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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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경주 수학 여행 - 첫째 날 일상의 단상

지난 월요일(7월 10일)부터 오늘까지 2박 3일 동안 경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휴가를 다소 빠르게 다녀온 셈인데 중2 때 수학 여행 이후 (군 복무 시절 외박으로 잠깐 들른 적은 있지만) 사실상 두 번째 수학 여행이 된 셈입니다.

서울에서 출발해 경상북도에 위치한 평사 휴게소에서 찍은 하늘입니다. 시커먼 먹구름으로 가득합니다. 출발하기 전 일기예보에서는 태풍이 서해안쪽에만 영향을 준다고 해서 기세 좋게 출발한 것인데 사실 경주까지 다섯 시간이 걸리는 동안 내내 태풍의 영향을 직접 받았습니다. 5m 앞도 보이지 않았고 내내 비상등을 켜고 운전해야 했습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가운데 대형 화물차와 중앙 분리대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빠져 나가며 이대로 산산조각이 나서 죽어도 나쁠 것이 없겠다는 만용으로 운전하기는 했지만 경주에 도착하고 나니 정말 무모한 운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문 단지에 위치한 모 콘도에 묵었습니다. 개장한지 석달도 되지 않아 시설도 좋고 깨끗했습니다.

방은 아쉽게도 호수가 보이는 쪽이 아니라 반대쪽을 배정받았습니다.



침대와 주방, 그리고 욕실입니다. 콘도에서 비누와 샴푸, 샤워젤이 비치되어 있는 것은 처음 봤습니다. 인테리어가 밝고 깔끔합니다.(식탁 의자의 젖은 양말의 압박!)

가장 먼저 향한 곳은 포석정입니다. 신라 말 경애왕이 후백제 견훤의 침략으로 죽은 곳입니다. 어쩐지 신라 멸망의 자취부터 여행을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포석정 입구의 매표소에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공짜로 입장했습니다.

입구의 박스에는 집표함이 있었는데 제가 갔을 때에는 직원이 없었습니다. 태풍이라 철수한 것인지 아니면 비수기라 입장료를 받지 않는 것인지 몰라도 여하튼 좋아했지만 이후부터 다른 모든 곳에서는 입장료를 내야 했습니다.

을씨년스런 날씨에 관람객으로는 모르는 여자 두명과 저를 제외한다면 포석정을 보러온 사람은 없었습니다. 소나무 뒤쪽으로 포석정이 보입니다.


전복 모양으로 된 곡수구에서 유상곡수 놀이를 즐기며 풍류를 만끽한 멋진 장소라고 느껴지기 보다 백성들이 과도한 착취로 허리가 휘는데 지배층은 이런 곳에서 놀고 있었단 말인가 하는 생각에 왕이 죽어도 싸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곡수구의 시작 부분입니다. 어떤 원리로 물을 흐르게 했는지 궁금하더군요.



길거리 중간중간에는 엄청난 크기의 고분을 흔하게 찾아볼 수 있어서 기분이 묘했습니다. 무덤과 함께 생활하는 경주 사람들이더군요.

경주 국립 박물관을 찾았지만 월요일은 휴관이라 다음 코스인 황남빵으로 향했습니다. 경주 명물로 3대 60여년 동안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상점 입구입니다. 안에서는 빵을 굽는 곳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데 내부 사진 촬영은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가장 작은 박스로 구입했는데 스무 개가 들었습니다. 가격은 싼 편은 아닙니다.

겉박스를 열면 나오는 속지입니다. 황남빵의 유래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스무개가 들어 있습니다. 손으로 만든 것 같습니다.

빵 하나를 꺼냈습니다. 크기는 500원 동전보다 조금 큰 편으로 작게 느껴집니다.

빵을 자른 단면입니다. 단팥이 가득 들었습니다. 처음 맛을 보면 많이 달지만 이상하게 자꾸 손이 갑니다. 매우 부드럽습니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 첨성대입니다. 두번째로 보는 것이지만 생각보다 작은 느낌입니다.

정면에서 본 모습입니다. 야간 조명을 밝히고 보면 더 멋질 것 같습니다.

꼭대기 부분만 따로 찍었습니다. 왠지 쉽게 무너질 것 같아 아슬아슬하지만 1300년이 넘도록 그대로 버텼으니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날의 마지막 일정은 엄청난 유물이 발굴된 안압지(임해전지)였습니다. 첨성대에서와 마찬가지로 저 이이외에는 방문객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공중에서 내려다 보지 않는 한 어디에서도 호수의 전체 모습을 볼 수 없도록 설계되었습니다. 태풍이 걷히고 있어 하늘빛이 묘합니다. 바람이 심했습니다.

안압지의 설명 팻말인데 뭔가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자세히 보니 '보아'라는 글씨에서 누군가 '아'를 지웠습니다. 수학여행온 학생이 가수 보아를 생각하며 장난을 친 것으로 보입니다.

호수의 반대편에는 대나무 숲도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다른 곳에서도 대나무 숲을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호수 한쪽에서 파닥거리는 소리가 들려 보았더니 넘친 물에 쓸려온 손바닥만한 큰 붕어였습니다. 물이 얕은 곳으로 밀려와 숨을 못쉬고 죽을 것처럼 보여서 나뭇가지로 밀어서 호수 안쪽으로 보내주었습니다. 살았나 모르겠군요.

콘도로 돌아와 족발과 배상면주가의 새로운 술 대포로 하루를 마쳤습니다.

덧글

  • 마리 2006/07/12 22:33 #

    아이고. 비 많이 왔을텐데 잘 다녀오셨나요?
    저도 실은 10일부터 통영에 다녀올 생걱이었는데 태풍 때문에 취소했답니다..ㅜㅜ
  • yucca 2006/07/12 23:09 #

    경주는 한번도 안가봤는데; 생각보다 깔끔하고 예쁘네요.
    이제 저기에 핵폐기물이 뭍히는 거군요...흠
  • FAZZ 2006/07/12 23:11 #

    포석정의 원리는 지금도 과학적으로 규명못한다고 했는데 에밀레종을 받치는 철도 그렇고 1000년 왕국 신라의 미스테리는 우리를 아직도 즐겁게 하나 보는군요 ^^
  • 나르사스 2006/07/13 06:37 #

    주변에 사람들이 없는게 신선하네요.
    비 많이 오지 않았나요?
  • NabDo 2006/07/13 12:50 #

    마지막 사진 너무합니다 ㅡ.ㅡ

    대낮에 소주가 땡깁니다........

    땡땡이치고 일잔 할까.....
  • 디제 2006/07/14 00:38 #

    마리님/ 사실 저도 이번 휴가를 10일부터 잡으면서 홋카이도나 제주도를 생각했습니다만 그랬다면 10일 출발은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휴가 취소되셨다니 안타까우셨겠군요.
    yucca님/ 도시가 조용하고 유적지가 비교적 잘 관리되어 있었습니다. 핵폐기물은 생각만해도 가슴 아프군요. 1500년전 조상들은 문화유산을 남겨주었는데 우리는 후손에게 영원히 썩지 않을 핵폐기물을 남기니 말입니다.
    FAZZ님/ 지금의 기술로도 과거 유물, 유적 중에 못만드는 것도 많죠.
    나르사스님/ 다행히 제가 경주 시내를 돌아다닐 때에는 비가 거의 오지 않았습니다. 운이 좋았죠.
    NabDo님/ 마지막 사진은 그저 양념입니다만... ^^;;;
  • Fermata 2006/07/14 02:01 #

    혼자 가신 건가봐요?
    수학여행 때문에 이미지가 이상하게 박혀서 그렇지
    제대로 여행하면 경주가 참 좋다더라구요. :)
  • 퍼플 2006/07/14 09:16 #

    하필이면 장마! (젖은 양말의 압박...ㅋㅋ)
    저도 이제 휴가가는데.... 주말 내내 장마라 우울합니당... ㅜ.ㅜ
  • 디제 2006/07/14 21:38 #

    Fermata님/ 네. 그나저나 정말 오랫만이시군요. 건강하시죠? ^^
    퍼플님/ 그냥 푹 쉬다 오세요. ^^;;;
  • 도형이_베리엔젤 2006/07/17 02:40 #

    포석정 근처에 남산이 있던걸로 기억하는데 남산 정상에서 내려오는데 길 잘못들어서 포석정 근처의 '통행금지' 현수막을 보면서 내려왔던 기억이 나네요. 어쩐지 산길이 너무 험악하다 했었음... 2000년에 친구 3명이서 갔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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