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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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토 - 3류 갱의 희망과 좌절 영화

주인공의 죽음을 오프닝으로 장식한다면 귀신 이야기(‘사랑과 영혼’ 부류의)가 아닌 이상에는 영화는 주인공이 살아있었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갈 수 밖에 없습니다. 필름 느와르에서 주인공의 죽음을 오프닝에서 보여주고 생존 시의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가 다루는 영화는 흔치 않습니다. (참고로 오프닝에서 칼리토의 시선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형광등과 연인인 게일의 모습을 sbs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재희(이정재 분)의 죽음 부분이 차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느와르에서는 주인공의 생존 여부가 해피 엔딩이냐 아니냐를 담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영웅본색’이 주윤발의 죽음을 오프닝으로 시작했다면 김새는 영화가 되었을 것이며 결국 라스트에서 형제간의 우애를 강조하다 죽는 주윤발의 모습에 극장안은 울음바다가 되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주인공 칼리토의 죽음으로 시작하는 영화 ‘칼리토’는 그런 면에서 독특한 작품입니다.

‘칼리토’의 죽음으로 초반부가 시작되었다면 ‘칼리토’의 내러티브는 칼리토가 죽느냐, 사느냐에 초점에 맞춰지지 않는 것은 당연하죠. 관객들은 칼리토가 왜, 어떻게 죽어야 했는지에 초점을 맞춰 영화를 감상하게 됩니다. 하지만 ‘스카페이스’, ‘언터쳐블’, ‘스네이크 아이’ 등 느와르를 매끄럽게 뽑아낼 줄 아는 감독 브라이언 드 팔머는, 연기력이라면 누구에게라도 뒤떨어지지 않는 알 파치노를 ‘스카페이스’ 이후 10년만에 다시 기용해 관객들을 영화로 몰입시켜 중반부 쯤 도달하면 초반부에 칼리토가 죽었다는 사실마저도 잊게 만들며 칼리토의 인생으로 깊숙이 끌어들여 감정 이입을 하도록 만듭니다.

‘칼리토’는 ‘스카페이스’처럼 잔혹한 문제 제기를 하지 않으며, ‘언터쳐블’처럼 화려한 총격전 시퀀스도 없으며, ‘스네이크 아이’처럼 어설픈 반전을 제시하는 영화도 아닙니다. 하지만 속고 속이는 비열한 뒷골목에서 어떻게든 손을 씻고 연인과 함께 새 삶을 시작하려는 주인공의 우직함이 관객에게 어필하는 단순함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노련한 알 파치노는 말할 필요도 없고 최근 아카데미 남우 주연상을 받은 숀 펜이 마약에 찌든 타락한 변호사 데이빗 클라인펠드를 맡았습니다. 숀 펜이 분한 데이빗은 갱생하려는 칼리토의 발목을 끊임 없이 잡는데, 30년형을 선고 받은 뒷골목 3류 갱보다 더 비열하고 탐욕스러우며 자제심이 없습니다. 칼리토보다 차라리 필름 느와르에 가까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이 바로 숀 펜의 역할이었는데 매우 훌륭한 연기를 선보입니다. (‘칼리토’의 숀 펜의 연기를 보다가 문득 ‘씬 레드 라인’이 보고 싶어지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전쟁 영화 중 거의 최고이며 미국 만세를 부르짖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보다 훨씬 나은 작품으로 꼽습니다. 할인으로 나오면 구해봐야 겠습니다.) 그리고 칼리토에게 ‘개기는’ 젊은 갱으로 ‘로미오와 줄리엣’, ‘스폰’, ‘물랑 루즈’에서 하나같이 독특한 캐릭터로 등장했던 존 레귀자모(베니 블랑코 분)의 경박한 연기도 일품이며 이제는 ‘반지의 제왕’의 아라곤으로 각인된 비고 모르텐센이 장애인이 된 갱 랄린으로 등장해 어설픈 라틴 계 억양의 영어로 연기합니다. 칼리토의 애인으로 등장하는 페넬로프 앤 밀러는 수수한 이미지이지만 춤 하나는 정말 매력적입니다.

블록 버스터라고 말할 정도의 큰 스케일은 아니지만 지하철에서 시작해 기차 역인 그랜드 센트럴 역으로 이어지는 추격전은 숨막힐 정도로 긴장감이 넘칩니다. 관객들이 결말을 알면서도 칼리토가 살아서 빠져 나가길 바라도록 만드는 브라이언 드 팔머 특유의 유려하면서도 나긋나긋한 카메라 워킹(그는 후에 ‘스네이크 아이’에서 사정없이 긴 롱테이크를 완벽하게 선보인 바 있습니다.)과 연출로 관객을 몰입시키며 이 긴장감을 해소하는 후련한 총격전으로 영화를 종반으로 치닫게 합니다. 과거 ‘언터쳐블’에서도 그랬고 후에 ‘미션 임파서블’에서도 그랬지만 ‘칼리토’에서도 등장하는 기차 역 장면은 떠나려는 자와 이를 뒤쫓고 막으려는 자가 만난다는 역의 속성을 200% 활용합니다.

결국 칼리토는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실패하고 뒷골목의 3류 인생도 마감하고 맙니다. 하지만 그의 죽음에서 그가 마지막으로 보는 포스터 ‘낙원에의 꿈’ 속의 무희의 춤처럼 그는 죽음으로 안식을 얻었는지 모릅니다. 담담하게 그려내는 칼리토의 평온한 죽음에 관객들은 슬픔과 분함보다는 아련함과 아쉬움을 안고 극장을 떠나게 됩니다.

덧글

  • 염맨 2004/09/18 14:44 #

    전 숀 펜을 처음 본게 이 영화였어요. 정말 대단했음!

    기차역 장면 역시 최고죠. 에스컬레이터 교차씬!
  • 염맨 2004/09/18 14:45 #

    아니, 이런 물음표 난무의 오바덧글이라니!
  • 디제 2004/09/18 17:17 #

    저도 마돈나의 전남편 쯤으로만 알고 있었던 숀 펜을 처음 본 것이 1993년 개봉 당시 '칼리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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