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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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더 - 야쿠자 기타노, 미국을 접수하다 영화

'3-4X10월' - 높고 푸른 가을 하늘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 - 서정적인, 너무나 서정적인
모두 하고 있습니까! - 어처구니를 상실한 코미디
키즈 리턴 - 청춘의 방황과 좌절
돌스 - 질긴 인연, 사랑의 굴레
자토이치 - 즐길 수 있는 전통의 매력
다케시즈 - 기타노가 비웃는 기타노 월드

조직 간의 암투에서 밀려난 야쿠자 야마모토(기타노 다케시 분)는 동료 하라다(오스기 렌 분)의 도움으로 미국으로 도피하게 됩니다. 야마모토는 배다른 동생 켄(마키 쿠로우도 분)과 함께 순식간에 LA의 조직을 평정하고 이탈리아 마피아와 대립하게 됩니다.

기타노 다케시가 감독, 각본, 주연을 맡은 야쿠자 영화들은 정해진 패턴이 있습니다. 야쿠자에서 상당한 세력을 가진 주인공이었던 기타노 다케시가 조직 논리에 휘말려 밀려나고 좌충우돌하다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는 것입니다. (기타노 다케시도 다른 일본 영화감독들처럼 죽음이라는 소재에 강렬한 매혹을 느끼기 때문에 ‘브라더’ 역시 주인공이 죽을 장소를 찾아나서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명목상 직업은 경찰이지만 사실상 야쿠자였던 ‘하나비’나, 다소 코믹했던 ‘소나티네’, ‘3-4X10월’ 모두 동일합니다. 하지만 기타노 다케시의 팬이라면 각각의 영화들이 비슷한 패턴 속에서 어떻게 변주되느냐를 가늠하는 것이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이를테면 ‘소나티네’에서 오키나와로 도피한 기타노 다케시가 무료한 일상을 달래기 위해 종이인형 놀이를 한다거나 하는 장면에서는 실소를 금할 수 없습니다. 이렇듯 거친 폭력과 독특한 유머 사이를 오가는 기타노 다케시의 스타일은 ‘브라더’에서도 여전합니다. 하지만 ‘변주’라는 관점에서 ‘브라더’는 다른 작품들과 몇 가지 구분되는 점들이 눈에 띕니다. 우선 공간적 배경이 일본에서 미국으로 옮겨져, 보다 자유로운 총기 사용이 가능하게 되어서인지, 단지(斷指), 할복, 자살 등 일본적인 야쿠자 전통에, 마구 총을 난사해대는 미국적인 총격전이 결합되면서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 중에 가장 직선적이며 과격한 폭력을 연출합니다. 과거의 기타노 다케시의 작품들이 암시가 거의 없는 돌발적인 폭력이 특징이었다면 ‘브라더’의 폭력은 보다 관습적입니다. 평소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의 폭력에서 갈증을 느꼈다면 ‘브라더’에서는 그런 갈증이 해소될 수 있습니다. (dts의 사운드 설계가 뛰어난 dvd로 감상한다면 확실히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기타노 다케시 영화의 매력이 총격 장면의 희귀함이었다고 규정한다면 ‘브라더’의 총격전은 남발되었다고 느낄 소지 또한 다분합니다.

‘브라더’가 다른 작품들과 차별화되는 또 다른 매력은 야쿠자 기타노가 미국에서 어떤 방식으로 적응하고 생활하느냐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영어를 모르는 그가 서투르게나마 영어를 배워나가는 과정이나, 부하인 대니(오마 엡스 분)와 마치 형제처럼 친해지는 모습은 결말에까지 상당한 임팩트를 남깁니다. 권력을 손에 쥐었다 완전히 패망하는 전 과정을 빠른 전개로 묘사해 오락 영화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동생 켄으로 분한 마키 쿠로우도는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에서 청각장애인 서퍼 시게루로 등장한 바 있습니다. 기타노 다케시 영화에는 거의 무조건 등장하는 오스기 렌과 테라지마 스스무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서늘한 최후로 어필합니다. 비굴한 듯한 오스기 렌과 하룻강아지처럼 날뛰는 테라지마 스스무의 매력은 ‘브라더’에서도 여전합니다. 하지만 가장 강력한 것은 역시 기타노 다케시의 매력입니다. 무표정하게 권총을 난사하면서도 때로는 어처구니없는 장난기를 드러내는 그의 아우라는 과연 전세계 그 어떤 배우도 감히 넘볼 수 없는 자신만의 영역을 완전히 구축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기타노 다케시를 너무 좋아해서 화면에 등장하는 것만으로 멋지다, 를 연발하는데 따지고 보니 2000년작 ‘브라더’ 이후 ‘돌스’, ‘자토이치’, ‘다케시즈’를 거치며 정통 야쿠자 영화를 안 한지 어느덧 7년이 되었습니다. 그의 다음 작품은 다시 야쿠자 영화였으면 좋겠습니다.

덧글

  • 신세타 2007/02/23 10:23 #

    한 번 보고 싶네요. 기타노 감독의 액션은 시원시원해서 좋아요. ^^
  • 디제 2007/02/23 19:29 #

    신세타님/ 총격전을 원한다면 '브라더'는 더 할 나위 없는 좋은 선택이 되실 겁니다.
  • SAGA 2007/02/24 06:42 #

    가장 직선적이고 과격한 폭력이라...... 너무 선혈이 낭자하면 보기 조금 거북할 수도 있겠군요.
  • 디제 2007/02/24 09:49 #

    SAGA님/ 신혈이 낭자한 것이 기타노 다케시 영화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만... ^^;;;
  • glasmoon 2007/02/25 17:18 #

    '암시가 거의 없는 돌발적인 폭력' 덕분인지 소나티네를 가장 좋아합니다.
    감독 데뷔작 "그 남자 흉폭하다는"는 코드 3 DVD로 끝내 안나올 모양이군요. 쩝.
  • 디제 2007/02/25 22:49 #

    glasmoon님/ 저도 '소나티네' 무지 좋아합니다. 코아 아트홀에서 보고 홀딱 반해서, 생선이 꽂힌 오리지널 포스터를 구입해서 지금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비'가 좀 어깨에 힘이 들어간 작품이라면 '소나티네'는 깔끔해서 좋습니다. 저도 '그 남자 흉폭하다'는 아직 못봤는데... 다운 받아 보는 것을 혐오하기 때문에 dvd를 기다리고 있습니다만... 그래서 기타노 박스셋을 구입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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