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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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라이 - 고독한 킬러의 초상 영화

킬러 제프 코스텔로(알랭 들롱 분)는 재즈바의 주인을 암살하지만 경찰의 검문에 걸리게 됩니다. 이미 치밀한 알리바이를 만들었기에 풀려난 제프이지만 경찰의 미행과 조직의 불신에 이중고를 겪게 됩니다.

‘숲 속의 호랑이를 제외한다면 사무라이의 고독을 능가하는 것은 없다.’는 일본 무사도의 격언으로 시작되는 장 피에르 멜빌 감독의 1967년작 ‘사무라이’는 하드 보일드 필름 느와르의 걸작입니다. ‘사무라이’는 유일하게 달변인 경찰국장(프랑소와 페리에 분)을 제외한다면 주인공 제프를 비롯한 거의 모든 등장인물이 극단적으로 대사를 아낍니다. 게다가 총격씬은 돌발적이며 절제되어 있기 때문에 화려함과 거리가 멀고 카타르시스를 제공하지도 않습니다. 지독하게 건조한 감수성이 바로 ‘사무라이’의 정서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건조함에서 비롯되는 비정함이 바로 ‘사무라이’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파리의 밤거리와 지하철 역, 육교, 그리고 외딴 차고에서 벌어지는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비정함 속에서 긴장감을 더욱 강조해 숨 막힐 듯한 압박감마저 느끼게 합니다. 알랭 들롱의 예리하고 강인한 턱선과 초점을 잃은 듯 무표정한 푸른 눈이 오히려 깨지기 쉬운 숙명을 내포하고 있기에 ‘사무라이’는 더욱 매력적입니다. 중절모를 눌러 쓰고 레인 코트의 깃을 세운 알랭 들롱의 댄디함은 미국의 그 어떤 배우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깊이와 울림이 있습니다. (왜 프랑스 배우들은 항상 헐리우드 배우보다 깊이 있어 보일까요? 알랭 들롱이나 장 폴 벨몽도에서 최근의 뱅상 카젤까지 말입니다. 여배우도 마찬가지로 ‘사무라이’에 등장하는 알랭 들롱의 부인 나탈리 들롱에서 줄리엣 비노쉬를 거쳐 에바 그린에 이르기까지... 이건 저만의 편견일까요? 아, 물론 브리짓 바르도는 예외입니다.)

‘사무라이’를 현시점에 보면 몇 가지 허점이 눈에 띕니다. 용의자와 목격자를 같은 공간에 두고 대질 심문을 벌인다든가, 일개 살인자에게 엄청난 경찰 병력이 투입되어 숨바꼭질 같은 미행을 하는 것은 사실성이 떨어진다는 혐의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사무라이’를 댄디한 마초 판타지로 보고 파리를 공간적 배경으로 본다면 충분히 납득할 만합니다.

멜빌의 영화는 후대의 많은 감독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미 ‘오우삼, 멜빌을 회고하다’에서 언급된 것처럼 오우삼이 창조한 홍콩 느와르의 세계관은 멜빌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사무라이’에서 제프가 혼자 상처를 치료하는 장면이 불러일으키는 쓸쓸함은 왕가위의 ‘타락천사’에서 여명에 의해 반복됩니다. 건조하면서도 돌발적인 총격씬은 기타노 다케시 영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사무라이’에서 제프가 총을 꺼내는 장면의 편집 트릭은 서부 영화의 결투 장면에서 멜빌이 영향을 받은 듯 합니다.) 제프의 댄디함은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의 이병현에도 투영되었으며 ‘달콤한 인생’의 DVD 기획 단계에서 ‘멜빌에서 킬빌까지’라는 서플먼트의 제작이 고려되기도 했었습니다.

덧글

  • ZAKURER™ 2006/12/16 12:24 #

    제목은 알지만 보진 않은 영화인데...
    오리지널 느와르라니 봐야 하겠지만 그러기엔 헐리웃 블럭버스터에 너무나도 물들어 기대에 못미칠까 망설이게 되고...
    남들이 "퍼스트 작화 구려" 하는 걸 보며 '건담을 알려면 짝퉁들 말고 퍼스트부터!' 하며 코웃음쳐온 주제에 딜레마에 휩싸여 있습니다. ^^;
  • 산왕 2006/12/16 12:31 #

    언급하신 다케시의 총격씬은 닛카츠 등 고전 야쿠자물부터의 전통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다케시 뿐만 아니라 일본의 노장 감독들은 대부분 비슷한 느낌의 총격씬을 보여줬던 것 같은데; 닛카츠 영화들도 본 지가 오래되놔서 --; 전혀 다른 차원의 영화이지만 인의없는 전쟁 시리즈가 최근엔 가장 보고싶은 시리즈인데 볼 방법이 없네요 orz..
  • 요한 2006/12/16 13:50 #

    첩혈쌍웅은 이 영화의 오마쥬라죠^^ 그래서 주인공 이름조차 제프라고 지었다고 들었습니다.
  • 디제 2006/12/17 00:57 #

    ZAKURER™님/ 돌아오는 20만 히트 기념 오프로 '사무라이' 상영회나 할까요? ^^ 참, 말씀하신 퍼스트의 리뷰를 '감히' 시작했습니다. 진작부터 생각해왔던 것인데 '퍼스트부터!'라는 ZAKURER™님의 덧글을 보고 헉, 했습니다.
    산왕님/ 닛카츠 영화들의 리핑 dvd가 없나요? 일본에 가면 중고 LD 샵에서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기는 한데... 요즘 LD를 모으고 보는 저같은 사람은 극단적으로 드무니...
    요한님/ '제프'가 거기서 온 것이었군요. ^^
  • 산왕 2006/12/19 13:36 #

    리핑 DVD를 안 봐서 볼 수가 없는 것이죠^^;
  • 디제 2006/12/19 15:47 #

    산왕님/ 리핑 dvd를 안보신다는 원칙, 멋지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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