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2005년작 ‘타임 투 리브’는 죽음을 앞둔 한 청년이 담담하게 자신의 삶을 정리하는 과정을 차분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상당한 수위의 노출 장면이나 게이 베드 신도 등장하지만 담담하고 쿨한 전반적인 분위기를 거스르지 않는 수준입니다. 자칫 신파극으로 흐를 수 있는 소재를 감정의 과잉으로 인해 불편해지지 않도록 균형 감각을 유지하고 깔끔하게 마무리한 점은 높이 평가할 수 있습니다. 특히 결말부에서 바다를 찾아 나서며 어린 시절의 추억을 반추하는 장면은 비록 분위기는 다르지만 공간적 배경과 소재의 유사성으로 비교될 수 있는 독일 영화 ‘노킹 온 헤븐스 도어’가 연상됩니다. 인간이 잉태되어 10개월 동안 머무는 자궁 속의 양수의 성분이 바닷물과 비슷하다는 사실처럼 죽음을 앞두고 바다를 찾는 모습은 클리셰이긴 하지만 설득력이 있습니다. 특히 엔드 크레딧에서 음악 대신 흐르는 파도 소리를 끝까지 귀기울이며 영화의 여운을 느긋하게 음미하는 것도 좋습니다.
주인공 로맹 역의 멜빌 푸포는 프랑소와 오종 영화의 대부분의 주인공들이 그렇듯 매우 신비스러우면서도 잘 생긴 얼굴과 늘씬한 몸매가 돋보입니다. 종반부에서는 영화의 사실성을 위해 삭발하고 살을 빼고 등장하는데 매우 애처롭습니다. ‘쥴 앤 짐’의 히로인 잔 모로는 여든에 육박해 글자그대로 완전한 할머니이지만 여전히 고상합니다. ‘X파일’의 질리언 앤더슨과 비슷한 이미지여서 ‘뮌헨’을 볼 때 기억하고 있었던 발레리아 브뤼니 떼데시는 의외로 많은 장면에서 상당한 비중이 있는 역할로 출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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