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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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 무협 멜러를 표방한 신파극 영화

‘영웅’ 이후 장이모우의 작품 세계는 180° 선회라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붉은 수수밭’, ‘귀주 이야기’ 같은 작품으로 중국 정부(공산당)와 관계가 소원했던 그가 갑작스레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 하에 ‘영웅’의 시사회를 가지면서 ‘영웅’의 개봉 당시 작품의 정치적 함의에 대해 상당한 논란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1990년대 들어와 홍콩 반환을 전후해 중화권(중국, 대만, 홍콩을 모두 포함)에서 무협 영화의 제작 열기는 사그러 들었지만 그래도 왕가위의 ‘동사서독’이나 이안의 ‘와호장룡’ 등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은 작품들로 그런대로 명맥은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그 명맥을 이어줄 것이라 믿었던 ‘영웅’은 이연걸, 양조위, 장만옥, 장쯔이, 견자단의 초호화 캐스팅과 화려한 색감, 인상적인 결투 씬이 돋보였지만 정치적으로는 진시황이라는 독재자에 대한 향수와 이를 공산당에 대한 옹호 및 대만 침공 정당화로 연계 짓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고 이 때문에 ‘동사서독’, ‘와호장룡’으로 눈높이가 한껏 올라간 무협 영화팬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었습니다.

‘영웅’의 후속작인 ‘연인’(원제는 ‘십면매복’)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웅’만도 못한 영화입니다. 스케일은 ‘영웅’보다 작습니다. 비도문과 관군의 대규모 대결이 종반을 장식할 줄 알았습니다만 관군이 비도문의 은거지로 진격하는 씬 이외에는 더 이상 다루지 않아서 촬영은 해놓고 편집에서 제외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비도문의 우두머리의 정체도 밝혀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비장함을 자극하기 위해 설원에서 벌어지는 최후의 결투 장면은 어마어마한 눈보라가 몰아치는데도 불구하고 등장인물들의 풀어헤쳐진 머리카락이 미동도 안 해서 CG티가 너무 납니다. 너무 말라서 광대뼈와 홀쭉한 뺨이 도드라지는 장쯔이의 관습적인 연기도 후반부에서는 질리더군요. 한국의 주말 드라마 수준의, 전혀 사실적이지 않은 키스 씬(사랑하기 때문에 입을 맞추는 것 같지 않고 두 배우가 촬영 들어가서 일이니까 한다,는 식으로 밋밋합니다.)이나 러브 씬(바싹 마른 장쯔이의 노출을 극력 피하기 위해 애쓰는 두 남자 배우의 연기가 애처로울 정도입니다.)도 감정 이입을 방해합니다. 특히 등장 인물들의 감정의 선이 정작 진지해 할 부분에서 관객들의 실소를 자아낼 정도로 신파조여서 초반부의 흥미진진함을 중반 이후에서 망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연인’이 극장에서 보기에 돈이 아까울 정도라는 뜻은 아닙니다. 붉은 색, 초록 색, 노란 색 등 우직하게 단색으로 밀어붙여 단조로웠던 ‘영웅’에 비해 다양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야외 촬영과 복잡하면서도 화려한 세트 촬영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 볼만한 색감의 화면을 선사합니다. 발레를 배운 경력을 멋지게 활용하는 기방에서의 장쯔이의 춤은 매우 매력적이어서 객석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오더군요. 가장 인상적인 것은 다른 모든 단점을 상쇄할만한 대나무 숲에서의 결투였습니다. 대나무 숲에서의 결투라면 떠오르는 것이 ‘와호장룡’과 ‘수병위인풍첩’이 있었는데 ‘와호장룡’에서는 와이어 액션 티가 지나치게 나서 조금 거슬렸었고 애니메이션 ‘수병위인풍첩’에서는 쥬베이와 장님 무사의 대결이 멋있었지만 너무 짧은 감이 있었습니다. ‘연인’의 대나무 숲 결투는 대나무 특유의 속성을 활용해 여러 가지 장면을 연출하며 대나무가 바람을 가르며, 부딪치고, 꽂히며, 부서지는 음향을 적절히 삽입해 최고라 할만 합니다.

용두사미 팝콘 무비가 되어버린 ‘연인’은 원제인 ‘십면매복’보다는 차라리 한국에서 개봉하며 지은 제목인 ‘연인’쪽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주인공들이 내리는 판단은 ‘십면매복’의 절박함과 고뇌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뜬금없이 돌발적인 감정과 반전에 얽매이고 있으니까요. ‘영웅’ 이후 실망스런 행보를 보여주는 장이모우에게 굴절 투성이인 중국 사회를 투영하는 작품을 제작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이제 그만 접어야할 것 같습니다.

덧글

  • 처ㄹ 2004/09/13 01:43 #

    친구들이 한국에서는 연인이 상영되는데 이제와 영웅을 보고있냐며 핀잔을 주었지만, 영웅을 극장에서 이제 보았습니다. 노란은행잎의 설의 붉은 옷은 너무나 아륻답더군요(장만옥의 이름이 snow라는 영어자막과 이연걸의 Master Nameless 라는 이름은 많이 웃겼습니다).
  • swordman 2004/09/13 09:12 #

    듀나의 평에 의하면 "비도문의 두목을 연기할 예정이었던 매염방이 사망하는 통에 이 캐릭터의 비중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고 하더군요. 꽃발 날리는 장면을 찍으려 벌판에 일년 전부터 꽃을 심어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사스 때문에 출국이 늦어지는 통에 계획이 엉망이 되었다고 하고요. 막판에 갑자기 눈발이 흩날리는 중국식 뻥도 원래는 의도되었던 장면이 아니라고 해요. 영화 찍을 때 정말로 그렇게 눈이 잔뜩 내려서 어쩔 수 없이 설정인 척 밀어붙인 거라나요."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CG는 아니라는 얘기 아닐까요?
  • 니나 2004/09/13 09:37 #

    항상 뒤끝이 문제인것인지.
    대나무 숲 결투에서도 수도없이 빗발치던 대나무가 두 주인공이 포박되자 갑자기 떨어졌는지 하나같이 대나무를 분주하게 잘라내던 장면에서 웃음을 멈출수없었는데요. -_-;;
    다이하드식의 장쯔이나.. 으음..
  • 사이키버밀리언 2004/09/13 09:54 #

    네, 사실 저는 하도 코미디라는 소릴 많이 들어서 별로 기대를 안하고 본게 그나마 다행이었달까요.-_-;
    계절변화와 비도문의 역할 축소는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곤 하지만 스토리가 웃기게 변해버린 것만은 사실이죠.;;

    참. 트랙백합니다.^^;
  • 디제 2004/09/13 10:18 #

    처ㄹ님/ Master Nameless라... 아마 이연걸의 배역 이름이 無名이었죠. 그래도 '영웅'이 '연인'보다 낫습니다.
    swordman님/ 그런 일화가 있었군요. 눈에 관한 제 언급은... 쌓인 눈은 진짜가 분명한데 뿌려대는 눈은 가짜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눈보라에 옷깃과 머리카락이 고정되어 있는 건 좀 황당하거든요.
    니나님/ 중국식 과장이나 신파가 한국인들에게는 개그로 비춰진 거죠. 한국 영화가 그 정도 이상의 레벨은 되었다는 이야기도 되고요.
    사이키버밀리언님/ 저도 큰 기대를 안하긴 했는데 그 것과는 무관하게 황당한 영화였더군요. 트랙백 환영합니다.
  • Redblur 2004/09/13 11:11 #

    영화 평을 어디선가 본듯해요...
    액션과 무협은 최고이나...사랑얘긴 꽝이라는...
    이 평이 맞나 -0- 아무튼 어딘가 언발란스하단 말이겠죠...
  • 노마드 2004/09/13 16:20 #

    "'영웅'만도 못한 영화"..동감합니다.
    대체 [귀주이야기]나 [국두]의 명민한 장예모는 어디로 사라졌단 말입니까...ㅠ.ㅠ
  • cottonclub 2004/09/13 17:15 #

    트랙백한 걸 보고 왔습니다.
    영화 보고 나서 어이가 좀 없더군요.설마 또 영상에만 치우친 영화는 아니겠지...하는 우려를 했더랬는데 말이죠.
    아무리 시각적인 아름다움에 약한 저로서도 이뻐할 수 없는 영화입니다.죽림에서도 공감할 수 없는 장면이 몇 있어서인지 그리 멋져 보이진 않더라고요. 눈 내리는 장면으로의 전환은 눈이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해도 사실 너무 어색합니다.
    이러 저러해도 초반,여주인공이 소매자락으로 북을 치며 춤을 추는 장면은 멋지더군요.
  • 디제 2004/09/13 17:41 #

    Redbiur님/ 시각과 청각은 만족시켜주지만 두뇌는 전혀 만족시켜주지 못하더군요.
    노마드님/ 장이모우가 옛 작품 세계로 돌아오는 것은 이제 힘들지 않을까요.
    cottenclub님/ 소매자락으로 북을 치는 것도 사실은 과장이지요. 멋진 장면이긴 했는데 자세히 보니 대역을 쓴 장면도 있는 것 같더군요.
  • marlowe 2004/09/13 17:45 #

    저는 '영웅'보다 '연인'을 더 좋게 봅니다. (둘 다 별로이긴 하지만...)
    '영웅'은 무엇보다 그 밑에 깔린 정치적 메시지가 싫습니다.
    진시황제의 업적은 저도 인정하지만, 그걸 영화로 홍보하는 건...
    '연인'은 그에 비해, 정치색을 최대한 배제해서 거부감은 덜 합니다. 액션장면들간의 수준차이도 고르고....
    그런데, 왜 남자주인공들은 강간미수범에서 갑자기 순애보의 주인공이 되는 건지 원....
    (유덕화가 왜 출연승락을 했는 지 모르겠네요. 장자이, 금성무에 비해 한참 밀리는 배역인 데....)
  • LiUM 2004/09/13 19:30 #

    트랙백을 타고 왔습니다. 그나마 연인을 이끌어가는건
    화려한 의상과 중국의 자연과 장쯔이의 재능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춤...딱 이정도일까요...
    물론 그마저도 영화 자체의 부족함을 무마하기엔...역부족이였습니다..
  • 디제 2004/09/13 23:42 #

    marlowe님/ 정치적으로 불순한 영화보다는 팝콘 무비가 더 낫다는 말씀이시군요. 동감합니다. 하지만 (정치적) 메시지를 제외한다면 '연인'보다는 '영웅'이 더 제대로 된 내러티브를 가진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LiUM님/ 그나마 장쯔이의 매력도 중반 이후에는 사라져 버리죠. 화려한 의상도 마찬가지고요.
  • muse 2004/09/14 01:51 #

    영화 연인에 관한 평가들이 다양하네요^^
  • 해변의카프카 2004/09/14 02:25 #

    트랙백 타고 왔네여~ 움... 어떤 감독이든 최고의 전성기가 있나바여.. 장이모는 이제 전성기가 지난건가~~ 더이상 보여줄게 없는거 같기도 하고...
  • sola 2004/09/14 10:33 #

    장쯔이 춤출때 북치러사람들우르르몰려나올때부터웃더니 마지막에 박치기할대는 박수치면서 웃더라구요 사람들이....... 처음에 눈내리기시작하는 장면은 CG같지만 나중에는 진짜던데 머링에도싸이고 눈도재대로못뜨구요
  • 디제 2004/09/14 10:51 #

    해변의 카프카님/ 그래도 저렇게까지 작품 세계가 선회하는 감독은 드문데... 아쉽죠. 중국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가진 감독이 중국 체제를 생각하면 나오기 힘든데 이제 장이모우마저 그런 시각을 포기해서요.
    sola님/ 제가 관람했을 때에 비해서 훨씬 활발한(?) 관람 태도였군요. 제가 봤을 때에는 그렇게 많이 웃지는 않던데... 하지만 다른 분들 감상기 읽어봐도 정말 많이 웃었다고 하던데요.
  • 마르스 2004/09/20 19:36 #

    올해의 최고의 코미디 영화가 아니었나 싶어요...
    저도 눈에 대해 한마디 하자면 촬영을 여러날에 걸쳐서 하게되었는데, 후반부 촬영시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초반부 촬영본에 CG를 추가할 수 밖에 없었다고 들었어요.
  • 디제 2004/09/20 19:56 #

    마르스님/ 코미디인 줄 몰랐고 그렇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코미디가 되면 좀 고통스러운 법이죠. ^^
  • 재롱바라기 2004/11/30 10:56 #

    마지막에 공포영화였다죠..;;;
  • 자유인 2005/11/21 05:09 # 삭제

    잘 읽었습니다. 다시 생각되는 부분들도 있군요.
    저는 다른 관점으로 영화를 봤네요. 트랙백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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