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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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널 - 미국은 따뜻한 나라? 영화

동유럽의 작은 나라 크로코지아(실존하지 않는 가상 국가입니다.)에서 미국으로 건너 온 빅터 나보스키(탐 행크스 분)는 내전으로 인해 여권과 비자가 정지되어 미국으로 입국하지 못한 채 공항의 면세 구역에 머물게 됩니다. 나보스키는 공항의 청소부, 출입국 관리소 직원, 스튜어디스 등과 사귀며 미국이라는 나라에 익숙해져 갑니다.

공항의 출입국 관리를 총괄하는 프랭크 딕슨을 제외하고는 모두 빅터에게 호의적입니다. 착하고 순박한 빅터를 속이거나 괴롭히는 것은 미국의 관료를 대표하는 딕슨 뿐이며 처음에는 딕슨의 명령에 순응하며 빅터를 경계했던 그 부하 직원들조차 나보스키를 돕게 됩니다. 마치 미국은 모두 좋은 사람들만 있는데 일부 관료만이 문제일 뿐이라고 강조하는 듯 보입니다. 영화적으로도 ‘터미널’은 재미와 감동을 모두 갖춘 흔치 않은 영화입니다. 분위기도 따뜻하며 온 가족이 둘러 앉아 감상하기에도 전혀 무리가 없을 정도입니다. (저는 결말부에서‘터미널’이 크리스마스에 개봉되었다면 더욱 적합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완전한 주인공을 따뜻하게 맞아 들이며 기회(아메리칸 드림)를 선사한다는 면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전작 ‘캐치 미 이프 유 캔’과 비슷한 분위기의 작품입니다. 매번 영화를 매끄럽게 뽑아내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작품이니 어련하겠습니까.

스필버그가 매끈하게 영화를 뽑아내는데 탐 행크스를 비롯한 배우들의 호연에 대해 빼놓을 수는 없습니다. 일부러 살을 찌운 것처럼 보이는 탐 행크스의 어벙한 초반부 연기에서 공항에서의 자신의 위치에 적응하는 후반부의 연기로의 변화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훌륭합니다. 코미디 연기를 잘한다는 찬사야, 이미 ‘빅’에서부터 들어왔던 것이니 더 할 필요도 없겠지요. 캐서린 제타 존스는 출산 이후 더 예뻐진 것 같더군요. ‘시카고’에서는 좀 지쳐 보이는 기색이 있었는데 ‘터미널’에서는 다시 활력을 찾은 듯 보입니다. 이외의 조연급들의 연기도 볼만했습니다. 사소한 에피소드를 뒷받침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터미널’에서는 이러한 에피소드가 사실상 영화의 전부인데 조연급이 뒷받침해주지 못했다면 영화는 탐 행크스 외에는 볼만한 것이 없었을 것입니다. 굽타, 엔리케 역 등이 맡은 배우들의 연기도 매우 자연스러웠습니다. 특히 엔리케 역을 맡은 디에고 루나는 멕시코 출신의 1979년생으로 얼굴도 잘 생겼고 매우 젊으니 앞으로 주목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의 비판론자들이 자주 언급하듯이, 스필버그는 지엽적인 문제를 디테일하게 제시하며 이것만 해결된다면 미국은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단순하게 말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극단적으로 비판한다면 유아적(幼兒的) 발상이라고나 할까요. 9.11 테러 이후 미국은, 나보스키가 공항 한구석에 감시 카메라의 눈길을 피해 침실과 샘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을 그냥 내줄 정도로 허술한 나라는 아닙니다. 무고한 젊은이가 사로잡혀 참수당하고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이라크 파병이 미국이라는 나라를 위해 이루어졌건만 한국인의 미국 비자 발급은 하늘의 별따기이고 설령 그 비자를 받아 미국에 입국한다 하더라도 ‘터미널’에서 지문 날인을 해야하는 나라가 미국입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는 ‘터미널’을 보며 웃음을 터뜨려도 어쩐지 공허하며 뒷맛이 개운치 않습니다. 미국 국민 대다수가 아무리 ‘착하다’고 해도 미국을 이끄는 것은 석유 재벌과 군산 복합체, 그리고 영화 속 딕슨과 같은 관료, 바로 부시, 럼스펠드, 라이스 같은 인간들입니다. 이들이 미국을 쥐락펴락하는 것이며 이들로 인해 지금의 미국은 어줍지 않은 침략 제국의 역할을 자임하고 있습니다.

하긴 이런 비판은 온당치 못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완벽한 영화 감독은 없으며 모든 영화 감독들이 평생의 필모그래피 내내 극복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는데 유독 스필버그만 유아적이라고 비판받는 것도 불합리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 영화를 잘 만드는 죄이겠지요. 그런데 저는 세상은 아름답다는 식의 영화를 그냥 보아 넘기는 타입이 아니라서(디즈니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절대 안보며, 스티븐 스필버그와 미야자키 하야오를 꼬박꼬박 찾아서 보기는 하지만 언제나 뒷맛은 개운치 않더군요.) 하고 싶은 말은 하지 않을 수 없군요. 세상은 그렇게 간단하고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니까요.

덧글

  • TCIFM 2004/09/03 16:49 #

    실제 배경은 파리의 샤를 드 골 국제공항입니다. 저는 실제로는 못 보고 TV를 통해 봤는데 실제 주인공인 이란인 아저씨가 공항에서의 근 20년 가까운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건 아마도 프랑스였으니까 가능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그걸 배경을 미국으로 바꾸다니.. 미국은 디제님 말씀처럼 그렇게 관대한 나라가 아니죠. 저는 이 영화가 아무리 감동적이라 할 지라도 보지 않을 생각입니다. 한 달에 많으면 몇 번씩이나 지문을 찍어야 하는 저로서는 미국 공항이라면 짜증이 나거든요. 그래서 이 영화는 현실적인 제게는 사기성이 농후한 영화로 보입니다ㅠㅠ..
  • raltigue 2004/09/03 17:02 #

    스필버그와 하야오는... 그런 감이 없지 않아있죠... 먼가 소독안된 상처를 깨끗한 거즈로 덮어 놓은 느낌이랄지...=_=)a
    그 이란 아저씨에게 저작권료로 30만불을 제공했다더군요... 아저씨는 11년동안 그랬던것처럼 그냥 공항에 계속 머물기로 했데요... (해피엔딩은 아니죠;)
  • THX1138 2004/09/03 17:05 #

    스필버그는 여전히 환상속에 사는 양반이라 생각듭니다. 그냥 자기 세상속에서 살고 싶어하는 어린애... 죽을때까지 저런 영화만 만들다 죽겠죠 뭐
  • 디제 2004/09/03 17:05 #

    TCFIM님/ 앗, 반갑습니다. 한달에 몇번씩 지문을 찍으셔서 불쾌하고 힘드시겠지만 저같은 사람은 아예 비자조차 안주는 나라가 미국입니다. 미국이 싫긴 해도 테러할 생각은 없는데 비자를 받을 자격 요건조차 안되는 군요.
    raltigue님/ 영화도 사실 해피엔딩은 아니었죠. 영화가 억지로 해피엔딩이 되었다면 저는 더더욱 영화를 씹어댔을 겁니다.
  • 디제 2004/09/03 17:06 #

    THX1138님/ 아무래도 엑파에서 보여주는 미국과 스필버그가 보여주는 미국이라는 나라는 완전히 다른 나라 같지 않습니까?
  • corwin 2004/09/03 17:12 #

    마지막에 재즈 공연 끝나길 기다리는거 말인데요. 제가 감독이라면(누구도 시켜주진 않겠지만) 연주하던 연주자가 심장마비로 죽게 만들었을텐데요. 인생무상...을 남기는 영화가 될텐데. :).

    아버지 소원 들어주려고 노력하는거 보면서 스필버그는 스필버그구나 했습니다.
  • THX1138 2004/09/03 17:42 #

    네 그런느낌을 많이 받아요.
  • 디제 2004/09/03 18:07 #

    corwin님/ 음, 그 연주자가 심장 마비로 죽으면 스필버그 영화가 아니라 아벨 페라라나 우디 앨런 영화가 되어 버렸겠죠. 스필버그는 아버지 없이 아버지를 그리는 주인공이 너무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
    THX1138님/ :)
  • gaya 2004/09/03 19:27 #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그나마 다양성을 존중해준다는 프랑스니까 가능하지 사실 정말 미국이라면 절대 시작조차 못할 스토리 같아요.
    일전 서프라이즈에 저 실제 사연이 재연드라마로 방영되었습니다. 드골 공항 사람들의 친절과 관대한 사고는 정말 인상 깊더군요. 너무 따스하게 마음 편하도록 돌봐주어서 그 사람이 되려 사회 부적응자가 되어 탈이었던 게지..미국이라면 전혀 가당치도 않을 스토리..
  • 디제 2004/09/03 19:53 #

    gaya님/ 제가 이글루 이곳저곳에 트랙백 걸러 다니며 '터미널'에 대한 감상문들을 보니 '재미있다, 감동적이었다, 확실한 해피엔딩이었으면 좋았겠다'는 평이 대부분이어서 놀랐습니다. 좀 심하게 말하면 '스필버그의 해악'을 사람들이 모른 채 받아들이는 것 같았고 동시에 다들 힘들게 사니까 이런 영화에 갈증을 느끼는구나 싶었습니다.
  • 쇠밥그릇 2004/09/04 08:54 #

    디제님 제 이글루에 트랙백 거신 거 보고 들어왔어요. 저는 그날 밤 9시 15분에 시작하는 회차를 봤었는데, 너무 늦은 시간이라 30분전에 영화관에서 나왔습니다. 결말이 해피엔딩이 아니군요. 나중에 DVD로 다시 봐야겠네요.
  • 디제 2004/09/04 11:17 #

    쇠밥그릇님/ 다 못보신 분께 정확히 알려드리는 것은 실례가 될 것 같아 대강 말씀드리지만 결말이 해피엔딩이 아니라는 것은 단선적으로 뻔한 결말은 아니라는 것이지 비극적 결말이 나는 것은 아닙니다. 영화 자체가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었는데 끝까지 못보셨다니 아쉬우시겠군요.
  • 재롱바라기 2004/11/30 10:57 #

    으음.. 전 감동적이었는데..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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