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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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셰퍼드 - 미국의 실체와 애국심의 허상에 대한 고발 영화

예일 대학 재학 중 FBI의 끄나풀 노릇을 하던 에드워드(맷 데이먼 분)는 대학을 졸업하고 설리반 장군(로버트 드 니로 분)의 권유에 의해 본격적으로 첩보 업무에 종사하게 됩니다. 아무도 믿지 못한 채 목숨을 내걸어야 하는 첩보 업무 속에서 그는 아내 마가렛(안젤리나 졸리 분)과 외아들과도 담쌓고 지내며 더욱 냉정한 인물로 변해갑니다.

로버트 드 니로의 세 번째 감독작 ‘굿 셰퍼드’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스파이의 삶을 두 시대로 쪼개 묘사한 작품입니다. 러닝 타임이 무려 167분에 이르는데다가 액션이나 반전이 사실상 없고 (반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스파이 장르에 익숙하다면 그 정도는 이미 초반부터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합니다.) 건조하게 전개되기 때문에 자칫 지루함을 느끼기 쉽습니다. 게다가 에드워드가 왜 정보 업무에 종사하게 되었으며,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왜 빠져나오려 하지 않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애국이라는 미명 하에 살인과 고문을 서슴지 않는 첩보 업무에 대해 정작 에드워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조차 제대로 묘사되지 않은 것도 단점입니다.

하지만 단점에도 불구하고 ‘굿 셰퍼드’는 몇 가지 장점들을 지니고 있습니다. 극단적인 선택과 상황에 놓인 주인공조차 감정을 자제하는 건조함과 절제됨은 오히려 관객의 심금을 자극합니다. 스파이 전쟁 속에서 벌어지는 폭력을 미화하지 않고 감정을 자제하는 것은 결코 첩보 행위가 ‘007’ 시리즈처럼 멋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일깨우며 사실적으로 접근하기에 높이 평가할만 합니다. 이런 점에서 영화의 분위기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뮌헨’과 상통하는 측면이 있는데 ‘뮌헨’과 '굿 셰퍼드' 모두 각본을 에릭 로스가 담당했습니다.

조직과 가족을 위해 목숨을 바치던 사내가 도리어 가족을 팽개쳐야만 하는 상황을 강요받는다는 점에서는 감독인 드 니로가 시리즈 2편에 출연했던 ‘대부’ 시리즈를 연상케 합니다. ‘대부’가 마피아 영화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실은 미국이라는 국가에 대한 거대한 은유였으며 강렬한 정치 영화였음을 감안하면 ‘굿 셰퍼드’ 또한 미국이라는 국가와 애국심의 실체가 사실은 허구적이며 비뚤어진 것이라는 점을 고발하는 측면에서 비슷한 맥락의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디파티드’에서 실망스러운 캐릭터로 등장했던 (이것은 각본의 한계와 그의 연기의 한계의 절반씩의 책임입니다.) 맷 데이먼은 두꺼운 안경을 끼고 등장해 무슨 생각을 하며 무슨 낙으로 살아가는지 알 수 없는 냉정하면서도 불행한 사나이를 연기합니다. 안젤리나 졸리는 노역 분장까지 하며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영화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캐스팅입니다. 남자들의 이야기인 만큼 선 굵은 남자 배우들이 다수 출연했는데 빌리 크루덥은 ‘미션 임파서블 3’의 이미지대로 다시 등장하며, 알렉 볼드윈, 윌리엄 허트, 존 터투로 등 굵직한 배우들과 감독인 드 니로가 조연으로, 그리고 드 니로와 함께 ‘좋은 친구들’에 출연했던 조 페시도 카메오로 등장합니다.

덧글

  • 동사서독 2007/04/23 20:58 #

    잘 읽었습니다.

    한국으로 비유하면,
    대학 재학 시절 프락치 알바를 했던 명문대생이 안기부에 스카웃되고,
    '정의사회구현'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치려 하는.... 설정이로군요.
  • THX1138 2007/04/23 21:08 #

    영화 재미있게 봤어요
    특히 맷 데이먼... 시종일관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그 모습이 인상적이더라구요
    크레딧 보고 배우들 이름에 허걱 했습니다 ㅎㅎ
  • 산왕 2007/04/23 23:10 #

    조 페시가 나온다면 꼭 봐야겠군요! 저는 그를 믿거든요;;
  • 디제 2007/04/24 14:31 #

    동사서독님/ 그렇습니다 안기부가 아니라 중정으로 바꾸고 김형욱 살해 같은 암시만 주면 괜찮은 플롯이 하나 나올 듯 하군요.
    THX1138님/ 맷 데이먼에게는 이런 캐릭터가 잘 어울리는 듯 합니다.
    산왕님/ 출연 시간은 딱 한 시퀀스 외에는 없습니다만...
  • SAGA 2007/04/25 19:25 #

    디파티드에서의 멧 데이먼이 맡은 캐릭터는 무간도의 유덕화를 떠올리기엔 좀 야비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죠. 솔직히 디파티드에서 멧 데이먼에게 인간적인 연민 같은 걸 느끼기 힘들었습니다.

    굿 셰퍼드에 대한 기사를 보면서(영화 볼 시간이 없어서 영화 기사들을 자주 읽어봅니다) 느낀 점은 안젤리나 졸리는 은근히 미스 캐스팅 같다라는 생각이었는데 이건 직접 봐야 알 수 있겠군요. 물론 5월까지 이 영화가 극장에 걸려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겠지만요. ㅠ.ㅠ
  • 디제 2007/04/26 08:29 #

    SAGA님/ 서울에서도 개봉관이 거의 없어서 용산까지 원정다녀왔습니다. 5월에 스파이더맨3를 비롯한 블록버스터가 많이 걸리니 4월말이면 내려갈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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