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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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 헐리우드 전쟁 서사극의 화려한 마침표 영화

BC 480년 크세르크세스(로드리고 산토르 분)가 이끄는 페르시아의 100만 대군이 그리스를 침공하자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제라드 버틀러 분)는 신관과 의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300명의 전사로 테르모필레의 평원에서 맞서 싸웁니다.

씬 시티’의 프랭크 밀러 원작의 만화를 영화한 ‘300’은 개봉 전과 국내 시사회, 미국의 개봉 첫 주 수입 등에서 압도적인 기대감을 선사했습니다. 그러나 걸작의 반열에 오르기에는 부족한 점이 눈에 띕니다. 우선 그리스의 도시 국가 체제 등 역사적 배경에 대한 설명이 전무하기 때문에 사전 지식이 없이 관람할 경우 단순한 무용담 수준으로 영화를 수용할 확률이 높습니다. (영화도 데이빗 웬햄의 나레이션에 맞춰 전개되기 때문에 전쟁이 아니라 전투를 묘사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스파르타의 300명의 전사들은 단순히 멋진 죽음을 갈구하는 애국자나 전쟁광으로 묘사되는데 그쳐 비장미 이상의 감동을 주는데 실패합니다. 완전한 허구였던 ‘반지의 제왕’ 3부작이 강렬한 감동을 선사할 수 있었던데 비해 역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300’이 감동을 주지 못한 것은 정치적, 역사적 의의에 대한 조명이 부족했으며 이는 ‘300’이 역사책보다는 역사적 사실을 극화한 프랭크 밀러의 만화를 원작으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즉 감동적인 역사적 실화보다는 오락성 넘치는 액션 영화의 길을 택한 것입니다. 게다가 자막 번역에는 극력 피했지만 대사에는 페르시아를 가리켜 ‘아시아’, ‘야만인’이라 칭하는 단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페르시아 전쟁을 ‘아시아의 전제 군주정에 대한 서구의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규정하는 서구의 역사관에 기인한 ‘300’의 시각은 단순히 과거 역사의 오락화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정당화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사실이며 미국의 대 이라크 추가 파병을 외치는 것으로 끝맺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300’이 굳이 걸작의 길을 가야할 필요는 없으며 러닝 타임 동안 관객의 눈과 귀를 매료시키니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따라서 걸작으로 분류하기는 어려워도 수작 오락 영화임에는 분명합니다. 의외로 전투 장면이 짧아 아쉽기는 하지만 롱 테이크로 줌인과 줌아웃이 반복되는 슬로우 모션의 격투 장면은 죽어가는 병사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처럼 보는 이의 아드레날린을 솟구치게 합니다. 표현에 있어 다소 과장이 섞여 있지만 ‘글래디에이터’, ‘반지의 제왕’, ‘트로이’, ‘킹덤 오브 헤븐’으로 이어지던 전쟁 서사극에 화려한 마침표를 찍었다고 할 만큼 인상적입니다. 싸우는 남자의 몸과 근육을 이전에 이처럼 아름답게 묘사한 작품이 있었는지 떠올리기 힘들 정도로 멋집니다. 비록 군인들의 목이 사방으로 튀는 잔인한 장면들도 있지만 공간적 배경의 색조가 한 단계 톤다운되었기 때문에 (즉 만화적이기 때문에) 그다지 잔인하다는 느낌을 받기 어렵습니다. 엔드 크레딧 또한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이어가면서 상당히 세련되게 표현되었는데 이를 보지 않고 나가는 관객들이 대다수인 것은 아쉽습니다.

덧글

  • FAZZ 2007/03/15 09:42 #

    극장에서 엔딩 크레딧을 꿋꿋히 보기엔 너무 주변 눈치가 심한게 짜증나지요.
    정말 예고편 보려고 그 긴 엔딩 크레딧을 끝까지 봤던 메트릭스 리로딧때는 중간에 꺼버려서 뭐야하고 항의해서 다시 틀었던 거 까지 기억나는군요 -_-
  • 이준님 2007/03/15 11:19 #

    1. 의외로 이 사건에 대해서 공정하게 그린게 우리나라에서도 번역본이 나온 "불의 문"이랑 고어 비달의 "Creation"이 있지요. 후자야 그리스 전쟁은 거의 나오지도 않지만 전자는 완전히 페르시아 화자의 회고록에 액자식으로 스파르타 전사중의 유일한 생존자의 회고담을 그리고 있지요. 가끔 핀트가 안 맞는 부분이 있지만 저 영화를 보니 자꾸 그 작품이 읽고 싶더군요

    2. 근데 페르시아에 왜 그렇게 장애인이나 기형인간들이 많은지 의문이더군요. 어느 평처럼 "아시아인들과 장애인들에 대한 노골적인 비하"가 너무 나오는 것 같았죠. 그래서 상당히 찝찝했습니다.- 아시아의 마법인 화약이 나오는건. 근데 무슨 공룡시대 이후의 생물이 나오는건 개그더군요. 페르시아 궁전에 웬 흑인이 많은지. (역시 흑인 사탄필인 크세크레스왕은 완전히 전시용 흑인 버젼이고. 우물에 빠져죽는-이건 실제 역사- 사신은 "태양의 눈물"에서 군벌 장교로 나온 배우더군요 -_-;;)

    3. 페르시아 전쟁후에 그리스 폴리스간에 대립과 스파르타의 허무한 몰락. 완벽한 진형을 자랑하는 팔랑크스가 로마에게 여지없이 밟히는 스토리나 스파르타 내부의 모순 관계등을 넓게 보면 쓴 웃음이 나긴합니다.

    ps: 아테네를 "보이 러버"라고도 하지요. 살라미스 해전이나 마라톤 전투는 언급이 없으니 -_-;;;(아. 다리우스 이야기를 할때 나오긴 하는군요.) 그런데 저런 괴인군단을 날릴 정도면 살라미스 해전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군요 -_-;;;

    혹시 저걸 바탕으로 "이란"을 침공할지도 모르겠군요. 현대의 스파르타인 미국이요
  • 藤崎宗原 2007/03/15 11:49 #

    만화책을 구해 보려고 하는데, 이게 또 쉽지 않아서 결국 영화나 보려 합니다.

    역시 조금 공부를 하고 가야할 필요성이 있나 보군요 ^^
  • Mr_P 2007/03/15 12:01 #

    안녕하세요~ 이오공감 타고 왔습니다. 저도 어제 300 봤는데, 뭐랄까..웅장하기는 했지만 러닝타임 내내 딜리오스의 나레이션에 의존하는 서사 전개가 부자연스럽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레오니다스의 최후 씬은 왠지 '영웅'의 이연걸의 최후와 비슷했다는..^^;;

    그래도 스펙터클한 영상과 장엄함..페르시아의 임모탈 같은 간지나는 설정은 볼 만하더군요.
  • 슈타인호프 2007/03/15 12:14 #

    만화책 서점에서 팝니다만~~?
  • 9625 2007/03/15 12:41 #

    왜곡이 많은 원작이고 그 원작을 따라간 영화라면 어떤식으로 만들어졌는지 뻔하게 보여요.
    스파르타 300명과 함께 싸운 시종들은 모두 뭍어버린 원작이었는데...
    헐리우드는 어디서나 "미국 만세-"의 느낌을 가지게 하는 작품을 만든다니까요 ㅎㅎ
  • gaya 2007/03/15 12:56 #

    마초간지 풀풀 풍기는 원작의 만화적 상상력을 극대화한 액션영화지 역사적 고증에 입각한 역사영화는 아니겠죠.
    영화가 만화를 그대로 옮긴 거라면 정치적 정당성은 원작 만화를 두고 논해야 할 것 같은데, 만화는 극히 현실적인 사건을 빌려왔지만 세부의 묘사는 현실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지라 보는 관점에 따라선 환타지물일수도 있을듯 싶습니다. 프랭크 밀러 스타일이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극한 배경 위에 비현실적 과장을 묘하게 뒤섞어 버리는지라.. .
    그러니 같은 원작을 영화화한 씬시티처럼 전 이 영화도 딱 그 관점에서만 볼려고 합니다. 비주얼과 스케일과 액션..
    씬시티의 분위기를 사랑하야 어쩌면 이 영화도 사랑하게 될지도요. (원작 느낌을 얼마나 잘 재현해내었지에 따라서)
    만화는 번역되어 서점에서 팝니다. 인터넷에서도 살수 있습니다. 분량에 비해 가격은 약간 압박이지만 반들반들한 올컬러판이라 소장용으론 제격.
  • marlowe 2007/03/15 12:56 #

    주말에 IMAX로 보려고 하는 데, 그만한 가치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 ZAKURER™ 2007/03/15 13:48 #

    그냥 할리우드판 주몽(차이점은 갑옷을 벗겼다!!!)으로 여기고 보면 볼 만은 합니다.
    (일본이나 한국같으면 근육질 마초맨들보다는 야리야리한 꽃미남들 줄창 내세워 여성팬을 노렸을텐데 미국은 R등급 마초맨 시장만 노려도 대박이 나는구나... 하는 정도의 잡상도 떠올랐지만 말이죠^^;)
  • 홍차도둑 2007/03/15 14:04 #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한 정당화라는 것에 극히 심하게 동의하는 바입니다.

    더불어 저 영화는 아무리 봐도 '당신도 다이어트 하면 저렇게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영화라 생각합니다.
    제러드 버틀러는 분명 저런 왕자 나오는 남자는 아니었는데...-_-?
  • 디제 2007/03/15 14:59 #

    FAZZ님/ 그래도 극장에 항의하셔서 바로 잡으셨으니 대단하십니다.
    이준님/ 모두 동감합니다. 그런데 지금의 미국은 '스파르타'보다는 '보이러버'에 가깝지 않나요? (아, 동성애자를 비하하고자 하는 의도는 절대 아니니 오해없으시길.)
    藤崎宗原님, 슈타인호프님/ 인터넷 서점에서 대단치는 않지만 이벤트도 하더군요.
    Mr_P님/ 초반부에 화살이 비처럼 쏟아지는 장면부터 '영웅'과 비슷하다는 느낌이었는데 결말은 더욱 그렇더군요.
    9625님, gaya님/ 원작은 만화이지만 파급력은 영화에 비해 못하고(아마 국내에도 관객 중에 '300'의 원작자가 프랭크 밀러이며, '씬 시티'의 원작자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알고 극장에 가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전세계로 배급되는 영화의 특성상 원작의 왜곡이 있었다면 이에 대한 시정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는 것이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gaya님처럼 잘못된 부분을 알고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관객보다 영화를 즉물적으로 받아들이는 관객이 더 많으니까요.
    marlowe님/ 저는 일반관에서 봤지만 기왕 보시려면 IMAX가 더 나을 듯 합니다.
    ZAKURER™님/ 남자들의 가슴 근육과 복근만으로도 볼거리가 있으니까요. ^^;;;
    홍차도둑님/ 제라드 버틀러를 비롯해 배우들이 근육 만드느라 깨나 고생했을 듯 합니다. ^^

  • 아마란스 2007/03/15 15:32 #

    제가 감상평에도 쓰긴 썼지만...
    적을 쳐내고서 뒤도 안돌아보고 앞에서 달려드는 적을 베어넘기는 레오니시스 왕과 그 뒤를 따르며 레오니시스가 쳐낸 적들이 레오니시스의 뒤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재빠르게 베어넘기는 모습을 보면서 참 감탄.ㅜ_ㅜ
    이어서 스파르타 병사 둘이 연계기로 수많은 적들을 도륙하는 장면에서도 감탄.ㅠ_ㅠ
    싸움을 보면서 감탄한 것은 매트릭스 총격전, 반지의 제왕 핼름협곡 전투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 ZAKURER™ 2007/03/15 17:11 #

    아, 메이킹 프로그램(HBO 방영분이던가) 보면 갑빠와 복근 다 그린 겁니다.
    물론 와꾸야 열심히 쉐이핑시켰다지만.....(쿨럭)
  • 홍차도둑 2007/03/16 00:23 #

    헉! ZAKURER™님, 그렇다면 저 영화는 그야말로 완벽한 구라영화였던 거군요!
  • 살살 2007/03/16 02:02 #

    헉 원작이 불의문 아닌가요?
  • 디제 2007/03/16 12:21 #

    아마란스님/ 말씀하신 그 장면을 만들기 위해 콘티와 연기, CG가 얼마나 잘 맞아 떨어졌어야 했는지 생각만 해도 놀라웠습니다.
    ZAKURER™님/ 헉, 그런 진실이 숨겨져 있었군요. 하긴 저도 보면서 정말 저 많은 배우들이 어떻게 모두 하나같이 근육질인가 의심스럽긴 했었는데 말이죠.
    홍차도둑님/ ^^;;;;
    살살님/ 원작이 프랭크 밀러의 '300'입니다. 저도 아직 보지는 못했는데 여하튼 화면발만큼은 프랭크 밀러의 것이 맞더군요.
  • glasmoon 2007/03/16 18:09 #

    저도 보지 않으려다가 '프랭크 밀러'라는 것때문에, '그럼 화면만 즐겨도 되겠군' 라는 생각에
    주말에 보기로 했습니다. --;
  • SAGA 2007/03/16 23:08 #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 이 영화에 대한 소개를 봤는데 딱히 보고 싶단 생각은 들지 않더군요. 나중에 비디오로 나오면 그때 한 번 볼까라고 생각하면서 '나중에 비디오로 볼 영화 목록'에 올려놨지요. ^^
  • 디제 2007/03/17 10:23 #

    glasmoon님/ 그렇습니다. 화면과 사운드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는 영화입니다. ^^
    SAGA님/ '300'은 극장에서 보시지 않는다면 아예 안보는 편이 나을 거라 말씀드리는 것이 극단적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보실 생각이 있으시다면 꼭 극장에서 보시기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 심경보 2007/03/17 19:37 # 삭제

    만화로도 보았지만 주인공들을 실제적으로 만화와 비슷하게 설정했더군요.
    하지만 이 영화가 미국의 어떤 음모나 헐리우드 음모가 있다는데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영화는 영화일뿐입니다. 원작만화나 영화가 미국의 현재 외교추진시기와 맞추어 제작되었다면 좀 그럴수도 있겠다만
    글쎄요...아시아를 야만인취급하는 대사가 나오긴 하지만 영화자체로본다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디제 2007/03/18 09:25 #

    심경보님/ '음모'라는 단어는 사용한 적 없습니다. 단지 영화와 원작 만화가 가지고 있는 정치적 메시지의 불온함이 눈에 띈다는 것입니다. 이란인들이 현재 영화에 대해 느끼는 분노는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외국영화에서 고조선이나 고구려를 야만시하면 한국인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예상해보면 당연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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