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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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 소통이 불가능한 답답한 사랑 영화

빈집 -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김기덕 영화

젋은 죄수(강인형 분)의 짝사랑을 받는 사형수 장진(장첸 분)은 송곳으로 스스로 목을 찔러 자살을 기도하지만 부상을 입고 죽지는 않습니다. 장진의 옛 연인 연(지아 분)은, 바람을 피우는 남편 정(하정우 분)에게 알리지 않고 장진을 만나러 교도소에 갑니다. 연은 장진을 위해 네 계절을 느낄 수 있도록 면회실을 도배하고, 계절 옷을 입고, 노래를 불러줍니다.

김기덕 감독의 14번째 영화 ‘숨’은 네 연인의 엇갈리는 사랑을 묘사한 작품입니다. 평소 까끌거리는 김기덕 감독의 작품답게 대사가 적고 분위기가 무겁기 때문에, 러닝 타임이 짧고 이전 작품들에 비해 부드러워졌다고는 하지만 결코 만만히 볼 수 있는 작품은 아닙니다. 특히 ‘괴물’ 발언 파문으로 은퇴를 번복한 이후 첫 번째 연출작임을 감안하면 김기덕 감독이 절치부심하고 내놓은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네 사람의 사랑은 엇갈립니다. 젊은 죄수는 장진을 사랑하지만 장진은 연을 사랑하며, 연에 무관심하며 바람을 피우던 남편 정은 연이 장진을 사랑하는 것을 알게 되자 연의 사랑을 되찾으려 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연이 장진의 옛 연인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둘은 모르는 사이였고 우연히 뉴스에서 본 사형수 장진의 자살 소식에 연이 만나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둘이 처음(혹은 오랜만에) 만나는 장면에서도 두 사람은 구면 같지 않습니다. 홍콩의 세계적인 배우 장진은 목을 찔러 자해했다는 설정으로 대사가 한 마디도 없는데 주인공인 그가 대사가 없다는 것부터 소통할 수 없는 현대인의 답답한 사랑이 주제임을 증명합니다.

사랑과 소통만이 소재라면 김기덕 영화를 까칠하다고 보기 어렵지만 김기덕 영화답게 갇힌 자와 그를 바라보는 관음증, 유혈이 낭자한 자해, 폭력, 섹스 등이 뒤섞여 있습니다. 김기덕 감독이 직접 출연한 보안과장의 관음증적 시선은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불평등한 정치적 관계를 미셸 푸코의 판옵티콘 개념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합니다.

하지만 의외로 관객의 웃음을 유발하는 유머가 드러납니다. 연이 장진을 찾아가 봄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봄, 봄, 봄, 봄이 왔어요’를 부르며 율동을 섞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생뚱맞아 우스운데 여기에 맞춰 얼굴이 드러나지 않는 보안과장 역의 김기덕이 몸짓을 하는 것은 더욱 웃깁니다. 지아가 어린아이 같은 노래와 율동뿐만 아니라 그와는 극단적으로 정반대인 허무한 분위기의 연기도 소화하는 것을 보면 연극계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답게 스펙트럼이 넓습니다. 사실 일반적인 한국 여배우들이나 탤런트들과는 확실히 다른 이미지의 배우이고 가혹하게 표현하면 1970년대 스타일의 외모이지만 그런 면에서 도리어 당시를 풍미했던 장미희와 느낌이 비슷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