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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시즈와 등을 돌린 에우고는 액시즈가 티탄즈로부터 탈취한 콜로니 레이저를 재탈취하기 위한 멜 슈트롬 작전을 실행합니다. 독일어로 ‘거대한 소용돌이’를 뜻하는 작전명답게 이번 화의 제목은 ‘우주의 소용돌이’로 에우고의 함대는 콜로니 레이저를 소용돌이처럼 포위하여 장악하는데 브라이트가 신타와 쿰에게 설명하는 것으로 독일어를 모르는 대다수 시청자들에게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에우고가 액시즈로부터 콜로니 레이저를 탈취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하만의 큐베레이입니다. 압도적인 전력을 지닌 큐베레이가 에우고의 MS들과 대결한다면 그만큼 콜로니 레이저 탈취는 어려워지기 때문에 카미유의 Z건담으로 하여금 하만과 대결하도록 양동작전을 입안합니다. 액시즈의 파일럿 대부분이 실전에 익숙치 않다는 점을 감안한 작전이기도 하지만 카미유가 출격하자 사라의 원수를 갚겠다며 카츠가 무단출격하고 화도 메타스로 뒤를 따릅니다. 어차피 에우고의 주된 작전은 콜로니 레이저 쪽이지만 이쪽에 카츠와 화가 참가해도 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을 판단한 브라이트는 카츠와 화를 내버려 둡니다. 사라를 죽인 것은 자신의 무단 출격 때문인데 그 책임을 하만이나 시로코에게 전가하며 자신이 카미유와 비슷한 수준의 파일럿이라고 생각하며 회의 결과를 무시하고 재차 무단출격하는 것을 보면 역시 카츠는 사리분별력이 떨어지는 어린애입니다.

이번 화는 제42화 ‘안녕 로자미’에 뒤이어 두 번째로 온다 나오유키가 작화 감독을 맡았습니다. 캐릭터와 메카닉 모두 상당히 안정된 수준의 작화를 보여주는데 특히 하만이 미네바와 대화하는 장면의 푸른 톤, 하만과 카미유의 초현실적인 감응 장면, 하만이 분노로 붉은 색으로 클로즈업되는 장면 등 그동안 ‘기동전사 Z건담’에서는 흔하지 않았던 분위기의 어려운 장면들을 자연스러운 작화로 표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클라이맥스는 역시 큐베레이와 Z건담의 대결입니다. 더미 운석으로 위장해 전함에 접근해 MS 1기로 상대를 노리는 것은 이미 제30화 ‘제리드 특공’에서 제리드와 마우아가 아가마를 노렸을 때 사용한 방식입니다. 마우아는 전사하고 제리드도 격파당하며 가브스레이 커플의 공격은 실패했지만 카미유는 하만의 발목을 잡는 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카미유와 하만은 서로 감응하여 상대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며 전투를 일시 중지하게 됩니다. 마치 ‘기동전사 건담’의 아무로와 라라의 감응과 비슷합니다. 처음에는 하만을 알아보지 못해 카미유는 포우, 로자미아, 에마, 레코아, 화를 떠올리다(이래서 카미유의 여성 편력이 화려했다고 팬들이 수군거리는 것입니다.) 결정적으로 죽은 어머니 힐다를 떠올립니다. 카미유가 연상의 여인 하만에게 끌리는 것은 이미 ‘Z건담’의 소설판에 더욱 자세히 묘사되어 있는데 애니메이션에서는 이 장면에서 가장 강렬하게 드러납니다. 하만은 카미유에게서 샤아와 시로코를 느끼다 샤아와 사귀었던 과거 액시즈 시절의 잊고 싶지만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떠올립니다. 미니스커트와 핑크색 하프 코트 차림의 하만이 샤아의 어깨에 손을 얹고 화사하게 웃는 장면인데 이를 통해 샤아와 하만이 과거에 연인 관계였음이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샤아는 결국 정찰을 핑계대고 액시즈를 떠나 하만으로부터 완전히 등을 돌리게 되는데 하만은 샤아와의 옛 관계를 회상하는 자체가 불쾌하기 때문에 카미유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에 분노하고 둘 사이의 공명은 끝나게 됩니다. 하만의 무차별 공격에 카미유는 서로 이해할 수 있다며 제지하려 하지만 카미유를 보호하기 위해 끼어든 카츠와 화가 공격을 당하자 카미유도 분노하게 됩니다. ‘뉴타입 부정’이라는 토미노 감독의 메시지답게 적과의 의사소통은 뉴타입끼리도 불가능하다는 것이 다시금 확인된 셈이지만 카미유는 하만을 죽일 기회가 있었음에도 죽이지 못합니다. 그레네이드 런처를 개조한 와이어로 하만에게 직격을 먹일 수 있었지만 큐베레이의 어깨만을 공격해 하만을 죽일 기회를 놓칩니다. 적에 대한 이해와 증오 사이에서 어느 쪽도 선택하지 못한 카미유의 고뇌가 반영된 장면인데 카미유는 이런 자신의 갈등을 크와트로에게 털어 놓습니다. 이해와 증오 그 어느 쪽도 선택할 수 없었기 때문에 카미유는 정신 붕괴를 피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만일 ‘적이니까 죽인다’라는 단순한 사고방식을 지녔다면 카미유의 정신이 무너지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이를 거울 삼아 키라의 프리덤과 아스란의 인피니트 저스티스와 싸울 수 밖에 없었던 신 아스카의 심리적 갈등이 적절히 묘사되었다면 ‘기동전사 건담 시드 데스티니’도 보다 나은 작품이 되었을 텐데 프리덤(키라)은 ‘스텔라의 원수’로 아스란은 ‘배신자’로 간단히 낙인 찍고 둘을 쓰러뜨리는 것에 대한 아무런 갈등이 없었던 것은 신에 대한 감정 이입이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Z건담에게 패한 채 귀환한 하만은 쓰러뜨려야 할 적은 카미유라고 중얼거리는데 하만을 걱정한 미네바는 하만에게 과일을 하사합니다. 제15화 ‘카츠의 출격’에서도 벨토치카가 아우도무라에 파견되며 과일을 선물로 가져오는데 전시의 전함(혹은 수송기)에서 과일은 대단히 귀한 것이었으니 하만을 아끼는 미네바의 진심이 드러난 것입니다. 비록 애니메이션에서는 등장하지 않지만 과일을 하사하는 미네바의 배려에서 도즐의 배포가 연상됩니다.

덧글

  • hikage7 2006/01/07 01:59 #

    확실히 중간에 껴서 이도저도 입장 정하지 못하면 결국 오는 것은 자신의 붕괴 뿐이겠군요.
    그래서 카미유라는 캐릭터에게 감정 이입을 할 수 있나봅니다. 이 녀석, 마지막화에선 저를 울려서...-_-;
  • 이리 캐쉰 2006/01/07 11:35 # 삭제

    마지막 미네바의 마음 씀씀이에 대한 분석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그런 장면에서 과거의 도즐까지 연결이 되다니… 과연 이곳을 찾은 보람이 새삼스레 생겨나는군요.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 SAGA 2006/01/07 13:42 #

    카미유 비단과 신 아스카의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저기에 있었군요. 확실히 키라와 아스란을 간단히 '스텔라의 원수', '배신자'로 낙인찍어버린채 무차별 공격을 감행한 신은 좋게 말하면 주인공치고 어린애 같은 거고 나쁘게 말하면 얼차기 악역이겠군요.
  • 계란소년 2006/01/07 13:50 #

    카미유의 생각은 문제가 많았죠. 적들을 죽여서 자신의 목적만 달성하면 된다고 생각치도 않았고,
    그렇다고 싸우지 않아도 된다고도 생각치 않았기 때문에 결국 증오와 이해의 모순에서 망가져버렸죠.
    그런 면에서 애초에 전쟁과 죽음에 대해 깊이 관여하지 않은 쥬도나, 1년전쟁의 경험으로 자연스럽게
    생존을 위한 적수의 말살을 익힌 아무로와는 달리 비극적인 결말을 맞을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 FAZZ 2006/01/07 14:59 #

    과일이 그런 의미였다니 전혀 몰랐습니다. 정말 토미노 감독은 세세한 것 까지 치밀하게 준비하고 보여주는 명감독임을 다시 한 번 깨닫ㄱ 되는군요
  • 아즈모단 2006/01/07 16:39 #

    카미유는 말 그대로 사춘기 소년으로 최악의 상황을 직면했으니...
    어쩌면 정신 붕괴는 당연한 걸지도 모릅니다.
    그러고보니 카미유군은 일본 오타쿠들의 표상인 신지군과도 많이 비슷해보이는 면도 있군요,
  • 음음군 2006/01/07 19:47 #

    실제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도 이상적이였던것이 오히려 악영향으로 끝나는경우를 많이볼수도있죠(공산주의가 설마 그렇게 되리라고 털보마르크스가 알았을까요?)
    좀더 밝은면으로, 좀더 좋은쪽으로 생각할수도있겠지만, 이런 부정적인걸을 감안하지 않는다면, 결국 이상은 허상으로 끝나기마련이죠.
  • 카르나 2006/01/08 00:39 #

    항상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덕분에 Z를 세부까지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 디제 2006/01/08 03:23 #

    hikage7님, SAGA님, 계란소년님, 아즈모단님, 음음군님/ 이상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카미유는 이해할 수 있지고 불쌍한 캐릭터이지만 현실주의자 관점에서 볼 때 카미유는 이해할 수 없죠. 어떤 관점에서 카미유를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는 'Z건담'을 '실패한 전공투 세대를 위한 작품'으로 보는 관점도 있는데 그럴 경우 카미유는 세상을 바꾸려고 운동권에 참여했다 실패의 쓴맛을 본 신입생 쯤으로도 해석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침 일본쪽에 'Z건담'의 각화 분석을 전공투적 관점에서 접근한 블로그가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http://zgundam2nd.exblog.jp/
    이리 캐쉰님, FAZZ님/ 'Z건담' 소설판 2권을 보면 과일을 가지고 아우도무라에 온 벨토치카가 '캘리포니아의 맛은 어때?'라고 카츠에게 물으며 자랑하는 장면도 나옵니다. 그만큼 과일이 귀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카르나님/ 여자분께서 보는 U.C. 건담의 세계라는 관점에서 카르나님의 포스팅을 상당히 좋아합니다.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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