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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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월드 - 기대하지 않았던 반전의 묘미 영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본 영화에서 의외의 요소를 발견하는 것은 영화 감상의 묘미 중 하나입니다. 1962년작인 ‘페드라’에서 과감한 러브신이 등장했을 때 느꼈던 당혹스러움, ‘월레스 앤 그로밋’이 ‘액션’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의 탄성, 시간 순서 배열을 뒤집은 편집만으로도 독창적인 영화가 될 수 있음을 가르쳐 준 ‘메멘토’를 보았을 때 느꼈던 충격은 기대하지 않았던 즐거움을 준다는 점에서 중독처럼 영화를 계속 찾아보게 만드는 매력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수많은 스포일러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TV 프로그램들은 경쟁적으로 스토리 까발리기에 여념이 없고, (‘출발, 비디오 여행’ 따위의 이런 프로그램들은 절대 안봅니다.) 신문기자와 주간지의 영화 기자들은 자신이 평론가인지 기자인지 헷갈리며 설익은 지식을 자랑하다 결말을 가르쳐주며 (씨네21에서 ‘리딕’의 스포일러를 알았을 때, 씨네21조차 어쩔 수 없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입사가 개설한 홍보용 공식 홈페이지 초기화면에서 결말을 알려주는 만행을 저지르는 일도 있고(애니메이션 ‘인랑’의 국내 개봉 당시 개설된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초기 화면에서 결말을 알려줘 버리더군요.), 인터넷 게시판에는 본문이 아니라 제목으로 스포일링을 하는 사람조차 심심치 않게 나올 정도입니다.

결코 극장 개봉에서는 놓쳤지만 비디오든, dvd든, vod든 간에 언젠가 감상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스포일러를 극력 피하다가 ‘순결한 상태’로 영화를 감상하고 그 영화가 기대 이상의 요소를 제공한다면 즐겁다는 것입니다. ‘매트릭스’와 ‘블레이드’의 아류작인 줄로만 알았던 ‘언더월드’가 바로 기대 이상의 작품이더군요.

물론 ‘언더월드’를 수작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액션은 힘이 떨어지며 인상적인 장면도 드물고, 셀린(케이트 베킨세일 분)이 마이클에 빠져드는 과정도 설득력이 부족하며,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마이클(스캇 스피드먼 분)은 카리스마와 외모 모두 역부족입니다. 총에 의지하지 않으면 절대로 라이칸(늑대인간)에게 대항할 수 없는 뱀파이어도 스토리에 힘을 주는데 실패한 요인 중 하나로 보입니다.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처럼 보였던 크레이븐은 그냥 사라져 버립니다.

영화를 보게 된 이유는 당연히 케이트 베킨세일 때문이었습니다. 올해 우리 나이 서른둘의 애엄마인 이 여배우는 이미 ‘세렌디피티’와 후에 개봉되었지만 저는 먼저 접한 ‘반 헬싱’에서 눈여겨 본 바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큰 눈과 광대뼈, 가냘픈 듯 선이 고운 것이 매력적인 그녀는 ‘언더월드’에서 몸에 꼭 끼는 새까만 가죽옷을 입고 진지한 표정으로 팔을 쭉 뻗어 권총을 난사합니다.

하지만 ‘언더월드’는 케이트 베킨세일보다 더 볼만한 것이 있더군요. 우선 배우들의 분장이었습니다. 빅터가 처음 깨어났을 때 핏줄이 툭툭 튀어나온 징그런 알몸이 오히려 시선을 고정시켰고 마이클이 최종 변신했을 때의 독특한 살의 색과 근육 모양이 신선함을 느끼게 하더군요.

게다가 초반부는 액션, 중반부는 늘어지면서 뻔한 결말을 제시할 줄 알았던 후반부에서 과거의 복잡한 역사가 밝혀지고 선과 악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반전을 극적으로 제시하면서 B급 액션 영화 이상의 서사구조를 제시합니다. 뱀파이어와 라이칸의 방대한 과거사와 등장 인물의 갈등이 폭넓은 세계관을 포함하고 있는데 왜 이 정도 이야기 밖에 하지 못하는 것일까, 속편을 노리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오히려 들 정도였습니다. 만일 빅터 이외의 원로를 묘사하고, 총에 의지하는 허약한 뱀파이어에게 카리스마를 부여한다면 비록 수작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언더월드’이지만 소문처럼 스핀 오프 시리즈를 만드는 것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덧글

  • corwin 2004/09/01 08:58 #

    동감 120%
  • Sion 2004/09/01 16:47 #

    물론 스포일러를 당하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억지로 알리는 일련의 행태야 조심해야 겠지만, 관객 역시 필요 이상으로 스포일러와 반전에만 목을 매고 있다는 인상도 요즘 보면 지울 수가 없더군요.(제가 스포일러에 신경을 안쓰는 사람이라 그런지는 몰라도요;;)
  • 디제 2004/09/01 16:53 #

    corwin님/ :)
    Sion님/ 요즘 관객이 스포일러와 반전에 목을 매는 것은 지나치게 관습적으로 흘러가는 헐리우드나 우리 영화의 스토리 전개에 질렸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새로운 것'을 원하는 것이겠죠. '식스 센스'나 '유주얼 서스펙트'같은 작품의 결말을 알고 영화를 보게 되는 것과 모른 상태에서 보게 되는 것은 다르지요. 반복 감상하는 것만 아니라면요.
  • 아마란스 2004/09/01 22:09 #

    반헬싱처럼 의외의 면모에서 볼게 많았습니다.
    반면, 왠지 모르게 블레이드틱한 장면이 많았지요. 베킨세일양이 멋지게 쌍권총을 난사하는 모습은 멋지지만...디제님 말씀대로 독특한 장면이 그렇게 많지 않았지요.
    지하철 총격신도 화려하고 인상깊다기보다는...조금 짧은 느낌도 나고...
    라이칸과 뱀파이어 사이에 독특한 특징이 없다는 것도 조금 아쉬운 느낌입니다. [대체 총쓰는 뱀파이어에게 라이칸이 왜 졌던거지? 빅터와 기술력의 위력인가...-_-;]
  • 디제 2004/09/01 23:10 #

    아마란스님/ 라이칸과 뱀파이어를 시각적으로 구분하는 것도 쉽지 않더군요. 둘다 시커먼 옷에 인상쓰고... 굳이 두눈 부릅뜨고 보니 라이칸은 좀 펑키스타일이고 뱀파이어는 좀 깔끔하다는 것 정도더군요.
  • Yum2 2004/09/01 23:46 #

    단지 여배우가 마음에 들어서 본 저도 있습니다;;
  • TITANESS 2004/09/02 00:05 #

    뭐 단지 뱀파이어가 나온다는 사실하나로 본 사람도 여기 있는데요...
    칙칙한 분위기의 포스터(잘빠진 언니)도 한 몫했다다는걸 부인 못합니다만, 러브 액추얼리와 비교해서 빌나이(Bill Nighy)의 변신도 재미있습니다...;;;;;;
  • 디제 2004/09/02 12:18 #

    Yum2님, TITANESS님/ 역시 여자들이 보기에도 케이트 베킨세일은 매력적인가 보군요. 남자가 보기에도 매력적인 남자, 여자가 보기에도 매력적인 여자가 정말 매력적인 사람이겠죠. 남자가 보기에 매력적인 남자 배우는 누가 있을까요? 브래드 피트, 조지 클루니, 에드워드 노튼, 뭐 이런 배우들이 생각나는 군요.
  • 사이키 버밀리언 2004/09/03 13:27 # 삭제

    저는 이 영화를 골라들 때, 보통 이런 류의 영화에서 기대하게 되는 건 초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액션이라든가, 특수효과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굳이 예를 들자면 엑스맨이나 스파이더맨의 그런 액션말이죠.^^a

    사실 뭐 그리 매력적인 면이 있는 영화는 아니었습니다만(포스터 분위기만 그대로 재현했어도 수작일 것을, 그 반만 따라갔다는 느낌이랄까요.;), 케이트 베킨세일만으로도 매력은 충분했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세 왕 중 하나인 아멜리아씨가 너무 허무하게 돌아가신 게 꽤나..=_=
  • 디제 2004/09/03 15:04 #

    사이키 버밀리언님/ 저 역시 액션을 기대했는데 의외로 액션은 약했죠. 케이트 베킨세일이 없다면 성립할 수 없는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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