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 확장판
킹콩(1933) - 야성에 대한 열망
킹콩 - 야성적 에로티시즘
B급 영화 감독 칼 덴험(잭 블랙 분)은 영화를 완성하기 위해 영화사를 속이고 3류 코미디 여배우 앤 대로우(나오미 왓츠 분)와 친구이자 시나리오 작가 잭 드리스콜(에이드리언 브로드 분)을 배에 채우고 지도에도 없는 미지의 해골섬으로 출항합니다. 어렵사리 섬에 닿은 그들은 원주민의 습격을 받고 앤은 원주민의 숭배의 대상인 킹콩의 제물로 바쳐집니다.
1933년작인 오리지널을 ‘반지의 제왕’의 피터 잭슨이 리메이크한 ‘킹콩’의 러닝 타임은 세 시간이 넘습니다.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10여 차례 리메이크된 세 시간이 넘는 괴수 영화를 요즘 누가 보겠느냐는 우려와 함께 중간에 음악 감독이 교체되고 상영 직전에야 프린트가 완성되어 홍보에도 차질이 빚어져 흥행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사회 이후의 호평과 입소문은 결코 허풍이 아니었습니다. 칼 일행을 태운 벤쳐 호가 해골섬에 도달할 때까지 1시간, 킹콩의 등장은 그로부터 20분이나 더 기다려야 하지만 그 기다림의 시간은 결코 지루하거나 헛된 것이 아닙니다. 1933년작에서 앤은 사과를 훔치려 했던 대공황기의 가난한 여성이라는 것 이외에는 설정이 빈약했으나 이번 리메이크에서는 3류 코미디 여배우이지만 꿈을 잃지 않는 캐릭터로 설정이 풍부해졌습니다. 1933년작에서는 근육질의 선원에 불과했던 잭은 지적이면서도 다소 냉소적인 시나리오 작가로 설정이 바뀌었습니다. 칼의 영화 감독으로서의 광기에 가까운 집착은 1933년작보다 강렬하게 형상화되었습니다. 특히 킹콩이 등장하기 전까지 영화를 이끌어가는 칼을 연기한 잭 블랙의 연기는 대단합니다. 칼의 광기는 피터 잭슨의 어두운 면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하는 싶습니다. 극중에서 선원 럼피와 킹콩의 모션 캡쳐를 담당해 1인 2역을 맡은 ‘반지의 제왕’ 골룸의 앤디 서키스도 인상적이었습니다. 1933년작이나 1976년작 모두 킹콩과 히로인(1993년작에서는 앤이었지만 1976년작에서 제시카 랭이 분한 배역의 이름은 드완이었습니다.) 이외의 심리 묘사는 빈약했지만 이번 리메이크에서는 캐릭터들의 성격이 분명해져서 내러티브도 매우 풍부해졌습니다.
해골섬에 도착한 이후 영화는 관객의 얼을 빼놓습니다. 원주민의 등장 이후 영화는 액션과 호러를 넘나들며 오락 영화의 의무를 기대의 몇 배 이상으로 달성합니다. 해골섬은 어차피 실존하는 섬이 아니므로 판타지의 영역이라는 것을 피터 잭슨도 잘 알고 있는 듯 티라노사우르스를 비롯한 공룡과 전갈과 거머리 등 거대 곤충이 칼 일행을 습격합니다. ‘쥬라기 공원’과 어지간한 공포 영화는 우스워지는 호러와 액션의 홍수로 인해 이미 관객은 충분히 얼이 빠져 있었지만 킹콩이 등장해 앤을 구하기 위해 (한 마리도 아니고 무려!) 세 마리의 티라노사우르스와 온몸에 상처를 입으며 혈투를 벌이면 완전히 넋이 나가버립니다. 더 이상의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화려한 액션 뿐만 아니라 앤에 대한 킹콩의 사랑이 목숨을 걸고 있는 것이라는 사실에 깊숙이 감정이입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앤에 대한 킹콩의 사랑이 깊어질수록 킹콩을 이용해 돈을 벌고자하는 칼과 벤처 호 선장 잉글혼(토마스 크레취만 분, 토마스 크레취만은 이미 ‘피아니스트’에서 에이드리언 브로디와 함께 출연한 바 있습니다.)의 욕망은 잔인하리마치 강렬해집니다.
영화의 마지막 30분은 킹콩이 눈 덮인 뉴욕에서 난동을 부리는 클라이맥스에 할애됩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개봉한 이유를 증명하는 공원 빙판 장면에서 킹콩과 앤의 아름다운 시간은 군대의 공격으로 무참히 박살납니다. 킹콩과 앤의 운명은 1933년작과 마찬가지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파국을 맞습니다. 복엽기 여섯 대와 킹콩의 대결은 새벽의 황금빛 여명을 배경으로 느릿느릿 고통스럽게 묘사됩니다.
‘킹콩’이 ‘미녀와 야수’, ‘걸리버 여행기’ 등에서 모티브를 얻었으며 야성적 사랑과 인간의 이기심이 대비되었다는 면에서는 1933년작과 이번 리메이크가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번 리메이크의 장점이 있다면 역시 킹콩과 등장 인물들의 풍부한 감정 연출과 CG에 기반한 특수효과로 증폭된 오락성을 꼽을 수 있습니다. 특히 킹콩의 표정과 행동 연기는 웬만한 배우 이상의 것이어서 대사만 없을 뿐 인간과 다를 바 없습니다. 세 시간의 러닝 타임이 마치 1시간으로 밖에 체감되지 않을 정도로 관객의 감정 이입의 강약을 적절히 조절하며 군더더기가 거의 없는 깔끔한 전개가 돋보입니다.
굳이 아쉬운 점을 꼽으면 킹콩과 앤의 사랑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킹콩이 뉴욕을 휩쓰는 재난 영화로의 측면이 예상보다는 약했다는 것입니다. 1976년작에서는 킹콩이 지하철을 파괴하는 명장면도 있었는데 이번 리메이크에서는 몇 차례 지하철이 등장하지만 킹콩이 손대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아마도 9.11 테러 이후 미국인들의 잠재의식 속의 상처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해골섬에서 물바다뱀이 등장하지 않았던 점도 다소 아쉽습니다.
시간적 배경을 1930년대의 대공황기가 아니라 21세기의 현시점으로 선택했으면 과연 킹콩이 발달된 인간의 문명과 무기에 너무 쉽게 무릎을 꿇었을까 우려스럽기도 하지만 21세기에는 21세기를 배경으로 날뛰는 킹콩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것입니다. 언젠가는 21세기판 ‘킹콩’이 제작되기를 기대해봅니다.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 확장판
킹콩(1933) - 야성에 대한 열망
킹콩 - 야성적 에로티시즘

1933년작인 오리지널을 ‘반지의 제왕’의 피터 잭슨이 리메이크한 ‘킹콩’의 러닝 타임은 세 시간이 넘습니다.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10여 차례 리메이크된 세 시간이 넘는 괴수 영화를 요즘 누가 보겠느냐는 우려와 함께 중간에 음악 감독이 교체되고 상영 직전에야 프린트가 완성되어 홍보에도 차질이 빚어져 흥행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사회 이후의 호평과 입소문은 결코 허풍이 아니었습니다. 칼 일행을 태운 벤쳐 호가 해골섬에 도달할 때까지 1시간, 킹콩의 등장은 그로부터 20분이나 더 기다려야 하지만 그 기다림의 시간은 결코 지루하거나 헛된 것이 아닙니다. 1933년작에서 앤은 사과를 훔치려 했던 대공황기의 가난한 여성이라는 것 이외에는 설정이 빈약했으나 이번 리메이크에서는 3류 코미디 여배우이지만 꿈을 잃지 않는 캐릭터로 설정이 풍부해졌습니다. 1933년작에서는 근육질의 선원에 불과했던 잭은 지적이면서도 다소 냉소적인 시나리오 작가로 설정이 바뀌었습니다. 칼의 영화 감독으로서의 광기에 가까운 집착은 1933년작보다 강렬하게 형상화되었습니다. 특히 킹콩이 등장하기 전까지 영화를 이끌어가는 칼을 연기한 잭 블랙의 연기는 대단합니다. 칼의 광기는 피터 잭슨의 어두운 면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하는 싶습니다. 극중에서 선원 럼피와 킹콩의 모션 캡쳐를 담당해 1인 2역을 맡은 ‘반지의 제왕’ 골룸의 앤디 서키스도 인상적이었습니다. 1933년작이나 1976년작 모두 킹콩과 히로인(1993년작에서는 앤이었지만 1976년작에서 제시카 랭이 분한 배역의 이름은 드완이었습니다.) 이외의 심리 묘사는 빈약했지만 이번 리메이크에서는 캐릭터들의 성격이 분명해져서 내러티브도 매우 풍부해졌습니다.
해골섬에 도착한 이후 영화는 관객의 얼을 빼놓습니다. 원주민의 등장 이후 영화는 액션과 호러를 넘나들며 오락 영화의 의무를 기대의 몇 배 이상으로 달성합니다. 해골섬은 어차피 실존하는 섬이 아니므로 판타지의 영역이라는 것을 피터 잭슨도 잘 알고 있는 듯 티라노사우르스를 비롯한 공룡과 전갈과 거머리 등 거대 곤충이 칼 일행을 습격합니다. ‘쥬라기 공원’과 어지간한 공포 영화는 우스워지는 호러와 액션의 홍수로 인해 이미 관객은 충분히 얼이 빠져 있었지만 킹콩이 등장해 앤을 구하기 위해 (한 마리도 아니고 무려!) 세 마리의 티라노사우르스와 온몸에 상처를 입으며 혈투를 벌이면 완전히 넋이 나가버립니다. 더 이상의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화려한 액션 뿐만 아니라 앤에 대한 킹콩의 사랑이 목숨을 걸고 있는 것이라는 사실에 깊숙이 감정이입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앤에 대한 킹콩의 사랑이 깊어질수록 킹콩을 이용해 돈을 벌고자하는 칼과 벤처 호 선장 잉글혼(토마스 크레취만 분, 토마스 크레취만은 이미 ‘피아니스트’에서 에이드리언 브로디와 함께 출연한 바 있습니다.)의 욕망은 잔인하리마치 강렬해집니다.
영화의 마지막 30분은 킹콩이 눈 덮인 뉴욕에서 난동을 부리는 클라이맥스에 할애됩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개봉한 이유를 증명하는 공원 빙판 장면에서 킹콩과 앤의 아름다운 시간은 군대의 공격으로 무참히 박살납니다. 킹콩과 앤의 운명은 1933년작과 마찬가지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파국을 맞습니다. 복엽기 여섯 대와 킹콩의 대결은 새벽의 황금빛 여명을 배경으로 느릿느릿 고통스럽게 묘사됩니다.
‘킹콩’이 ‘미녀와 야수’, ‘걸리버 여행기’ 등에서 모티브를 얻었으며 야성적 사랑과 인간의 이기심이 대비되었다는 면에서는 1933년작과 이번 리메이크가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번 리메이크의 장점이 있다면 역시 킹콩과 등장 인물들의 풍부한 감정 연출과 CG에 기반한 특수효과로 증폭된 오락성을 꼽을 수 있습니다. 특히 킹콩의 표정과 행동 연기는 웬만한 배우 이상의 것이어서 대사만 없을 뿐 인간과 다를 바 없습니다. 세 시간의 러닝 타임이 마치 1시간으로 밖에 체감되지 않을 정도로 관객의 감정 이입의 강약을 적절히 조절하며 군더더기가 거의 없는 깔끔한 전개가 돋보입니다.
굳이 아쉬운 점을 꼽으면 킹콩과 앤의 사랑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킹콩이 뉴욕을 휩쓰는 재난 영화로의 측면이 예상보다는 약했다는 것입니다. 1976년작에서는 킹콩이 지하철을 파괴하는 명장면도 있었는데 이번 리메이크에서는 몇 차례 지하철이 등장하지만 킹콩이 손대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아마도 9.11 테러 이후 미국인들의 잠재의식 속의 상처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해골섬에서 물바다뱀이 등장하지 않았던 점도 다소 아쉽습니다.
시간적 배경을 1930년대의 대공황기가 아니라 21세기의 현시점으로 선택했으면 과연 킹콩이 발달된 인간의 문명과 무기에 너무 쉽게 무릎을 꿇었을까 우려스럽기도 하지만 21세기에는 21세기를 배경으로 날뛰는 킹콩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것입니다. 언젠가는 21세기판 ‘킹콩’이 제작되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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