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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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퀸 - 고독하면서도 소탈한 여왕의 초상 영화

토니 블레어 총리(마이클 쉰 분)의 집권 직후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헬렌 미렌 분)는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의 부고를 휴가지 발모랄에서 받게 됩니다. 찰스 왕세자(알렉스 제닝스 분)와 블레어 총리의 간곡한 조언에도 불구하고 엘리자베스 2세는 휴가지를 떠나 런던으로 돌아가거나 공식적인 추모 입장을 밝히려 하지 않습니다.

1997년 파파라치의 추격을 피하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의 죽음을 둘러싼 왕실과 총리실의 미묘한 갈등과 엘리자베스 2세의 내면적 갈등을 묘사한 스티븐 프리어스 감독의 ‘더 퀸’은 평소 영국 왕실이나 정치 체제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대단히 흥미진진하게 관람할 수 있습니다. 이미 전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들이 공화정을 표방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입헌군주제를 유지하는 영국에 있어 여왕이 어떤 존재이며 현대의 군주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비교적 객관적인 시각으로 실제 뉴스 영상과 신문 등을 조합하여 관객에게 제시합니다. 여론의 향방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가운데 등장인물들이 선택하는 행동 양식도 볼만 합니다.

비록 10년 전의 사건이라 해도 여전히 현역인 영국 지도층 인사들을 영화화하는 데에는 상당한 부담이 따랐을 텐데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상당히 현실적이며 개성적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주인공 엘리자베스 2세는 어릴 적 갑작스레 여왕에 취임한 이후 자신의 속내를 누구에게도 털어 놓지 못하는 고독한 인물로 그려집니다. 비록 다이애나를 못마땅하게 여겼지만 산길을 짚으로 혼자 드라이브하는 것을 즐기며 피크닉 식사도 직접 챙기는 소탈한 인물로 묘사됩니다. (실제 1999년 한국 방문 시에도 생각 이상으로 소탈해서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고 합니다.) 블레어 총리는 18년의 보수당 집권을 종식시킨 노동당 출신으로 정치 개혁을 기대 받지만 의외로 보수화되는 이유가 영화상에서도 잠시 암시됩니다. 블레어로 분한 마이클 쉰은 비록 얼굴은 블레어보다 통통하지만 멋진 영어를 구사하는 블레어의 말투는 완벽하게 재현했습니다. (사실 블레어는 부시를 추종하는 외교 정책 때문에 줄곧 비난을 사고 있어서 잘하는 것은 영어 하나 밖에 없다는 비아냥을 듣기도 하는데 뒤집어 말하면 그만큼 블레어가 영어를 멋지게 구사한다는 뜻도 됩니다.) 특히 엘리자베스 2세와 블레어의 첫 만남에서 왕좌를 물려받은 여왕으로서의 권위와 국민에 의해 선출된 총리의 자부심이 은근한 신경전으로 이어지는 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대처 총리의 집권기에 동년배이며 같은 여성이었던 엘리자베스 2세와 대처는 만나서도 항상 앙숙 같았다는 후문도 있습니다.) 이 두 사람 이외에도 고집스럽고 보수적인 엘리자베스 2세의 남편 필립 공 (‘LA 컨피덴셜’, ‘아이, 로봇’의 제임스 크롬웰 분), 여론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여왕인 어머니에게 화살을 돌리려는 소심한 찰스 왕세자, 여왕을 이용해 총리의 지지율을 높이려는 마키아벨리스트 총리 공보관, 다소 경박한 블레어의 부인 등 다양한 인물들이 대립하는 과정이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고인이 된 대통령을 영화화해도 마구 삭제되어 개봉되는 마당에 영국에서는 살아있는 여왕과 현 총리를 영화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 부럽습니다. 비록 지지율은 높지 않지만 탄핵과 같은 특정 사건을 중심으로 노무현 대통령과 행정부, 국회의 움직임을 영화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덧글

  • 신세타 2007/02/22 10:49 #

    재밌을 것 같아요. 마지막 문장이 실현되면. ^^
  • 산왕 2007/02/22 12:11 #

    꼭 봐야겠습니다.
  • 디제 2007/02/22 19:11 #

    신세타님/ 아마 프리 프로덕션과정에서부터 좌초할 것 같습니다만...
    산왕님/ 재미있습니다. 권해드리고 싶군요. (개봉관이 거의 없어지긴 했습니다만...)
  • 길 잃은 어린양 2007/02/22 19:18 # 삭제

    한국에서 정치드라마를 만들면 항상 용비어천가 수준 밖에는 안됐던 것 같습니다. 특히 YS나 DJ 시절에 만들어진 것들이 군사정권 시절에 만들어진 것과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었던걸 생각하면...
  • SAGA 2007/02/22 23:13 #

    한국에선 이런 식의 영화가 만들어지기 힘들죠. 사람들의 인식 자체가 바뀌지 않는 이상 나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 藤崎宗原 2007/02/23 01:43 #

    초 호화 경기?... 를 구경할수 있겠군요.
  • 디제 2007/02/23 09:53 #

    길 잃은 어린양님, SAGA님/ 그래도 '그때 그 사람들' 같은 영화도 있었죠. 물론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말입니다.
    藤崎宗原님/ 영국 지도층 계급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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