색, 계’는 대한민국 극장에 걸리는 영화로서는 거의 극한에 도달한 노출이었습니다. 하지만 노출의 강도로 섹스 신을 평가하는 것은 쓸데없는 일인데 ‘섹, 계’의 섹스 신은 매우 아름다우며 사실적이기도 합니다. 포르노가 아닌 일반 상업 영화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체위를 영상화한 것도 놀라우며 마치 실제로 탐닉하듯 자연스레 파격적인 노출과 섹스 신을 연기한 두 배우에게 감탄했습니다.

P.S. 사족을 달자면 ‘색, 계’를 관람하며 내내 탕웨이가 문근영과 닮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문근영이 연변 출신 소녀로 분했던 ‘댄서의 순정’도 생각났는데 더욱이 파격적인 양조위와의 섹스신을 보며 과연 문근영이 앞으로 평생 연기를 한다 해도 저런 장면을 과연 소화해낼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성인 연기자로서의 문근영은 언제쯤 제대로 된 영화를 가지고 스크린에 등장할지 궁금합니다.

덧글

  • yucca 2007/11/21 10:41 #

    저도 양조위가 너무 늙게 나와서 놀랐었는데 일부러 늙어보이게 분장을 했다고 하더군요(씨네21 주성철 기자 참조) 그래도 양조위 역시 늙긴 늙겠지요...섹스 신은 놀랍긴 하지만 전체 영화를 봤을 땐 그다지 의식 되지 않았습니다. 무삭제니, 실제정사논란이니 영화가 너무 그런 쪽으로만 홍보되고 인식되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 디제 2007/11/21 17:17 #

    yucca님/ 양조위가 1962년 생이니 우리나이로 46이죠. 그런데도 분장을 해야 주름이 보인다니 놀랍습니다. 실제 정사는 분명 아닌 것 같고, 섹스신의 수위가 높은데, 그걸로 인해 많은 사람이 좋은 영화를 보게 된다면 비수기에 그나마 다행이죠. ^^
  • THX1138 2007/11/21 17:47 #

    양조위때문에라도 보고 싶어요 **
  • 이준님 2007/11/21 18:44 #

    1. 원작 소설에는 슬퍼하는 결말대신 뭔가 흐뭇한 감정을 가지는 겁니다. 비록 그 여자가 영겁으로 자신을 증오하더라도 자신이 그런 격정에 사로잡힌 경험이 있었던것만해도 뿌듯하다는 설명이죠. 창귀(호랑이에게 먹힌 원혼이 호랑이에게 붙어서 다른 희생자를 유혹하는 귀신)와 호랑이와의 관계가 여주인공의 원혼과 자신과의 관계가 될거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2. 양조위 캐릭터는 실존인물-닮았습니다-로 전후에 국민당에 의해서 처형됩니다.

    3. 의외로 당시 복장및 무기등의 고증이 잘되어 있더군요. 독일군 철모를 쓴 국민당군의 모습은 감독의 고증에 대한 노력에 저절로 경의를 표할 정도이지요.

    4. 우리나라에서도 정찬의 "황금사다리"에서 비슷한 캐릭터와 설정을 한바 있습니다. 좀 이야기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일본에 건너가 노동자로 살면서 우연찮게 천황 암살의 망상에 사로잡힌 주인공이 제국 최고의 고문 기술자에게 잡힌후에 그의 제자가 된다는 이야기지요.(왜 그가 천황암살을 꿈꿨고 왜 고문기술자가 그를 살려주고 자기 제자로 삼았는지는 이야기가 좀 깁니다) 하여간 스승이 제자에게 가르친건 "기술"(어차피 소설에 나오지도 않습니다)이 아니라 권력의 폭력을 극단적으로 구현하는 상황에서 마음을 닫고 감정이 없는 목석의 인간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고문을 함에 있어서 그 쾌락에 사로잡히거나 감정에 좌지우지 된다면 결과적으로 그 권력에 먹히게 된다는게 가르침이었습니다
  • 이준님 2007/11/21 18:50 #

    5. 색계에서의 양조위 캐릭터가 전형적인 그 논리이지요. 여주인공에게 하는 이야기같은거는 아주 전형적인 그런 스토리입니다. 그런데 이 주인공 스승의 "얼음의 성"(정찬의 소설의 원제입니다)이 무너진건 "자식에 대한 애정과 약간의 관심"때문으로서 그 이유로 결국 원치않던 죽음을 맞게 됩니다. 양조위의 마음에 있던 얼음의 성이 첨으로 무너진건 정사때가 아니라 그 술집에서의 노래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그 뒤는 바로 마지막 장면으로 이어집니다.

    6. 오히려 반일영화보다 감독이 그 사건을 이런식으로 냉철하게 보는게 맘에 들더군요. 언뜻 언뜻 지나가는 대사 "애국이니 뭐니 하는 것들의 눈에서 두려움을 본다"의 대사는 그 뒤에 "우선생"의 장면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마나님들의 대사인 "살면서 매운맛도 봐야해"는 양조위의 마지막 장면의 외로움을 가중시키는 거지요.

    ps: 저는 양조위보다 놀란게 조안첸이었습니다. 마지막 황제의 그 기품은 남아 있지만 의외로 주름살이 늘었더군요. 하기야 이 분도 꽤 엄한 영화에 많이 나온적이 있어서 차라리 이 작품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 디제 2007/11/22 09:55 #

    THX1138님/ 어, 개봉한 지 한참되었는데 아직 안보셨다니 의외입니다.
    이준님/ 조안 첸은 주름살은 둘째치고 살이 쪄서 놀랐습니다. 그래도 '마지막 황제' 때만 해도 원미경 비슷하다는 생각이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아줌마더군요.
  • Monica 2008/05/09 05:33 # 삭제

    저는 색계를 두번 세번 보았습니다 같은 여자로서 탕웨이 에게 매료되었어요
    그녀의 머리 스타일, 약간 어두운 청녹색의 탕웨이가 입었던 바바리와 모자
    제 생각엔 이안 감독이 그런 색을 좋아하는지 몰라도 그색이 뉴욕 컬러라고도 하고요
    암튼 진한 욕정을 느끼게 하는 그런색깔이었거든요, 그리고 보는 내내 양조위가
    한국의 독고영재 와 비슷한 분위기를 느낀다고 생각들었는데 다른분들도 그렇다고
    하더군요 화양연화 에서도 잘빠진 장만옥과 나오는데 인상 깊었고요 저는 감명깊었던
    영화라고 생각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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