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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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호접검 - 홍콩 무협영화의 블록버스터 영화

무수한 암기를 숨긴 율향천(악화 분)과 같은 고수들을 부하로 둔 세력가 노백(곡봉 분)을 암살하라는 명령을 기녀 노대(진평 분)로부터 받은 살수 맹성혼(종화 분)은 의문의 처녀 소접(정리 분)과 한눈에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고룡의 동명 무협소설을 각색한 초원 감독의 1976년 작 ‘유성호접검’은 동시대의 홍콩 영화들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고정관념을 멋지게 타파하는 걸작입니다. 주인공을 중심으로 하는 단순한 갈등 관계가 복수를 통해 마무리되며, 등장인물과 배경 세트의 수는 많지 않고, 권선징악의 상투적인 결말을 예상한다면 ‘유성호접검’은 분명 다른 작품입니다. 배신으로 얽힌 복잡한 세력 구도는 끊임없이 반전하며, 등장인물들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여, 집중하지 않고 감상한다면 내러티브를 이해하기 쉽지 않을 정도입니다. 따라서 지하 통로까지 재현된 세트도 매우 다양하여 많은 제작비가 소요되었음을 알 수 있고, 결말에 이르기까지 주인공을 제외한 거의 모든 등장인물들이 선한 것인지 악한 것인지 쉽게 판단이 되지 않을 정도로 개성이 분명하며 상투적인 캐릭터를 거부합니다.

‘유성호접검’이 동시대의 다른 무협 영화들과 구별되는 또 다른 특징은 바로 폭력과 섹스를 다루는 방식입니다. 동시대의 홍콩 무협 영화들에서 유혈 장면은 적당히 넘어가며 붉은 물감을 사용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강한데, ‘유성호접검’의 유혈은 거리낌이 없어 홍수처럼 낭자하며, 사지 절단 또한 피하지 않습니다. 아울러 남녀주인공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밀어를 통해 제시할지언정 섹스를 다루지 않는 다른 작품들에 비해, 여배우의 상반신 누드와 강간 장면까지 그대로 묘사한 것은 ‘유성호접검’이 당시에는 성인들을 위한 극단적인 오락성을 추구했음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기녀 노대로부터 살인을 청부하는 맹성혼의 모습은 마치 왕가위의 ‘타락천사’에서 이가흔으로부터 일거리를 받는 여명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두 인물이 직접적으로 대면하느냐 안하느냐의 차이는 있지만 선과 악을 떠나 돈 때문에 살인을 저지른다는 점과 여성으로부터 남성이 일거리를 받고 둘 사이에 기묘한 감정이 형성된다는 점은 유사합니다. 왕가위가 과거 무협영화의 팬이었음을 커밍아웃했던 ‘동사서독’에서 홍칠공(장학우 분)이 물가에서 벌이는 결투는 ‘유성호접검’에서 짧게 스치는 한당(라열 분)과 엽상(능운 분)의 결투 장면의 영향을 받은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