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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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 - 그녀들 각자의 고독 영화

남자친구에게 채인 후 새로운 사랑을 꿈꾸는 콜걸 사무실의 상담원 사토코(이케와키 치즈루 분), 콜걸이지만 고등학교 동창 키쿠치(안도 마사노부 분)를 짝사랑하는 아키요(나카무라 유코 분), 겉으로는 강하지만 실은 여린 일러스트레이터 도코(나나난 키리코 분), 도코와 함께 살지만 그녀와 달리 남자친구 나가이(카세 료 분)에게 모든 것을 걸고 있는 치히로(나카노시 노리코 분).

네 사람의 20대 여성의 삶을 묘사하는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는 도코 역으로 직접 출연한 만화가 나나난 키리코의 동명 원작을 영화한 것입니다. 나나난 키리코는 여성 만화가이지만 미형 캐릭터를 추구하는 순정 만화와는 달리 그녀의 작품들은 캐릭터의 선과 배경이 극단적으로 단순하며 겉으로 드러나는 아름다움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같은 여성 만화가의 원작에 기반했던 영화 ‘허니와 클로버’가 비현실직인 말랑말랑함과 밝음을 추구했다면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는 로맨틱함이나 극적인 사건 없이 네 여성의 권태로워 보이는 삶을 현실적으로 조명하고 있습니다. ‘허니와 클로버’가 고작 첫 키스 하나에 목매다는 유아적인 사랑에 매달린다면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는 섹스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회피하지 않을 정도로 어른스럽습니다. 나나난 키리코의 도도한 마스크와 영화 속에서 과감히 노출하는 상반신 누드가 그녀의 작품 세계와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의 분위기를 대변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극중의 네 여성은 각자의 고독을 상대에게 쉽게 털어놓지 않으며 남자에게 기대어서 해결될 수도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정도로 성숙합니다. 때문에 사토코와 아키요, 도코와 치히로가 각자 서로의 삶을 동경하는 듯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상대에 대한 이질감 때문에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며 자신의 껍질을 깨려 하지 않습니다. 결말에서 언뜻 속내가 보이긴 하지만 그것도 상대에게 부담을 주는 선에는 도달하지 않으려 합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포스터의 이미지가 영화의 에필로그에 해당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사토코를 제외한 다른 캐릭터들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스테레오 타입이라는 점입니다. 외유내강의 치히로와 외강내유의 도코가 함께 살며 서로를 동경하면서도 증오한다는 설정은 한국 드라마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설정이고, 세상을 증오하며 한껏 먹고 토하는 도코는 ‘바이브레이터’의 여주인공 레이와 동일합니다. 고급 콜걸이지만 자신의 또 다른 개성을 숨기고 있는 아키요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첫 번째 장편 소설 ‘양을 둘러싼 모험’의 키키와 비슷합니다. 전형적인 세 인물 속에서 빛나는 것은 엉뚱하면서도 개성이 강한 사토코입니다. 이케와키 치즈루의 생생한 연기 덕분에 스테레오 타입의 인물들 속에서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개성적인 인물을 훌륭히 연기했습니다. 극중에서도 그녀가 못생겼다, 고 말하는 대사가 나오는데, 어떤 연기든 가리지 않으며 예쁘게 보이려 노력하지 않는 그녀를 보면 결국 전도연과 같은 대배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키즈 리턴’, ‘69’의 안도 마사노부와 ‘허니와 클로버’,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의 카세 료는 등장 시간이 짧아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박치기!’에서 전설적인 레슬러 김일의 젊은 시절을 연기했던 재일 동포 배우 조민화(일본명 조 타미야스)가 일본어를 잘 모르는 중국 출신 청년으로 등장한 것도 인상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