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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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 에센스보다 여성의 나체에 집착하는 오류 영화

향을 느끼고 향수를 제조하는데 비상한 재능을 가진 장 바티스트(벤 위쇼 분)는 향수 가게를 운영하는 발디니(더스틴 호프만 분)에게 향수 제조법을 사사한 후 냉침법을 배우기 위해 그라스로 향합니다. 장 바티스트는 13개의 향을 모은 궁극의 향수를 제조하기 위해 여자들을 살해합니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를 ‘롤라 런’의 톰 티크베어 감독이 영화화한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향수’)는 18세기를 프랑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시각과 청각으로 즐기는 것이지만 관객에게 후각을 제공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향수’는 원작 소설이 산문으로 묘사하는 후각 중 당시의 지저분한 냄새들을 시각화하는 데에는 그럭저럭 성공하지만 향수의 아름다운 향을 시각화하는 데에는 성공하지 못합니다. 카메라는 관능적인 여성들의 나체를 핥듯이 훑는데 급급할 뿐, 원작이 전하는 그 이상의 에센스를 잡아내는데 실패합니다. 여성들의 나체나 죽음보다 더욱 중요한 향(香) 즉, 아름다움(美)에 대한 집착이라는 주제를 등한시한 것입니다.

장 바티스트가 향에 집착하며 연쇄 살인을 저지르는 이유 중 다른 하나가 자신에게서는 그 어떤 인간적 체취도 없음에서 비롯되는 외로움임을 감안하면 이 역시 제대로 형상화되지 못했습니다. 영화가 장 바티스트보다는 여성들의 벗은 몸에만 집중하는데 급급하며 다층적 성격의 주인공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벤 위쇼의 연기력(생김새는 젊은 시절의 윌렘 대포를 연상케 합니다만)도 문제가 있습니다.

후반부의 그라스에서의 군중 장면(영화 내내 여성의 상반신 노출뿐만 아니라 헤어 누드까지 나오는데 15세 관람가를 받다니 세상 많이 좋아졌습니다.)에서도 상당히 늘어집니다. 이 장면에서 진을 뺀 나머지 더욱 충격적인 결말은 급작스레 마무리되고 엔드 크레딧으로 허겁지겁 넘어갑니다. 게다가 결말을 제대로 시각화하지 못해 원작을 읽지 않은 관객에게는 어떤 상황이 벌어졌는지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짧고 불친절하게 제시됩니다. 원래 지나치게 잔인한 장면이기 때문에 시각화가 어렵더라도 최소한 이해할 수 있도록 묘사되었어야 했습니다.

덧글

  • Shooting군 2007/03/24 11:48 #

    헤어누드인데 15세란 말입니까--; 이런류의 영화가 아쉬운 것이 급작스런 결말인데, 이 영화도 그런 오류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양이군요.
  • 알트아이젠 2007/03/24 12:09 #

    원작을 읽어보지못했지만 나름대로 기대했던 영화였습니다.
    허나 디제님의 글을 읽어보니 기대치는 충족하지못한 결과물이 된 것 같아아쉽네요.

    그래도 나중에 비디오라도 볼 생각입니다.
  • 버섯돌이 2007/03/24 12:37 #

    호.. 상당히 궁금해하고 있던 차였는데.. 아쉬움이 남는 작품인가보군요.
  • charon 2007/03/24 16:04 #

    으음.. 기대하고 있었는데...
    소설의 근본적인 주제의 그르누이의 상실감이랄까, 자기가 가지지 못한 '냄새'에 대한 강한 열망을 그리지 못했다면 솔직히 이건 엽기살인영화와 다를 바 없을거라는 생각이 들어 좀 불안하네요.
  • SAGA 2007/03/24 17:55 #

    신문에서 하도 최고의 작품이다라는 식으로 떠들어대서 오히려 반감만 들었는데 디제 님께 제대로 혹평을 받는 군요.
  • 승네군 2007/03/24 20:55 # 삭제

    안 좋은 방법으로 조금 봤는데.. 확실히 후각적인 느낌보다는 시각적인 느낌에 의존하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실제적으로 후각적인 느낌이 생길수는 없지만.. 활자화된 소설에서는 가상으로나마 느껴지는듯 하기도 하죠.. : )
    ... 시각적인 매체에서 후각적인 느낌을 기대할수는 없긴 하지만.. 뭔가 좀 많이 아쉬운 느낌이긴 합니다.ㅎㅎ;
  • 보름 2007/03/25 00:12 #

    음...실망스러운 모양이로군요;;;;;기대하고 있었는데...;;
  • 디제 2007/03/25 00:28 #

    Shooting군님/ 원작을 2시간 좀 넘게 압축한 것인데 템포 조절에 실패한 듯 합니다.
    알트아이젠님/ 비쥬얼은 그런대로 볼만해서 기왕 보신다면 극장에서 관람하실 것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버섯돌이님/ 원작 소설이 상당히 뛰어난 작품이었으니까요.
    charon님, 승네군님, 보름님/ 그르누이의 상실감이 제대로 표현되지 못했습니다. 시나리오 상의 문제 + 벤 위쇼의 뻣뻣한 연기가 겹치니 맹숭맹숭하더군요.
    SAGA님/ 씨네21만 해도 별로다, 는 평이 대세이던데 최고의 작품이라고 말하는 신문이 있었나보군요...
  • 마리 2007/03/26 14:51 #

    부제 보면서부터 불안했는데 역시나 싶었습니다.
    아무리 책 한권을 제한된 시간에 녹여내야 했다지만.... 왜 살인에 촛점이 맞춰지는 것인지.
    원작을 너무 가슴 두근거리며-물론 그건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의 나이도 일조를 했을 것입니다만- 읽었던 저로선 마구 신경질이 나서 죽겠더군요.
    차라리 보지 말걸 그랬어요..ㅠㅜ
    광장씬에선 피식피식 웃음이 나서...흑흑.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대체 그게 뭐냐구요.
    [아니 왜 여기서 분풀이를?]
    쥐스킨트씨가 계속 영화화를 꺼려서 간신히 승낙을 받았다고 하던데 그 분 이 영화 보면 위염걸리실듯. =ㅅ=
    계속 거절하지 그러셨어요!
  • 디제 2007/03/26 15:24 #

    마리님/ 저는 원작 소설을 대단히 좋아한 것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영화가 소설의 충격적인 면을 제대로 옮기지 못해 실망스러운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그나저나 마리님 오랜만이라 반갑습니다. ^^
  • Ritsuko 2007/03/27 06:25 #

    뭐랄까 영화를 보기 전에 소설 읽고 봤는데... 소설의 느낌과는 다른 것이 있었네요. 거의 같은 시높시스와 상황이 비슷하지만 개인적으로 기대를 했던 광장 신에서 실망을 했습니다. 비주얼 대신 음악을 이용을 했지만 왠지 카메라는 관능적인 노출이 된 쪽에 더 관심을 갖는 뭐 그런 느낌 이었습니다. 이상하게 남자 - 남자는 안나오고 여자 - 여자 혹은 남자 - 여자 이런 식으로 나오더군요.. 못 본 것인지 아니면 아예 감독이 호모 포비아(남자만...)인 건지는 모르겠네요.

    전에 감독의 물망에 오른 사람중에 밀로쉬 포만하고 팀 버튼도 있었는데 이 감독들이 영화를 만들었다면 조금 더 괜찮은 영화가 나오질 않았을 까 라는 생각을 하네요. 스코어 연주는 사이먼 레틀 경이 지휘를 했네요. 그 유명한 베를린 필라모닉이 해서 OST를 사려고 했지만 아쉽게도 못 샀네요...
  • 파팝콘 2008/04/23 14:48 # 삭제

    다른건 몰라도 벤 위쇼가 연기 못했다는건 좀 그렇네요^^;;
    저는 영화에서 벤 위쇼의 연기가 정말 훌륭했다고 생각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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