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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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허 - 교훈적인 가르침과 스펙타클의 조화 영화

유태인 명문가의 벤 허(찰턴 헤스턴 분)는 어릴 적 친구 메살라(스티븐 보이드 분)가 사소한 실수를 중죄로 뒤집어씌우는 바람에 갤리선의 노예가 됩니다. 복수와 증오심에 불타는 벤 허는 전투 중 사령관인 아리우스(잭 호킨스 분)를 구한 공을 인정받아 노예 신분에서 해방되어 고향인 유대로 돌아옵니다.

1959년작으로 40년도 더 된 작품이라 지금 보면 몇 가지 아쉬운 점이 눈에 띕니다. 속도감 넘치는 최근의 영화들에 비해 네 시간에 육박하는 러닝 타임이 부담스러우며 전개가 다소 느린 것은 사실입니다. 클로즈업 장면이 적고 롱테이크가 많아서 현란한 카메라 워킹과 재치 넘치는 편집으로 무장한 최근의 영화들에 비하면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나병에 걸린 벤 허의 여동생과 어머니의 분장도 그다지 실감나지 않습니다. 아마도 현시점에서 ‘벤 허’를 다시 제작했다면 나병 환자인 여동생과 어머니의 분장은 호러 영화를 방불케 할 정도로 징그러웠을 것입니다. 끔찍한 구경거리 역시 영화를 보는 재미 중 하나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단점들은 ‘유장함’이라는 단어 하나로 만회되고 남습니다. 영화의 타이틀 롤처럼 주인공은 벤 허이지만 사실 영화는 예수의 탄생으로 시작해 예수가 십자가에서 최후를 맞이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됩니다. 루 월래스의 원작 소설 제목이 ‘벤 허 - 그리스도 이야기’임을 감안하면 사실 ‘벤 허’는 한 사나이의 증오에 찬 복수극이 아니라 증오심을 버리고 사랑과 용서로 귀의하는 예수의 가르침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비록 극중에서 예수의 얼굴이나 목소리는 노출하지 않은 채 교묘하게 뒷모습이나 원거리 샷으로 등장하지만 실질적으로 벤 허는 예수의 가르침을 속세에서 실현하는 주인공입니다. 따라서 극중에는 예수뿐만 아니라 마리아와 요셉, 발타사르를 비롯한 세 명의 동방박사와 유대 총독 본디오 빌라도 등 성서 속의 인물들이 상당한 비중으로 등장합니다.

‘벤 허’가 걸작 영화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종교적 가르침보다는 영화사 사상 길이 남을 명장면인 전차 경주 덕분입니다. 15,000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되어 3달 동안 촬영했던 전차 경주는 당시의 제작 여건을 감안했을 때 일대 장관이라 할 만큼 어마어마한 긴박감과 짜릿함을 선사합니다. 경주의 시작에서 끝날 때까지 음악도 없이 관중들의 함성과 말발굽 소리, 채찍 소리만이 어우러져 보는 이의 눈과 가슴을 사로잡습니다. CG의 도움을 받는 최근의 영화들이 조잡해 보일 정도로 ‘벤 허’의 전차 경주 장면은 힘이 넘칩니다. 바퀴 옆으로 칼날이 튀어나온 메살라의 전차는 ‘글래디에이터’에서도 등장한 바 있으며 (‘글래디에이터’는 전차 뿐만 아니라 고귀한 신분의 한 사나이가 노예 신분까지 추락했다가 복수에 성공한다는 과정 전반이 ‘벤 허’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벤 허’에는 아리우스가 벤 허에게 검투사가 될 것을 권유하는 장면도 나옵니다. 결국 ‘글래디에이터’는 ‘벤 허’ + ‘스파르타쿠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칙을 앞세운 메살라의 전차가 앞서나가다 벤 허의 전차와 부딪히며 박살나는 전반적인 경주 장면은 ‘스타워즈 에피소드 1 - 보이지 않는 위험’에서도 그대로 오마쥬된 바 있습니다.

크리스마스의 악몽’에 뒤이은 크리스마스 기념 포스팅 제2탄 ‘벤 허’는 어린 시절 소년 중앙에 연재되었던 만화로 읽었고 TV로 시청했는데 다시 DVD로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고전 영화의 매력은 시대가 흘러도 그 가치가 결코 퇴색되지 않는 데에 있습니다. 용서와 사랑이라는 교훈적인 가르침과 전차 경주를 비롯한 영화적 스펙타클이 조화를 이룬 ‘벤 허’는 앞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는 걸작으로 길이 남을 것입니다.

덧글

  • SAGA 2005/12/25 18:10 #

    예전에 봤을 땐 꽤 지루하단 느낌을 받았었죠. 그런데 그 지루함은 전차 경주 덕분에 한방에 날아갔죠. 정말 힘이 넘치는 경주였습니다.
  • 이준 2005/12/25 19:37 # 삭제

    1. 십계가 그렇듯이 무성영화나 연극으로 이미 나온 작품의 리메이크랍니다.(먼산)

    2. 원작자 자신도 사실은 전업작가이기보다는 군인, 나중에는 외교관으로 활약하는 분이죠. 상당히 놀라운 전력을 가졌습니다.

    3. 안정효씨 회고에 의하면 전차 경주 이후 뒷부분은 '군더더기'라고까지 하더군요. 개인적으로 신자라서 그런지 그렇게 군더더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PS: 소년중앙 버젼이면 "이두호" 화백 원작을 말씀하시는 군요. 나중에는 사극전문 작가가 되었지만 이때만 해도 상당히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주제를 그렸죠. (현대물도 꽤 그렸고.) 이두호판 벤허는 원작에는 없는 인물도 넣고 했는데. 이두호 화백이 이런 (저작권은 잠시 눈을 감더라도)류의 극화를 많이 그렸습니다. E.T도 그렇고. 알렉스 헤일리의 "뿌리"도 그린바 있죠.(뿌리는 최근 아동 학습만화로 복간된 걸 보았습니다. ^^)
  • FAZZ 2005/12/25 23:52 #

    정말 대작은 이런것이구나.... 라고 어렸을 때 느끼게 해준 영화였지요. 정말 긴 시간 지루함을 모른체 봤던 기억이 납니다.
  • 디제 2005/12/26 10:51 #

    SAGA님, FAZZ님/ 대작이 재미있기가 쉽지 않은데 '벤 허'는 확실히 달랐죠.
    이준님/ 전차 경주 이후의 뒷부분이 군더더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메살라가 죽은 이후에도 분노와 복수심을 버리지 못하는 벤 허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에 대해 지나치게 애매하게 그려져 있던 점은 아쉽습니다. 차라리 로마 황제를 암살이라도 하겠다는 목표라도 명확하게 드러났으면 좋았을텐데 말입니다.
  • marlowe 2005/12/27 12:17 #

    안녕하세요?
    저도 이두호씨의 만화를 인상적으로 보았습니다.
    윌리엄 와일러는 영화로 만들면서 동성애자 메살라와 이성애자 벤허의 갈등으로 묘사했다더군요. (그걸 듣고 보니...)
    [애니 기븐 선데이]에서도 알 파치노가 집에서 [벤허]를 보는 장면이 나오는 데, 나중에 찰튼 헤스톤의 출연장면을 보고 약간 혼란스럽더군요.
    (차라리 배우 찰튼 헤스톤으로 출연시키지...)
  • 디제 2005/12/28 14:24 #

    marlowe님/ 기독교적 입장을 견지하는 '벤 허'이니 동성애자에 가까운 메살라의 정서는 극중에서 용인될 수 없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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