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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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디악 - 미치도록 잡고 싶었다, 당신은 누구인가 영화

세븐 - 음울한 도시가 진범(眞犯)인 걸작 스릴러
파이트 클럽 - 우리는 세상의 쓰레기다

1960년대 후반부터 캘리포니아 일대에서 벌어진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 조디악을 잡기 위해 형사 토스키(마크 러팔로 분)와 신문만화가 그레이스미스(제이크 질렌할 분)가 동분서주하지만 증거가 늘어날수록 범인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는 더욱 희박해집니다. 토스키를 비롯한 경찰이 거의 포기 상태에 도달하자 그레이스미스는 홀로 살인범에 관한 조사에 더욱 매진하게 됩니다.

데이빗 핀처의 ‘조디악’은 그의 전작과는 확실히 구별됩니다. ‘세븐’, ‘파이트 클럽’, ‘패닉룸’이 현란한 카메라 워킹과 반전에 기반한 강렬한 작품이라면 ‘조디악’은 중간에 한 번 등장하는 벽에 조디악의 필체가 합성되는 장면을 제외하고는 현란한 카메라 워킹이나 특별한 반전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초반에만 몇 번 등장하는 살인 장면은 화려하기보다 도리어 담담하고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더욱 긴장을 자아냅니다. 효과음이나 음악을 통해 치졸한 공포를 자아내기보다 살인 그 자체의 잔혹함에 집중합니다. 걸작 ‘세븐’이 짧은 시간적 배경 동안 지나칠 정도로 완벽하게 아귀가 맞아떨어지는 신화적인 공간 속의 스릴러였다면 ‘세븐’의 원형이 된 실제 미제 연쇄 살인 사건을 영화한 ‘조디악’은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로 집요하게 긴 시간 동안(무려 30년 이상) 사건을 추적하며 결말조차 미진함을 남깁니다.

국내 홍보사의 카피 문구처럼 ‘조디악’은 ‘살인의 추억’을 연상케 하는 작품입니다. 실재했던 연쇄 살인 사건을 영화화하여, 사건 초반에는 언론이 집중적인 관심을 보였지만 이후 사람들에게 잊혀진 점을 비롯하여, 살인 장면에서 범인으로 분해 등장하는 배우도 한 명이 맡은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이고, 주인공은 범인을 추적하다 서서히 자아 붕괴의 과정을 겪는 것(제이크 질렌할보다 폴 에이브리 역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연기가 더욱 극적입니다.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한 장면을 위해 뱃살을 찌운 노력도 인상적입니다.), 심지어 범인으로 확신했던 용의자가 물증이 부족해 풀려나는 등 전체적인 내러티브나 분위기가 ‘살인의 추억’과 대단히 흡사합니다. 경찰 내부의 엉성한 수사망이나 블랙 유머조차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지 범인이 직접적으로 주인공을 위협하거나 감정적으로 관객을 격앙시키지 않고 냉정함을 유지한다는 점은 ‘조디악’만의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점점 과작이 되어가는 젊은 거장 데이빗 핀처가 ‘패닉룸’ 이후 왜 4년 만에 ‘조디악’을 스크린에 걸었는지에 대해서는 마치 영화 속 범인의 실체처럼 뾰족한 해답을 찾기 어렵습니다. ‘세븐’에 대한 애착에서 ‘조디악’이 출발한 것인지, 아니면 한국의 영화 평론가들이 추측하듯이 ‘살인의 추억’을 보고 나름대로 자극과 영감을 얻어서인지, 그것도 아니면 추측이 불가능한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못내 궁금합니다. ‘살인의 추억’에서 봉준호 감독의 궁극적인 주제 의식이 군사정권의 무능이었다면 ‘세븐’을 비롯해 데이빗 핀처는 인간 존재의 비루함에 초점을 맞춘 작품을 만들어 왔는데 ‘조디악’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덧글

  • 돌다리 2007/08/17 13:23 #

    올해 깐느에서 상을 받았었으면 했던 미국 작품.. 이번 깐느쪽은 미국 작품은 찬밥신세였어서..
  • SAGA 2007/08/17 16:24 #

    어제 오랜만에 영화관가서 본 작품이지요. 뭔가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지만 그래도 흥미를 가지고 보았습니다. 마지막 장면의 그레이스미스의 표정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군요.
  • 디제 2007/08/18 09:41 #

    돌다리님/ 최근에는 최소한 국내에서만큼은 아카데미나 깐느가 흥행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듯 합니다. 어찌보면 바람직한 현상일 수도 있고요.
    SAGA님/ 마지막 40분 정도가 압권이고 그 이전에는 약간 지루할 수도 있죠. 하지만 힘이 있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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