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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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보그지만 괜찮아 - 어설픈 가벼움과 불편함 영화

복수는 나의 것 - 불편할 정도로 힘이 넘치는 복수극
올드보이 - 정제되지 않은 폭력과 권력
친절한 금자씨 - 친절한 복수, 코믹 잔혹극
친절한 금자씨 - DLP 감상

무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할머니와 함께 살던 영군(임수정 분)은 스스로 사이보그라고 생각해 식사를 거부하고 자살을 기도하다 정신 병원에 입원합니다. 전기기사였지만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일순(정지훈 분)은 영군을 동정하게 되고 사랑에 빠집니다.

박찬욱 감독이 ‘복수 3부작’ 이후 가볍고 밝은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했다는(이것은 팜플렛의 표현입니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그다지 로맨틱하지도, 웃기지도 않습니다. 스스로를 사이보그라고 생각하고 거식증에 걸린 영군을 동정하는 일순이 영군이 식사를 하도록 만드는 절정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은 관객을 감동시킬 만큼 로맨틱하지도 않으며 중간중간 등장하는 양념 격인 조연들도 별로 우습지 않습니다. 장애인을 희화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되는 것처럼 정신병자(라는 표현조차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습니다만)를 희화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불편할 뿐입니다. 정신병자의 모습을 통해 관객에게 불편함을 전달하고자 했다면 박찬욱 감독의 의도는 비교적 성공적이라 할 수 있지만 그 정도가 미약하여 ‘복수 3부작’만큼 강렬하지 못합니다. ‘점으로 소멸될 지도 모른다’는 일순의 공포는 가벼운 유머일 뿐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는 무관합니다. 도시에 살고 있는 현대인 대다수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통계 따위와 영화는 관련이 없습니다. 자신이 미칠 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지닌 현대인(관객)에게 체감할 수 있는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가벼운 판타지의 수준에 머무른 것이 아쉽습니다. 게다가 정신병원을 소재로 한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와 같은 정치적 함의 같은 것은 전혀 없기 때문에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어설픈 가벼움과 불편함을 왕복하며 갈피를 잡지 못할 뿐입니다. 결국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비평과 흥행 모두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사랑’을 주제로 하여 가장 중요한 대사가 ‘보증 기간 평생인 사랑’이라면 이미 그런 류의 대사는 ‘유효기간 만년으로 하고 싶다’며 CF에서도 수차례 반복된 ‘중경삼림’에서 먼저 본 대사에 불과합니다.

그나마 건질 것이 있다면 원래 마른 체형에서 5kg을 감량했을 뿐만 아니라 엄청난 스펙트럼을 연기한 임수정(심하게 말라도 여전히 예쁩니다.)과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오프닝 크레딩 정도뿐이었습니다. 조연들보다 두 마디의 대사로 웃기는 우정 출연한 김병옥(‘올드보이’의 경호 실장, ‘친절한 금자씨’의 전도사) 정도만 눈에 띕니다.

덧글

  • ZAKURER™ 2006/12/13 17:33 #

    안 본 영화지만 식사=절정이라는 리뷰 표현이 매우 의미심장하게 느껴집니다.
    (마음대로 왜곡해서 해석 중입니다 ^^;)
  • 아마란스 2006/12/13 17:53 #

    그냥 가볍게 생각없이 영화를 만든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었죠.
    초반에 피튀는 그런 장면이나 중후반에 피가 왕창 튀는 그런 장면은 미묘하게 박찬욱 삘이 나서 괜시리 미소가 머금어지더군요. 그것도 꽤나 긴 시간을 할애하면서까지...;
  • oIHLo 2006/12/13 20:28 #

    사실 불편하게 웃기는 것은 맨 처음에 영군이 엄마가 최고였습니다. 아, 끝내주게 짜증나는 캐릭터예요.
  • yucca 2006/12/13 23:45 #

    그래도 박찬욱이란 이름 때문에 궁금하긴 합니다.
    이번에 삐끗한다해도 쉽게 무너질 것 같진 않은 느낌이...
    그나저나 포스터의 타이포 그라피는 볼때마다 별로네요...
  • 디제 2006/12/14 14:59 #

    ZAKURER™님/ 식욕과 성욕은 인간이 벗어날 수 없는 2가지 본능이고 둘이 서로 연관되는 것도 있죠. 피터 그리너웨이의 영화 같은 곳에서는 둘을 노골적으로 연관시키도 하고요. 하지만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그런 암시가 거의 없는 편입니다.
    아마란스님/ 감독은 가볍게 만들었어도 관객들은 그다지 가볍게 받아들어거나 재미있어 하지는 않더군요.
    oIHLo님/ 제 글을 잘 못 이해하신 것 같은데 '불편함'이라는 것은 '(정치적, 사회적으로) 공정하지 못한 관점'에서 비롯되는 불편함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냥 짜증난다, 아니다의 단순한 논리가 아닙니다.
    yucca님/ 박찬욱 감독이야 이번에 망한다해도 투자자들은 여전히 줄을 서 있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배우에게 악영향이 갈 수는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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