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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네프의 연인들 - 사랑은 공범의식 영화

공사 중인 퐁네프 다리에서 노숙하는 곡예사 알렉스(드니 라방 분)는, 화가였지만 시력을 잃어가는 미셸(줄리엣 비노쉬 분)과 사랑에 빠집니다. 미셸은 이전 남자친구를 잊지 못하지만 알렉스의 사랑을 차츰 받아들입니다.

레오 카락스의 3부작의 세 번째 작품인 1991년작 ‘퐁네프의 연인들’은 90년대 초반 학번들에게는 교양처럼 군림했던 작품입니다. 당시 대학에서는 저열한 화질에 자막도 없는 비디오테잎을 대학 축제나 소모임 상영회에서 틀곤 했는데 레오 카락스의 전작인 ‘소년, 소녀를 만나다’와 ‘나쁜 피’는 주 메뉴였습니다. (소위 ‘아트 무비’와 재즈를 즐기던 90년대 중반까지의 문화적 취향이 일종의 선망 의식에서 비롯된 속물적인 것일 수도 있지만 IMF 이후 이러한 마이너 취향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천박한 주류 유행만이 판을 치게 되었으며 현재까지 이런 유행이 변함 없다는 점은 안타깝습니다.) 단순하지만 강렬한 사랑 이야기를 독특한 스타일로 풀어나가는 것이 레오 카락스의 장기인데 ‘퐁네프의 연인들’은 세 연작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작품입니다.

사랑은 공범의식입니다. 알렉스와 미셸은 노숙을 하며 음주, 절도, 방화 등을 일삼지만 그들의 행각은 치기어린 것으로 보이며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의 워렌 비티와 페이 더너웨이 커플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입니다. 게다가 이들의 행각을 직선적으로 수용하는 것보다는 사랑은 두 사람만의 어린애 장난으로 은유적인 관점에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이 장난기와 행복으로 가득한 것만은 아닙니다. 알렉스는 자신의 사랑을 불에 담아 내뿜지만 시력을 잃어가는 미셸은 알렉스의 불꽃같은 사랑을 똑똑히 응시하지 못합니다. 미셸이 떠나자 집착을 버리지 못한 알렉스는 미셸이 남긴 권총으로 자해하는데, 관객은 미셸이 살인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하기 보다는 알렉스가 손가락을 잃었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숨길 수 없게 됩니다. 러닝 타임의 3/4 이상을 꾀죄죄했던 미셸이 돌아와 알렉스를 만날 때, 줄리엣 비노쉬의 청순하면서도 신비한 외모가 빛을 발합니다. 그리고 미셸이 알렉스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것으로 둘의 사랑은 완성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느강에 몸을 던져 모래 운반선에 몸을 싣고 르 아브르로 떠나는 장면은 둘의 사랑이 퐁네프 다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시작함을 암시합니다.

‘퐁네프의 연인들’은 머리가 아니라 눈과 가슴으로 보는 영화입니다. 내러티브는 단순하지만, 몸을 사리지 않는 두 연인의 사랑을(레오 카락스의 페르소나로 독특한 용모와 땅딸막한 체형의 드니 라방의 연기는 짙은 호소력을 내뿜습니다.), 프랑스 혁명 200주념 기념 불꽃놀이와 같은 압도적인 비쥬얼과 함께 마음으로 본다면, 헐리우드의 영화의 판에 박힌 내러티브에 굳어진 취향이 조금이나마 숨통을 티울 수 있을 것입니다.

덧글

  • dcdc 2007/05/31 16:52 #

    너무너무 강렬했다, 란 기억만 남아 있는 영화입니다 ^^; 언제 다시 봐야 겠어요.
  • SAGA 2007/05/31 22:13 #

    아는 형님이 '꼭 봐라! 절대 봐라!'라고 추천을 해주셨는데 여태껏 미루기만 할 뿐 보질 않고 있군요. 언제 시간을 내서 한번 봐야겠습니다.
  • 디제 2007/06/01 14:23 #

    dcdc님/ 보고 나면 뭔가 허한 기분이 듭니다...
    SAGA님/ 좋은 작품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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