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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전사 건담 - 제1화 건담 대지에 서다!! U.C. 건담(퍼스트, Z...)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으로 소위 ‘퍼스트’라 불리며 모든 건담 시리즈의 원형이 된 ‘기동전사 건담’의 DVD 발매를 기념하는 의미에서 TV판과 43화와 극장판 3편의 리뷰를 시작하려 합니다. 블로그로 복귀하면 결국 이것부터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늘 품고 있었는데 이미 끝마친 ‘기동전사 Z건담’의 TV판과 극장판의 리뷰 이전에 했어야 한다는 설레는 의무감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결국 ‘퍼스트’의 리뷰를 통해 OVA들과 ‘기동전사 건담 ZZ’와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의 리뷰도 순차적으로 해나가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입니다.

‘퍼스트’ 제1화 ‘건담 대지에 서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명대사와 명장면 일색입니다. 아마 TV판을 실제로 보지 않았다 하더라도 극장판이나 ‘슈퍼로봇대전’, ‘SD건담 지제네레이션’ 등의 게임을 접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류가 너무나 증가한 인구를 우주로 이주시킨지 반 세기...’라는 나레이터 나가이 이치로의 첫 번째 대사부터 ‘인정하고 싶지 않구나...’에 이르는 샤아의 마지막 대사까지 신물이 나도록 들었을 것입니다.

나가이 이치로의 나레이션을 통해 스페이스 콜로니, 지구연방과 지온 공국, 모빌슈트의 존재 등 U.C. 0079의 상황 설명이 이루어지지만 TV 방영 당시인 1979년에는 이처럼 복잡한 설정이 도입된 로봇물이 전무했기 때문에 자쿠가 사이드 7에 잠입하는 장면에서 ‘응? 로봇이 우주에서 지구로 온 건가?’하는 의문을 품었던 사람들이 대다수였다고 합니다. 설정 면에서는 크게 새로울 것이 없는 시리즈가 반복되어 패턴을 알고 보는 현재의 시청자들과는 달랐던 것입니다. 라그랑쥬 포인트 따위는 더더욱 아는 사람이 드물었습니다.

자쿠를 통해 콜로니 내부로 침투한 진과 데님의 시선을 통해 주인공 아무로와 프라우로 옮겨갑니다. 토미노 감독이 엄청나게 공들여 작명한 아무로 레이는 훗날 가수로, 그것도 여자가 될 줄(물론 건담의 아무로는 이름이고 가수 아무로는 성(姓)입니다만.)은 몰랐다는 관계자들의 인터뷰가 있었을 정도로 독특한 작명인데 기존의 호쾌하고 직선적인 ‘마징가Z’의 가부토 코지를 비롯한 슈퍼로봇물의 주인공과는 대비되는 내성적이며 혼자 있기를 즐기는 소년입니다. 피난 명령조차 듣지 못한 채 기계에 매달리고 군인들이 전사해도 건담의 매뉴얼을 정신 없이 펼쳐 보는 아무로의 모습은 지금의 오타쿠나 히키코모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프라우(Frau)는 독일어로 ‘부인’을 의미하는데 아무로의 식사를 챙기고 카츠, 레츠, 킷카(세 꼬마 중에서는 킷카만이 유일하게 이번 편에 대사 없이 잠시 등장합니다.)의 어머니(와 같은 역할에서 호적상의 양모까지)가 되는 것을 암시합니다. 한편 아무로, 프라우와 친구 사이인 하야토도 어머니(한 컷만 등장하는데 아마도 성우가 세이라 역의 고 이노우에 요우인 것 같습니다.)와 함께 등장하는데 아무로의 아버지가 군인이라는 사실에 대한 반감과 아무로에 대한 라이벌 의식을 드러냅니다. 전기차를 함께 타고 가면서 프라우가 아무로의 나쁜 버릇을 나무라는 장면은 ‘기동전사 Z건담’의 제1화 ‘검은 건담’에서 전기차에서 화가 카미유를 나무라는 장면으로 패러디됩니다.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화이트베이스에 감탄하는 중령의 성우는 ‘기동전사 Z건담’의 TV판에서 쟈미토프 하이만을 맡았던 이케다 마사루입니다. 어이 없이 설치다 첫 번째 MS전의 희생양이 된 진의 성우는 소가베 카즈유키로 ‘∀(턴에이) 건담’에서 미란 집정관을 담당하기도 했었는데 최근 식도암으로 사망했습니다.

V작전을 책임지고 있는 템 레이와 함께 파오로와 브라이트가 등장합니다. 브라이트는 19살의 나이에 군에 입대한 지 6개월 밖에 안 되는 햇병아리로 묘사되는데 자쿠의 습격으로 대다수의 연방군인들이 전사하자 화이트베이스의 함장이자 아버지와 같은 존재가 됩니다. 햇병아리 군인이 하루아침에 아버지와 같은 존재가 되는 급반전을 통해 전쟁의 비정함이 웅변됩니다.

샤아와 부관 도렌이 등장합니다. 주인공 아무로보다 더 멋진 미형 캐릭터 샤아는 진의 대사를 통해 공을 세워 벼락출세를 했으며 V작전을 간파한 유능한 군인으로 묘사됩니다. 프랑스의 샹송 가수 샤를르 아즈나브르와 토미노 감독이 전반부를 맡았던 ‘용자 라이딘’의 프린스 샤킨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성우 이케다 슈이치는 샤아를 통해 일본 애니메이션 사상 가장 유명한 악역 캐릭터의 성우가 되었는데 원래 그가 ‘퍼스트’의 방영을 앞두고 오디션을 받았던 역할은 아무로였다고 합니다. 만일 그가 아무로의 성우를 맡았다면 어땠을까요. 이를테면 ‘아버지에게도 맞은 적이 없었는데!’ 같은 대사를 이케다 슈이치가 했다면... (가면 쓰면 샤아, 벗으면 아무로의 ‘우주 흑기사’가 연상됩니다. 여주인공은 가면 쓰면 키시리아, 벗으면 세이라였다는...) 부관 도렌은 샤아가 좌천된 이후로는 등장하지 않다가 제32화 ‘강행돌파작전’에서 지휘관으로 승진하지만 각성한 아무로에게 전멸당하며 전사합니다. 참고로 제32화는 건담 시리즈 사상 가장 많은 팬(!)을 거느린 MA 자쿠레로가 등장한 편이기도 합니다.

데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진은 자쿠로 화이트베이스에 탑재하려던 건캐논과 건탱크를 박살냅니다.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은 동일한 루나 티타늄(소위 ‘건다륨’)을 사용하고도 아무로가 탑승한 건담은 자쿠 머신건을 튕겨 내지만 건캐논과 건탱크는 파괴된다는 점입니다. 자쿠의 공격에 군인들이 전사할 때에는 여전히 매뉴얼만 뒤적거리는 아무로이지만 프라우의 어머니를 비롯한 민간인이 학살당하자 분연히 건담에 탑승합니다. ‘퍼스트’가 과거의 슈퍼로봇물의 ‘우연히 로봇에 탑승해 영웅 되기’라는 공식에 충실해 TV를 보는 소년들의 판타지를 충족시키면서도 물리쳐야 할 적이 외계인이나 괴물이 아니라 같은 인간이며, 로봇이 정부와는 무관한 연구소 따위의 발명품이 아니라 군의 병기이고, 로봇 하나를 물리치는 전투에 충실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거대 전쟁의 일개 소모품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확실히 ‘퍼스트’는 이전의 슈퍼로봇물과는 다릅니다.

건담에 오른 아무로는 진의 자쿠를 빔 사벨로 일도양단하지만 엄청난 폭발로 (애니메이션 상의 대사에는 ‘핵융합로’ 따위의 전문 용어는 없습니다.) 콜로니의 외벽이 파괴됩니다. ‘인간보다 MS가 중요한가요?’라는 아무로의 질문에 사실상 침묵으로 긍정했던 템은 토미노 건담 시리즈의 대다수 아버지들이 겪어야 할 죽음에 가까운 고난을 맞습니다. 사실 인간보다 MS를 중시한 것 이전에 템에게는 토미노 건담 시리즈의 아버지들이 가지고 있는 원죄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가정을 소홀히 한 죄입니다. 아내와 별거하고 아들을 혼자 키우면서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은 (그러면서도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건담의 양산’을 운운했던) 죗값을 치룬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아들 아무로가 개발 중인 건담의 데이터를 훔쳐보게 내버려두거나 하는 우까지 범하지는 않았는데 (아무로는 템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개발하고 있었는지는 몰랐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 보상으로 죽음만은 면할 수 있게 됩니다. 데이터까지 유출당하고 가정을 내팽개친 채 젊은 애인을 둔 아버지의 비참한 말로는 ‘기동전사 Z건담’에서 명확해집니다.

자쿠의 폭발로 콜로니의 외벽이 파괴되자 아무로는 콜로니의 공기가 없어질 것을 우려해 더욱 집중해 데님의 자쿠의 콕피트만을 노려서 격추시킵니다. 이러한 설정 때문에 1989년작 ‘기동전사 건담 0080 포켓 속의 전쟁’에서 바니의 자쿠 FZ가 파괴되어도 리보 콜로니가 멀쩡한 것에 대해 OVA 발매 당시부터 팬들 사이에서 설정 공방이 있었습니다.

명장면, 명대사로 가득한 제1화는 무사이의 사이드 7 공격과 샤아의 명대사 ‘인정하고 싶지 않구나. 자기자신의 젊음으로 인한 과오라는 것을...’로 마무리되는데 더빙 당시 이케다 슈이치가 도무지 무슨 의미인지 몰랐었다고 토로했을 정도로 ‘토미노적(的)’인 멋진 대사입니다.

덧글

  • 잠본이 2006/12/17 01:41 #

    > 동일한 루나 티타늄을 사용하고도 아무로가 탑승한 건담은 자쿠 머신건을 튕겨 내지만 건캐논과 건탱크는 파괴된다는 점

    주인공이 탄 것과 타지 않은 것은 그만큼 큰 차이인 것입니다. (멋대로 납득하지마)

    > 바니의 자쿠 FZ가 파괴되어도 리보 콜로니가 멀쩡한 것에 대해 팬들 사이에서 설정 공방

    그때 분명 버니의 자쿠도 엔진은 그냥 둔 채 조종석만 푹 찔렀으니 콜로니에 큰 영향을 미칠래야 미칠 수가 없었을텐데 공방이 생길 여지가 있었을까요? ;;;;;?_?
  • ZAKURER™ 2006/12/17 02:19 #

    잠본이님/ 버니의 FZ자쿠는 백팩(엔진)까지 관통당하고 그 직후 유폭로 인해 상반신이 완전히 산산조각 납니다. 거의 붙어있다시피 했던 알렉스도 히트호크로 잘린 머리 뿐 아니라 아마 그 유폭으로 왼팔까지 날아가죠.
    사실 퍼스트 1화 이외엔 대개의 UC작품에서 MS는 평범한 수준의 폭발만 일으키죠. 예외라면 V건담 정도려나요?

    염원(?)이던 퍼스트 건담 리뷰, 드디어 시작하셨군요. 즐거이 감상하겠습니다 :-)
  • FAZZ 2006/12/17 09:57 #

    알렉스와 자크 FZ가 붙었던 콜로니는 외벽이 더 튼튼했더라라는 설정이...(퍽)
    앞으로 이 시리즈 즐겁게 보겠군요. ^^
  • milln 2006/12/17 14:40 #

    저도 건담1화를 보고 건캐논하고 건탱크는 루나 티타늄(?)이 아닌줄 알았어요. 이후 에피소드에서도 내구도는 별로 좋지 못했던 걸로 기억나네요. 그리고 '설정상 핵융합로인데 ms가 터질때 데미지가 너무 적다' 는 것도 언제나 생각하는 문제 였는데 방사능 오염은 되는데 핵연쇄반응을 일으킬 정도의 임계점은 넘지 않게 되어 있구나~ 하는 걸로 스스로 납득... 샤아의 그대사가 1화에서 나왔었는지 몰랐군요.

    아 참 루나 티타늄은 건다리움 하고 다른건가요? 제타에서 릭디아스 만들때 건다리움 감마던가 그래서 건담은 건다리움 이었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닌거 같군요-_-;
  • 잠본이 2006/12/17 14:52 #

    필름코믹으로 재확인해 보니 상반신이 통째로 날아가는 장면이 있었군요. 그 폭풍에 휘말려 알이 데굴데굴 구르기까지 하네요. (왜 난 까먹고 있었지?) 바로잡아주신 ZAKURER™ 님께 감사드립니다.
  • 강설 2006/12/17 17:30 #

    제타에 이은 퍼스트 건담 리뷰군요. 재밌는 포스팅이네요.
  • 功名誰復論 2006/12/17 18:53 #

    눈물을 흘리며 건담에 올라타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죠.
  • 시북군 2006/12/17 21:59 #

    아무로와 샤아가 반대일거라고 생각해보니 그것도 참 재밌는 일이군요. 하여튼 이케다씨나 후루야씨에게 있어 정말 그 배역이 이렇게 후일까지 영향을 미칠거라 그 누가 생각했을지...
  • 디제 2006/12/18 09:42 #

    잠본이님, ZAKURER™님/ 0080 제작 당시 당연히 제작진도 상당한 고민을 했을 겁니다. 그래서 전신이 아닌 상반신 폭발로 타협한 것인지도요. 그래도 의문은 풀리지 않습니다만...
    FAZZ님, 강설님/ 감사합니다. 지켜봐주십시오. ^^
    milin님/ RX-78-2와 건캐논, 건탱크에 사용된 것이 건다륨 맞습니다. 건다륨은 루나 티타늄의 애칭이죠. '신기동전기 건담W'에는 이것을 패러디한 이름은 '건다늄'이 나오죠.
    功名誰復論님/ 눈물을 흩뿌리며 건담에 올라타죠. 토미노의 건담 시리즈를 보면 등장인물이 눈물을 '흘리는' 것이 아니라 '흩뿌리는' 장면이 의외로 많습니다. 샤아가 카미유에게 맞을 때에도 눈물을 흩뿌리죠.
    시북군님/ 토미노 감독이나 반다이라는 완구업체조차 이렇게 거대한 아이템이 되리라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 SAGA 2006/12/18 22:52 #

    으음, 확실히 기존 로봇물의 주인공과는 다르군요. 아무로는...... 이케다 슈이치도 의미를 모르는 마지막 샤아의 대사는 뭔가 오묘하군요.
  • 디제 2006/12/19 15:46 #

    SAGA님/ 토미노 감독의 대사를 보면 문법적인 측면에서 좀 애매하거나 어긋난다 싶은 대사도 많습니다. 토미노 감독이 직접 쓴 일본판 건담 소설들을 보면 문체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 glasmoon 2006/12/19 20:51 #

    RX계 MS의 건다륨은 평범한 금속이 아니라 탑승자의 능력에 따라 내구성이 증폭되..;;;;

    어쨌거나, 그 유폭 문제는 이후 정립된 미노프스키형 핵융합로의 설정을 보나 병기로서의 운용성을 보나
    '퍼스트니까 그랬거니' 하고 넘어가도 좋을것을, 빅토리나 08소대나 잊혀질만하면 써먹더군요. --
  • 디제 2006/12/20 00:02 #

    glasmoon님/ RX계 MS의 건다륨은 평범한 금속이 아니라 탑승자의 능력에 따라 내구성이 증폭 -> 맞습니다. 아무로가 탑승하면 접근전용 무기가 없는 건캐논이 접근전용 무적의 MS로 돌변하죠. ^^
  • 열혈 2006/12/20 16:43 #

    건탱크와 건캐논이 파괴된 것은... 완전히 조립되지 않고 부품상태...(라고 해야 할까요? 아님 파츠상태라고 해야 할까요?)로 있었기 때문에 약한 내부에 피격당해 파괴당했다~~ 라고 변명이 가능할 듯 싶습니다. 컨테이너에 분리된 상태로 적재되어 있었던 걸로 기억하거든요.
  • 디제 2006/12/21 00:03 #

    열혈님/ 나름대로 설득력 있는 이야기이군요. ^^
  • Werdna 2007/05/18 17:13 #

    Frau Bow (보우 아주머니) 말고도, 프라우(Prow)는 "뱃머리", 보우 (bow)는 "이물" 로 둘 다 배의 앞부분을 가리키는 단어이기도 하답니다.
    Frau Bow 든 Prow Bow든 간에 참 이상한 이름임에는 틀림없죠. (단바인의 쇼트 웨픈에 버금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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