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 크라이테리언 dvd와 양조위 사인 엽서
같은 날 이웃으로 이사 오게 된 두 남녀가, 자신의 배우자가 이웃집 사람과 바람을 피우게 되자, 동병상련의 처지에서 친해지다 사랑에 빠진다는 ‘화양연화’의 스토리는 진부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KBS의 금요 드라마인 ‘사랑과 전쟁’에 자주 등장하는 ‘맞바람’쯤 되는 소재인데 ‘사랑과 전쟁’에서는 코믹하거나 추악하게 그려지지만 ‘화양연화’에서는 예상치 못한 사랑이 찾아온 것에 대해 고뇌하며 망설이는 기혼 남녀의 심리 묘사가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사실적으로 그려져 공감을 자아내며 결코 코믹하거나 추악하기 보다는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왕가위의 작품 스타일을 크게 둘로 나눈다면 하나는 빠름이고 다른 하나는 느림입니다. ‘열혈남아’, ‘중경삼림’ 은 핸드 헬드의 정신없는 카메라 워킹으로 대표되는 빠름의 정서가 돋보이는 작품이며 ‘아비정전’, ‘타락천사’는 느림의 정서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동사서독’은 빠름과 느림이 적절히 혼합된 작품입니다. 특히 ‘동사서독’의 빠름을 대표하는 것은 홍칠공(장학우 분)이고 느림을 대표하는 것은 장님 무사(양조위 분)인데 그 양조위가 ‘화양연화’의 주연을 맡아 ‘동사서독’의 느림의 정서를 그대로 이어옵니다. 특히 아내가 바람을 피우는 가운데 새로운 사랑에 빠지지만 비참한 결말을 맞는다는 점도 닮았습니다. 2000년 개봉 당시 극장에서 보았을 때는 잘 몰랐습니다만 ‘화양연화’의 dvd를 두 번이나 연속으로 돌려보니 양조위도 이제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실감나더군요. (양조위의 뽀송뽀송한 모습은 ‘첩혈가두’를 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거의 꽃미남 수준이죠.) 하지만 선해보이는 눈빛과 진지한 연기는 양조위만의 매력입니다. ‘화양연화’처럼 두 배우가 극의 전부를 이끌어가다 시피하는 작품에서 배우의 연기가 달린다면 영화는 3류에 머물고 말텐데 양조위와 장만옥의 연기는 결코 감정의 과잉이나 부족함이 없이 최고의 배우답게 훌륭합니다. 작품 내에서 수많은 종류의 치파오(차이나 드레스)을 입고 등장하는 장만옥은 고혹적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장만옥의 대담한 치파오와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인 붉은 계통의 화려한 실내 세트가 조화를 이루어 프랑스 영화의 전통을 계승한 것처럼 보이는 치밀하고 정교한 미장센 덕분에 컷 하나하나가 회화처럼 느껴지는 ‘화양연화’는 미장센을 공부하기에도 좋은 작품입니다.
비주얼만 화려했다면 ‘화양연화’를 결코 훌륭한 작품으로 보기에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럴 경우 최근 개봉중인 ‘연인’처럼 ‘빈껍데기’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꽃이 만발하는 가장 아름다운 시기’라는 뜻의 노래 ‘화양적연화’에서 비롯된 제목 ‘화양연화’처럼, 두 남녀는 자신들이 고통받고 있던 순간들이 매우 느리게 흘러가는 듯 느꼈지만 실은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순간이었으며 이제는 흘러가버려 볼 수는 있지만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 앞에 모든 것이 사라져 버렸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화양연화’에는 슬로우 모션과 시계를 클로즈 업하는 장면이 자주 눈에 띕니다. 인간이라는 특이한 동물은 자신이 불행하다는 것은 그 순간 느낄 수 있지만 행복한 순간만큼은 그 순간이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지나고 나서야 후회하기 마련이니까요.
크라이테리언의 ‘화양연화’ dvd에서 영화 본편은 5.0ch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리어나 서브 우퍼를 쉴 새 없이 울려대는 영화는 아니지만 비가 오는 장면이나 시장에서의 시끌벅적한 배경음은 그런대로 잘 살려내고 있습니다. 붉은 색의 색감을 선명하게 살려내는 화사한 화질만큼은 흠잡을 곳이 없습니다. 이미 극장에서 한 번, 케이블 TV에서 한 번 더 보았지만 그래도 세세한 심리의 선을 따라가고 싶어서 dvd 도착 이후 한 번은 영어 자막(한글 자막은 당연히 없습니다. 신기한 것은 코드 1이 아니라 코드0더군요.)을 보며 스토리를 따라가고 다시 한 번 화면과 연기를 위주로 감상했습니다. 첫 번째 디스크에는 왕가위 감독의 코멘터리가 포함된 삭제 씬이 수록되어 있는데 재미있는 장면이 몇몇 등장합니다. 양조위가 분한 모와 장만옥이 분한 찬이 옷을 벗다가 도저히 할 수 없어서 자신들의 배우자는 어떻게 동침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포기하지만 뒤에 가서 결국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소리만 아주 짧게 납니다. 다른 삭제 씬에서는 영화 본편의 배경이 되었던 1962년으로부터 10여년이 흘러 1970년대가 되어 양조위는 이혼을 하고 다른 여자 친구를 사귀지만 여전히 장만옥을 잊지 못하자 여자 친구가 예전의 집으로(이 집은 장만옥이 아예 인수한다는 것이 영화 본편에서도 묘사되죠.) 들어와 어떤 여자인지 확인하고 양조위와 언쟁을 벌이는 장면도 나옵니다. 그리고 양조위와 장만옥이 앙코르 와트에서 우연히 재회하는 장면도 있습니다. 재미는 있지만 영화 본편의 흐름을 위해서는 삭제한 것이 바른 선택이라고 생각됩니다.
‘2046’의 개봉을 앞두고 ‘화양연화’를 구입해 보았습니다만 어쩐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도합 네 번이나 보았지만 글도 매끄럽게 나가지 않는 군요. 왕가위의 영화를 언어로 분석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화양연화’에서 양조위가 2046호에 머물면서 장만옥과 상의해 가며 썼던 무협 소설이 바로 ‘2046’인데 이제 그 실체도 한 달 정도만 기다리면 공개되겠군요.

왕가위의 작품 스타일을 크게 둘로 나눈다면 하나는 빠름이고 다른 하나는 느림입니다. ‘열혈남아’, ‘중경삼림’ 은 핸드 헬드의 정신없는 카메라 워킹으로 대표되는 빠름의 정서가 돋보이는 작품이며 ‘아비정전’, ‘타락천사’는 느림의 정서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동사서독’은 빠름과 느림이 적절히 혼합된 작품입니다. 특히 ‘동사서독’의 빠름을 대표하는 것은 홍칠공(장학우 분)이고 느림을 대표하는 것은 장님 무사(양조위 분)인데 그 양조위가 ‘화양연화’의 주연을 맡아 ‘동사서독’의 느림의 정서를 그대로 이어옵니다. 특히 아내가 바람을 피우는 가운데 새로운 사랑에 빠지지만 비참한 결말을 맞는다는 점도 닮았습니다. 2000년 개봉 당시 극장에서 보았을 때는 잘 몰랐습니다만 ‘화양연화’의 dvd를 두 번이나 연속으로 돌려보니 양조위도 이제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실감나더군요. (양조위의 뽀송뽀송한 모습은 ‘첩혈가두’를 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거의 꽃미남 수준이죠.) 하지만 선해보이는 눈빛과 진지한 연기는 양조위만의 매력입니다. ‘화양연화’처럼 두 배우가 극의 전부를 이끌어가다 시피하는 작품에서 배우의 연기가 달린다면 영화는 3류에 머물고 말텐데 양조위와 장만옥의 연기는 결코 감정의 과잉이나 부족함이 없이 최고의 배우답게 훌륭합니다. 작품 내에서 수많은 종류의 치파오(차이나 드레스)을 입고 등장하는 장만옥은 고혹적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장만옥의 대담한 치파오와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인 붉은 계통의 화려한 실내 세트가 조화를 이루어 프랑스 영화의 전통을 계승한 것처럼 보이는 치밀하고 정교한 미장센 덕분에 컷 하나하나가 회화처럼 느껴지는 ‘화양연화’는 미장센을 공부하기에도 좋은 작품입니다.
비주얼만 화려했다면 ‘화양연화’를 결코 훌륭한 작품으로 보기에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럴 경우 최근 개봉중인 ‘연인’처럼 ‘빈껍데기’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꽃이 만발하는 가장 아름다운 시기’라는 뜻의 노래 ‘화양적연화’에서 비롯된 제목 ‘화양연화’처럼, 두 남녀는 자신들이 고통받고 있던 순간들이 매우 느리게 흘러가는 듯 느꼈지만 실은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순간이었으며 이제는 흘러가버려 볼 수는 있지만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 앞에 모든 것이 사라져 버렸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화양연화’에는 슬로우 모션과 시계를 클로즈 업하는 장면이 자주 눈에 띕니다. 인간이라는 특이한 동물은 자신이 불행하다는 것은 그 순간 느낄 수 있지만 행복한 순간만큼은 그 순간이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지나고 나서야 후회하기 마련이니까요.
크라이테리언의 ‘화양연화’ dvd에서 영화 본편은 5.0ch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리어나 서브 우퍼를 쉴 새 없이 울려대는 영화는 아니지만 비가 오는 장면이나 시장에서의 시끌벅적한 배경음은 그런대로 잘 살려내고 있습니다. 붉은 색의 색감을 선명하게 살려내는 화사한 화질만큼은 흠잡을 곳이 없습니다. 이미 극장에서 한 번, 케이블 TV에서 한 번 더 보았지만 그래도 세세한 심리의 선을 따라가고 싶어서 dvd 도착 이후 한 번은 영어 자막(한글 자막은 당연히 없습니다. 신기한 것은 코드 1이 아니라 코드0더군요.)을 보며 스토리를 따라가고 다시 한 번 화면과 연기를 위주로 감상했습니다. 첫 번째 디스크에는 왕가위 감독의 코멘터리가 포함된 삭제 씬이 수록되어 있는데 재미있는 장면이 몇몇 등장합니다. 양조위가 분한 모와 장만옥이 분한 찬이 옷을 벗다가 도저히 할 수 없어서 자신들의 배우자는 어떻게 동침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포기하지만 뒤에 가서 결국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소리만 아주 짧게 납니다. 다른 삭제 씬에서는 영화 본편의 배경이 되었던 1962년으로부터 10여년이 흘러 1970년대가 되어 양조위는 이혼을 하고 다른 여자 친구를 사귀지만 여전히 장만옥을 잊지 못하자 여자 친구가 예전의 집으로(이 집은 장만옥이 아예 인수한다는 것이 영화 본편에서도 묘사되죠.) 들어와 어떤 여자인지 확인하고 양조위와 언쟁을 벌이는 장면도 나옵니다. 그리고 양조위와 장만옥이 앙코르 와트에서 우연히 재회하는 장면도 있습니다. 재미는 있지만 영화 본편의 흐름을 위해서는 삭제한 것이 바른 선택이라고 생각됩니다.
‘2046’의 개봉을 앞두고 ‘화양연화’를 구입해 보았습니다만 어쩐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도합 네 번이나 보았지만 글도 매끄럽게 나가지 않는 군요. 왕가위의 영화를 언어로 분석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화양연화’에서 양조위가 2046호에 머물면서 장만옥과 상의해 가며 썼던 무협 소설이 바로 ‘2046’인데 이제 그 실체도 한 달 정도만 기다리면 공개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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