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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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여자 - 장진의 한계? 영화

‘아는 여자’의 스포일러가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시한부 인생의 야구 선수 치성(정재영 분)과 그를 짝사랑하는 이연(이나영 분)의 사랑 이야기라는 단순한 플롯의 ‘아는 여자’의 초반부는 ‘8월의 크리스마스’의 코믹 버전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흥미진진하면서도 찡했습니다. 죽음을 앞둔 사내가 자신의 죽음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여러 가지 사념들을 코믹하게 묘사했지만 왠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뼈대 있는 웃음을 유발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무리 우스운 장면이 나와도 주인공이 죽을 것을 안다면 그 웃음의 뒷맛은 다를 수밖에 없죠.

하지만 치성이 코피를 흘리는 원인이 밝혀지고 나서 영화는 단순한 가벼움과 급작스런 분위기 반전으로 당혹스럽게 만듭니다. 도둑이 등장하는 에피소드는 억지스럽고 전봇대에 관한 설정은 죽음을 앞두고 있었던 주인공을 갑작스레 살리는 어거지 이상으로 억지스럽습니다. 교통사고를 당하는 여자가 등장하자 영화는 아예 판타지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간첩 리철진’ 이나 ‘킬러들의 수다’에서 보여주었던 장진의 한국 사회의 모순에 대한 비틀기와 비웃음은 ‘아는 여자’에 와서는 상당히 순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하긴 ‘조폭 마누라’나 ‘가문의 영광’ 같은 속빈 강정이 흥행에 대성공을 거두는데 그 보다 수준이 높은 자신의 작품들이 그만한 재미를 보지 못한데 대해 서운해 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아는 여자’에는 장진식 유머는 있으나 한국 사회의 모순에 대한 비판 의식은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랑에 관한 영화이지만 그렇다고 사랑에 대해서도 진지한 성찰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장진이 그 이상을 보여줄 수 있는데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울 뿐이지 ‘아는 여자’는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가벼운 마음 가짐으로 웃고 즐기기에는 전혀 무리가 없습니다. ‘실미도’에서 거친 사내로 등장했던 정재영은 진지하면서도 엉뚱한 매력을 발산합니다. 강동원이나 권상우 같은 꽃미남 류의 배우보다는 설경구나 송강호와 같이 친근한 배우들을 좋아하는데 정재영도 그런 면에서 만족스러운 배우입니다. 친구하면 좋을 것 같은 타입이구요. 이나영은 자연스러우면서도 귀여운 것이 자신의 미모를 살리는 것임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예쁜 여배우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예쁜 척’하면 오히려 미워보이고 반대로 자연스러우면 더 예뻐보이는 법입니다. 아직도 한국의 많은 여배우와 탤런트들은 오로지 청순과 정숙만이 자신의 미모를 빛내는 길이라고 착각하며 스스로 연기의 폭을 좁혀 배우로서의 수명을 갉아먹는 일이 많은데 이나영은 만 스물 다섯에 이미 그걸 깨달았으니 앞으로 좋은 시나리오만 잡는다면 충분히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만일 치성의 죽음이 초반부와 같이 끝까지 밀어 붙여졌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궁금합니다. 장진이라면 ‘아는 여자’를 죽음에 대해서도 나름대로의 진지한 성찰을 하면서도 동시에 유머러스하게 이끌어 관객이 눈물을 흘리면서도 웃을 수 있는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 것 같았는데 그런 난제와 대결하기를 스스로 회피했던 것 같아 아쉽군요. 정말로 치성이 죽었다면 영화는 ‘8월의 크리스마스’를 뛰어넘는 장진 최고의 걸작이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덧글

  • 아마란스 2004/09/20 23:17 #

    볼만하고 재미있는 영화였습니다.
    나오는 캐릭터의 대부분이 관계가 있다는것도 흥미로웠구요.;
    OST 도 상당히 좋더군요.
  • 디제 2004/09/21 00:20 #

    아마란스님/ 저는 오히려 그 캐릭터들의 관계라는 게 좀 억지스러운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OST 대부분이 보컬 곡이라 감정이입도 쉽지 않더군요. (아아, 어쩌면 요즘 제가 심사가 좀 뒤틀린 것일지도요...)
  • Nemo 2004/09/26 00:20 #

    장진 감독의 진지한 모습이라는 것이 궁금하네요.
  • 재롱바라기 2004/11/30 10:55 #

    으음.. 이나영씨가 여우주연상을 탔다죠? 아마도 이영화같은데
    생각보다 재밌어요..;;
  • 검은괭이 2009/03/15 03:15 #

    저는 이 영화 상당히 재미있게 봤습니다 ㅎㅎ ost도 상당히 좋더라구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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