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니아 연대기 -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제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자 폭격을 피해 시골로 보내진 피터(윌리엄 모슬리 분), 수잔(안나 포플웰 분), 에드문드(스캔다 케인즈 분), 루시(조지 헨리 분)의 페벤시 가 4남매는 옷장을 통해 신비한 나라 나니아에 들어가게 됩니다. 선의 세력을 대표하는 사자 왕 아슬란(목소리 연기 리암 니슨 분)과 하얀 마녀(틸다 스윈튼 분)의 대결에서 4남매는 아슬란을 도와 선의 승리를 이끌 것이라는 예언을 접하게 됩니다.

C.S. 루이스 7부작 원작 소설 중 5편을 영화화할 시리즈 중 첫 번째 작품인 ‘나니아 연대기 -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이하 ‘나니아 연대기’)는 원작 소설의 제2부를 스크린으로 옮긴 것입니다. ‘반지의 제왕’과 ‘해리 포터’ 시리즈의 영화 흥행 이후 판타지가 전세계적으로 각광 받고 있는 흐름 속에서 영화화된 ‘나니아 연대기’는 4명의 어린이(혹은 소년, 소녀)들이 주인공이기에 ‘반지의 제왕’에서 느낄 수 있는 거대한 스펙타클과 비장미 넘치는 선과 악의 대결과 갈등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애당초 원작 소설부터 국내에는 아동용 동화쯤으로 번역된 바 있었고 늦은 시간임에도 상당수의 어린이들이 부모와 함께 극장을 찾은 것처럼 영화는 선과 악의 대결에서는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혼돈과 갈등, 고뇌와 죽음, 처절함과 잔혹함은 전투 장면 속에서조차 단순화시키거나 생략하고 있습니다. 만일 ‘반지의 제왕’ 정도를 예상하고 극장을 찾았다면 실망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나니아 연대기’는 나름대로의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켄타우로스, 미노타우로스, 키클롭스, 유니콘, 인어 등 서양의 신화에서 쉽게 접할 수 있었던 괴물이나 영물을 실사로 보는 즐거움은 다른 판타지 영화에서 의외로 찾아보기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주인공 4자매의 개성이 영화를 아기자기하게 만드는데 장남 피터와 차남 에드문드의 갈등과 차녀 루시를 어린애 취급하는 장녀 수잔의 모습은 미묘한 형제 자매 관계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루시와 선과 악 사이에서 쉬운 길은 악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에드문드처럼 입체적인 등장인물은 뛰어난 연기력을 지닌 아역 연기자들에 의해 금방이라도 스크린 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매력적입니다. 루시와 에드문드의 개성이 두드러져 장남 피터와 장녀 수잔은 어리숙하고 밋밋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초반부터 등장해 영화를 묵직하게 이끌어나가는 틸다 스윈튼은 대단히 적절한 캐스팅이었습니다. 이미 ‘콘스탄틴’에서 대천사이지만 악역이었던 가브리엘로 등장해 새하얀색이 자신과 어울린다는 것을 증명했던 그녀였으니 말입니다. 비록 목소리만 등장하지만 그것만으로도 틸다 스윈튼에 카리스마가 뒤지지 않는 아슬란 역의 리암 니슨도 좋습니다. 이미 예고편을 보면서 리암 니슨이라고 예상했는데 ‘스타워즈 에피소드 1 - 보이지 않는 위협’과 ‘킹덤 오브 헤븐’에서의 그를 연상하면 사자 왕 아슬란 또한 적역이었습니다.

관객마다 호오가 갈릴 것임에는 분명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매년 한 편 씩 앞으로 5년 동안 연작으로 제작될 후속편이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아직 책을 읽지 않아서 매년 겨울마다 개봉되는 영화만 기다릴까 미리 책으로 읽을까 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by 디제 | 2006/01/02 01:36 | 영화 | 트랙백(5) | 덧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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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필군 at 2006/01/02 02:05
연휴에 볼까 말까 고심중이었는데 한번 봐야 겠군요^^
Commented by 대치동건담 at 2006/01/02 08:13
전 아직 영화는 못봤고, 책 먼저 주문했습니다. ^^
Commented by FOE뽀에 at 2006/01/02 10:00
저희 아버지께서 반지의 제왕에 푹 빠지신 이후 이것도 기대하시더군요.
(저희 아버진 극장은 안 가시고 DVD구입후 감상하시는지라...^^;;;)
조금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o^
Commented by 위스테리아 at 2006/01/02 15:37
저도 아이들의 연기와 각자 두드러지는 개성, 형제자매간의 관계를 묘사한 게 좋았어요 'ㅅ'
Commented by Nariel at 2006/01/02 17:31
오.. 5년 동안 연작이면 4개만 영화화되는 게 아닌가봐요? @.@
Commented by shyuna at 2006/01/02 18:22
아이들이 너무 사랑스럽고, 폼누스가 너무너무 좋고, 하얀마녀가 정말 멋졌습니다..
그리고 따뜻한 가족영화 같은 점이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예쁜 동화같은 이야기죠.
Commented by 디제 at 2006/01/03 00:53
필군님/ 나름대로의 아기자기하고 단순한 매력을 즐길 수 있다면 좋으실 것 같습니다.
대치동건담님/ 저도 책을 주문할까 싶습니다.
FOE뽀에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위스테리아님, shyuna님/ 저도 아이들을 보는 재미가 컸습니다.
Nariel님/ 예정은 이번 편을 포함해 다섯 편이 잡혀 있기는 한데 개봉 후 반응이 열광적인 것은 아니라 후속편 제작은 100%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아닌 듯 합니다.
Commented by almaren at 2006/01/03 01:34
전 원작소설이 별로 재미없었습니다.
그리고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은 제2부가 아니고 제1부일겁니다. 7부작중에서 극중시대는 먼저가 아니지만 출판된것은 이게 제일먼저였으니까요.
Commented by FAZZ at 2006/01/03 12:56
almaren님 >> 아마존에서도 이 영화화한 책이 2권으로 나오던데 말입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군요. 나중에 루이스가 먼저 출판된 이 책을 2권으로 돌린걸까요?
Commented by 디제 at 2006/01/04 00:42
almaren님, FAZZ님/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은 연대기의 제2부가 맞습니다. 집필 순서는 가장 먼저이지만 극중 시대 배경상 2부이고 원작자 C.S. 루이스도 2부로 순서를 정했습니다. 1부 '마법사의 조카'의 주인공은 2부에서 노인으로 등장한 디고리(교수)였습니다.
Commented by almaren at 2006/01/05 07:07
루이스가 그렇게 정했다면 2부라고해야겠지요. 디고리의 모험은 제일 먼저일어난 일이기는하지만 내용을 몰라도 다음연대기를 읽는데 별불편함은 없는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anakin at 2006/01/06 15:43
루이스 자신이 2부로 정했다는 이야기는 금시초문인데요, 혹시 제게도 출처를 알려 주실 수 있나요? 부탁드립니다 :)
Commented by 디제 at 2006/01/07 01:17
almaren님, anakin님/ C.S. 루이스가 정했다는 제 표현은 잘못된 것입니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루이스가 가장 먼저 쓴 내용이 훗날 2부로 출판업자에 의해 정해졌다고 해야할 것 같군요. 죄송합니다.
Commented by anakin at 2006/01/08 01:41
아아, 그런 것이었나요;; 확인 감사드립니다. ^^
Commented by Sion at 2006/01/27 11:20
말씀하신 반지의 제왕과는 다른 테이스트와 매력이 참 즐거웠습니다. 저도 매년 기대하게 될 거 같아요>_<
Commented by 미친엘프 at 2006/01/31 00:18
디고리의 이야기를 보지 않으면 최후의 전쟁을 이해할 수 없어요(...)
영상을 보는 즐거움은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원작 소설을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서 내용은 별 감흥 없이 봤습니다.
아이들이 더 귀여웠으면 좋았을텐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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