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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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락천사 - 우울과 고독 속으로 침잠하다 영화

아비정전 - 왕가위 월드의 원형
중경삼림 - 도시적이고 쿨한 감수성
화양연화 크라이테리언 dvd와 양조위 사인 엽서
화양연화 - 느릿느릿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2046 - 엇갈린 사랑의 공허함
2046 - 두 번째 감상
2046 - 세 번째 감상
'2046' 홍콩 한정판 OST
'2046' CE 한정판 dvd
'2046' 일본판 사진집
2046 - 네 번째 감상
에로스 - 세 편의 알듯 말듯한 사랑 영화

킬러 황지명(여명 분)과 에이전트(이가흔 분)는 서로 사랑하지만 3년 째 만난 적이 없습니다. 황지명은 우연히 만난 금발여성(막문위 분)과 사랑에 빠집니다. 말을 하지 못하는 하지무(금성무 분)는 남자친구와 헤어진 체리(양채니 분)를 사랑하게 되지만 체리는 전 남자친구를 잊지 못합니다.

왕가위 감독의 1995년 작 ‘타락천사’는 애당초 ‘중경삼림’에 포함될 에피소드로 착안되었지만 별도의 영화로 분리되었습니다. 따라서 ‘타락천사’에는 ‘중경삼림’을 연상시키는 요소들이 많으며 자기복제에 가깝다는 비아냥을 사기도 했습니다. 황지명의 집을 청소하는 이가흔은 양조위의 집을 청소하는 왕비와 동일하고, ‘중경삼림’에서 경찰 번호 223이었던 금성무는 죄수 223이 되었습니다. '타락천사'의 금성무가 말을 할 수 없게 된 것은 유효기간이 지난 파인애플 통조림을 먹었기 때문이고 이름도 둘 모두 하지무로 동일하며 심지어 ‘우리는 매일 많은 사람들과 만난다’라는 대사도 고스란히 가져왔습니다. ‘중경삼림’에서 임청하가 걸어갔던 무수한 캐비넷은 여명과 이가흔이 지나치고 있으며, 임청하가 머물던 중경여관은 ‘타락천사’의 금성무의 아버지가 운영하며 이가흔이 머물고 있는 곳입니다. 빈 가게에 밤에 침입해 멋대로 장사를 금성무는 ‘중경삼림’에서 왕비와 양조위가 만났던 샐러드 가게 ‘마드나잇 익스프레스’에서 왕비처럼 춤을 춥니다. 이 장면에서는 왕비와 주가령처럼 스튜디어스가 된 양채니가 나타납니다. 심지어 ‘중경삼림’에서 실연을 당한 금성무에게 ‘미드나잇 익스프레스’의 사장이 소개시켜주겠다는 메이 역의 엑스트라 배우는 ‘타락천사’에서 금성무에게 ‘혼자 사는 여자가 가지를 사면 의심을 받는다’고 말하며 호박을 사겠다는 역할로 재출연했습니다. 점프 컷, 핸드 헬드, 스텝 프린팅과 같은 기법들도 동일하게 사용되었습니다.

하지만 ‘타락천사’를 ‘중경삼림’의 자기복제 수준에서 보는 것은 지나친 폄하일지도 모릅니다. ‘타락천사’에서는 ‘중경삼림’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특징들이 눈에 띄기 때문입니다. 중간중간 삽입되는 흑백의 장면들은 현재의 기억을 곧바로 빛바랜 과거로 만들어, 우리가 ‘현재’라고 부르는 그 순간도 ‘과거’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웁니다. 특히 ‘타락천사’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광각렌즈 클로즈업은 바로 옆에 있는 두 사람이 극단적으로 단절되어 보이도록 하여 사랑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고독감과 거리감을 명징하게 표현합니다. ‘중경삼림’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유머러스하고 쿨했다면, ‘타락천사’는 - ‘앤젤 하트’의 배경 음악을 표절한 것이라는 의혹을 받는 - 배경음악이나 관숙이의 ‘망기타’(‘중경삼림’의 OST에 ‘캘리포니아 드리밍’이 어이없게도 누락되었듯이 ‘타락천사’의 OST에는 ‘망기타’가 들어 있지 않습니다.)처럼 우울 속으로 깊숙이 침잠합니다. ‘중경삼림’의 등장인물들이 고독 속에서도 결국 사랑을 찾았다면, ‘타락천사’의 등장인물들은 버려지거나 죽으며, 남은 자들은 잠시나마의 따스함을 위해 서로에게 의지합니다.

왕가위의 영화가 이후 수많은 영화를 비롯한 영상물에 영향을 주었는데 ‘타락천사’는 특히 우리나라(극중에는 '부산식품', '삼오정'이라는 한글 간판도 등장합니다. 평론가 정성일의 코멘터리에 의하면 왕가위 감독이 한글 간판을 집어 넣은 것은 한국 관객을 의식해서가 아니라 홍콩을 홍콩 사람들에게 낯설어 보이게 만들기 위함이었다고 합니다.)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가흔이 여명의 집에서 망사스타킹을 신은 채 마스터베이션하는 장면은 1997년 작 ‘홀리데이 인 서울’에서 그대로 차용되었으며, 광각렌즈로 두 연인을 잡은 장면은 커피 CF에, ‘낯선 여자에게서 그의 향기를 느꼈다’는 이가흔과 막문위의 조우 장면은 화장품 CF에 고스란히 차용되었습니다. 자기 복제의 혐의를 받는 ‘타락천사’가 다른 영상물에 표절에 가까운 영향을 주었다는 것은 상당히 아이러니컬합니다.

덧글

  • SAGA 2007/03/02 22:26 #

    타락천사라...... 예전에 중경삼림과 함께 본 기억은 있는데 내용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 군요. 꽤 오래 전에 본 작품이라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고 제가 원래 우울한 내용의 영화는 기억에 잘 남기지 않습니다. ^^;;; 그래서 제 취향이 언제나 코믹, 액션 쪽으로 흘러가는 건지도 모르겠군요. ^^;;;
  • 디제 2007/03/03 11:55 #

    SAGA님/ ^^
  • glasmoon 2007/03/04 14:27 #

    중경삼림이 약간 원색적인 톤이었다면 타락천사는 빛바랜 무채색의 톤이랄까요.
    물론 저는 이쪽을 훨씬 좋아합니다.
  • 디제 2007/03/04 16:40 #

    glasmoon님/ 사실 타락천사에서도 붉은 색이나 노란 색 등이 자주 사용되었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스토리나 분위기가 무채색에 가까웠죠.
  • gowester2 2008/07/05 10:07 # 삭제

    타락천사...
    중경산림이 낮의 이야기라면 타락천사는 밤의 이야기 입니다.
    사실 잘 보면 타락천사는 거의 대부분 밤중에 일어나는 일이 많습니다.
    마지막 금성무와 이가흔이 오토바이를 타고 가면 끝나는 장면은 거의 새벽이 아닐까 하는 톤정도?
    스토리도 따뜻하고 무엇인가 희망이 많이 섞이고 곧 일어날 일에 대한 예사을 하기 쉬운
    중경산림과 한밤중 고뇌와 무슨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즉흥적인 한밤...

    저에겐 중경산림보다 타락천사의 외로운 밤이 더 다가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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