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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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XIII 패트레이버 3 - 외로운 개인들의 괴물 애니메이션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 로봇물의 외피를 쓴 미스테리 사이버 펑크
기동경찰 패트레이버2 - 깨지기 쉬운 유리의 성, 일본

도쿄만에서 샤프트 사의 레이버가 습격을 당하고 사람들이 잔혹하게 살해당하는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합니다. 형사 쿠스미와 하타는 이 사건을 조사하게 되는데 하타는 우연히 만난 대학의 여강사 마사키와 가까워집니다.

극장판 ‘패트레이버’의 1편과 2편 사이에 시간적으로 위치한 ‘WXIII 패트레이버 3’(이하 ‘패트레이버 3’)는 시트콤 성격의 TV판, 사이버 펑크물이었던 극장판 1편, 정치물이었던 극장판 2편과 달리 형사 콤비의 추리물에 특촬(괴수)물의 성격을 혼합한 독특한 작품입니다. 시리즈의 전통적인 주인공인 특차 2과의 멤버들은 소외된 채 (극장판 2편만 하더라도 고토가 전면에 나서고 이즈미, 아스마 등이 조연으로 전락하면서 개봉 당시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패트레이버 3’는 고토는 조연으로, 이즈미와 아스마는 카메오로 떨어뜨립니다.) 전작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세 사람이 주역을 담당합니다. 쿠스미와 하타는 서로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을 정도로 공적인 관계만을 유지하고 있는데 쿠스미는 가족에게서 버림받은 채 사장된 매체인 LP 컬렉션에 집착하고 있으며 하타는 야구를 즐기지만 가장 외로운 포지션인 투수이며 히로인 마사키 역시 남편과 딸을 연속적으로 잃고 고립된 삶을 살고 있습니다. 독신으로 사는 세 사람은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으면서도 상대에게 자신의 비밀 이야기를 하거나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을 회피합니다. 하타와 마사키가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만나지만 둘 사이를 로맨스라 부르는 것이 무리일 정도로 감정적으로 건조하며 절제되어 있습니다. 작품 속에서 정치나 환경 문제 등이 언급되기는 하지만 부차적인 소재에 불과하며 ‘패트레이버 3’는 지극히 고립되고 소외된 개인들의 이야기인 것입니다.

한국영화 사상 최고 흥행작 ‘괴물’의 일본 개봉 직전 ‘패트레이버 3’의 폐기물 13호와의 관련성이 온라인의 격렬한 논쟁으로 이어지면서 일본 흥행에도 악영향을 미쳤지만 원래 폐기물 13호의 디자인 자체가 독창적이라기보다 기존의 특촬물의 클리셰에 충실하기 때문에 ‘괴물’을 표절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특히 ‘괴물’의 괴물이 동정의 여지가 없는 악역으로 가족의 단결을 촉진시키는 매개체가 된다면 ‘패트레이버 3’의 폐기물 13호는 가족 해체의 결과물이며 외로운 사람들의 욕망이 투영된 동정의 대상입니다. 폐기물 13호의 ‘처리’ 과정에서 여자처럼 유방이 도드라지는 장면에서는 섹시함보다는 기괴함이 뒤섞인 동정심을 유발합니다. 이 장면에서 사용되는 배경음악이 베토벤의 피아노 소타나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이며 로맨틱한 8번 ‘비창’이라는 점은 지독히 역설적입니다.

‘기동전사 건담 0080 포켓 속의 전쟁’(이하 ‘0080’)의 연출을 맡았던 다카야마 후미히코가 감독을 맡은 ‘패트레이버 3’는 흥행과 비평 모두 오시이 마모루의 극장판 1, 2편을 능가하는 평가를 받지는 못했습니다. 정적인 카메라 워킹과 진지한 분위기는 오시이 마모루의 전작들과 유사하지만 ‘0080’에서와 마찬가지로 소외된 개인들의 싸움이 처참한 말로로 마무리되며 대다수의 타인들은 진실을 모른 채 묻혀 버린다는 다카야마 후미히코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는 명징하게 표현되었습니다. (다카야마 후미히코는 ‘0080’의 연출을 맡기 이전에도 집에 전화가 없어서 선라이즈 측에서 집으로 직접 찾아가 일을 맡겼다고 할 정도로 괴짜이며 사진 촬영이나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습니다. 그가 감독을 맡은 애니메이션의 작품도 몇 개 되지 않을 정도로 과작입니다. 이런 것을 보면 사진 찍고 인터뷰하기를 좋아하는, 그것도 인터뷰 때마다 폭탄 발언을 터뜨리는 모 감독과는 상반됩니다.) 개인적으로는 거대 서사나 거창한 주제 의식보다 개인의 문제에 집착하는 ‘패트레이버 3’를 ‘패트레이버 2’ 못지않게 상당히 좋아합니다. 건조하고 고립된 작품의 분위기를 뒷받침하는 가와이 겐지의 애잔하고 스산한 음악, 그리고 도쿄만, JR 츄오센, 대형 양판점 사쿠라야의 네온사인 등이 디테일하게 묘사된 작화 또한 작품의 퀄리티를 높이는데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덧글

  • SAGA 2006/12/18 22:55 #

    패트레이버는 극장판은 물론이거니와 애니메이션, 만화책 등등 하나도 본게 없어서 어떤 류의 만화인지 잘 모르겠지만 디제 님의 리뷰 덕분에 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군요.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 디제 2006/12/19 15:49 #

    SAGA님/ 패트레이버의 세계관도 대단히 방대합니다. 만화책, TV판, OVA, 극장판 등 미디어 믹스로 동시에 전개되었기 때문에 한 번 시작하면 만만치 않은 공부가 필요하죠.
  • glasmoon 2006/12/19 20:33 #

    저는 패트레이버라면 TV도, OVA도, 말많은 오시이의 극장판도 모두 좋아하지만
    이 폐기물 13호 역시 그 못지않은 대단히 흡족한 작품이었습니다.
    흥행에 참패하고 국내에도 거의 알려지지 못하다가 '괴물' 이후에 비로소 회자되는것을 보고 조금 씁쓸했지요.
    정작 저는 그 '괴물'을 아직 못봤습니다만--;;
  • 디제 2006/12/20 00:01 #

    glasmoon님/ 오시이가 감독을 맡지 않아 일본내에서도 인지도가 떨어진 점도 있고 이미 '패트레이버'가 흘러간 작품으로 인식된 탓도 있고요. 다카야마 후미히코도 사실 검증된 연출가인데 말입니다.
  • ZAKURER™ 2006/12/20 00:14 #

    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영화제 상영해줄 때 지인들과 단체로 봤는데...
    특차2과가 안 나온다는 '원죄'는 둘째치고, 아직도 패트3하면 당시 번역자로 등록된 이미도 씨의 명번역(이루카->오징어로 번역)만 생각납니다.
    덕분에 영화 도중은 물론 나중에도 내내 번역 씹기 바빠서 좋치 않은 기억만 남긴 작품이 되었음은 물론 다시 봐야 하긴 하는데도 여전히 손대기 꺼리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0080에서 은근히 드러난 타카야마 후미히코 감독 특유의 '원작파괴' 성향을 파악하고 미리 정신적 대비를 했어야 했는데 말이죠.
    (똑같이 '원작파괴' 성향인 오시이 양반엔 절대 정이 안 갑니다만^^;)

    호불호 이전에, 일본식 로봇물+특촬괴수물+헐리웃식 크리쳐물 클리셰의 집대성과 변형이란 점, 그 외에도 소재나 내러티브, 캐릭터 묘사 등에서 패트레이버가 아니라고 외면하기엔, 또는 괴물과 단순대비용으로 언급되기엔 아까운 작품임엔 분명합니다.
  • 디제 2006/12/20 10:53 #

    ZAKURER™님/ 극중에서 오징어는 아예 등장하지도 않는데 말이죠. 이미도 씨가 일본어를 할 줄 아는지도 의문이군요. 한때 영화 번역 혼자 다 하다시피 하면서 욕 무지 먹었는데 최근에는 잘 보이지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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