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포터와 불의 잔 - 낯설은 산만함과 어두움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 사춘기의 마법사

해리 포터(다니엘 래드클리프 분)는 13년 전 부모를 죽이고 자취를 감춘 볼트모트의 악몽에 시달립니다. 한편, 호그와트를 비롯한 세 개의 마법 학교 학생 중 최고의 마법사를 가리는 트라이위저드 선발 대회에 나이가 모자란 해리가 예상을 뒤엎고 선발됩니다. 해리는 어둠의 마법을 막는 교과를 담당하는 신임 교사 앨러스터 무디(브랜든 글리슨 분)의 도움으로 위기를 헤쳐 나갑니다.

원작 소설을 읽지 않았으니 철저히 영화적으로 평가한다면 ‘해리포터와 불의 잔’의 서사구조는 다소 산만한 느낌입니다. 볼드모트의 부활과 트라이위저드 대회, 그리고 무도회 장면 등이 뒤엉켜 주제는 무엇이고 관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는지 명쾌하지 않습니다.

시리즈 4부 만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볼드모트의 부활은 개봉 전부터 알려진 바와 같이 연기의 폭이 넓은 랄프 파인즈가 맡아 그런대로 호연했지만 원작 혹은 각본의 한계 때문인지 강렬한 카리스마를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사족이지만 해리와 볼드모트의 대결에서 죽은 자들이 나타나 해리를 돕는다는 설정에서 ‘기동전사 Z건담’의 엔딩을 떠올린 것은 비단 저 뿐만이 아닐 듯 싶습니다.)

트라이위저드 대회에서 해리와 겨루는 세 명의 라이벌이 해리의 동년배(론, 헤르미온느, 말포이, 네빌 등)들에 비해 너무나 어른스럽고 강인한데다 그들과 해리와의 대결에 영화의 초점이 맞춰진 덕분에 말포이와 초챙 뿐만 아니라 론과 헤르미온느의 비중이 지나치게 약했습니다. 결국 ‘해리포터’ 시리즈의 가야할 길이 해리와 볼드모트의 대결로 압축될 것임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전작들에서 볼 수 있었던 아기자기한 우정과 그에 의지한 사건 해결은 이제 찾아볼 수 없이 해리의 원맨쇼로 귀결됩니다.

무도회를 전후한 사춘기 소년 소녀들의 말랑말랑한 감정과 코믹한 에피소드들에서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도 이제 많이 컸다고 느낄 수 있었지만 전작들에 비해 많이 어두워진 영화의 분위기를 상쇄하기 위해 억지로 삽입된 에피소드들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초챙을 짝사랑하는 무도회 전후의 장면들을 제외한다면 해리는 지나치게 강인하고 천재적이어서 10대 소년 같지 않아 보였습니다. 무도회 전후에서의 해리와 그 이외의 해리는 마치 다른 캐릭터처럼 느껴졌습니다.

이제는 이마의 주름살이 훤히 보이는 헤르미온느 역의 엠마 왓슨과 청년이 된 것 같은 론 역의 루퍼트 그린트, 이제는 마냥 귀엽지만은 않은 해리 역의 다니엘 래드클리프에 적응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대신 브랜든 글리슨, 게리 올드만, 랄프 파인즈 등의 굵직한 조연들이 뒷받침한 덕분에 시리즈 사상 무거운 분위기를 연출하는데에는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습니다.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에서 엔드 크레딧 이후 애교스런 영상이 한 컷 지나갔던 것이 기억나 엔드 크레딧을 끝까지 지켰지만 이번에는 부가 영상은 없었습니다. 대신 엔드 크레딧 중간에 ‘영화 촬영을 위해 어떤 용(龍)에게도 부상을 입히지 않았습니다.’라는 유머스런 문구가 있었습니다.

by 디제 | 2005/12/14 04:39 | 영화 | 트랙백(3)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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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푸르미 세상 at 2005/12/14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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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Sion, In The.. at 2005/12/14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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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포스트에 공고한데로 프리스티 님과 함께 메가박스 TTL 시사회로 보고 왔습니다. 꽤 이른 시간이라 피곤하긴 했지만 개봉 초기에 맞춰 볼 수 있었으니 그것은 또 그것대로 좋네요^^;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여태까지 본 해리 포터 영화 시리즈 중에 가장 그리고 유일하게 재밌게 본 작품입니다. 음, 제가 원작을 본게 이 불의 잔까지라 뒤의 불사조 기사단과 혼혈왕자는 읽어봐야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 2007년에 개봉할 불사조 기사단도 극장에서 챙......more

Tracked from EST's nEST at 2005/12/14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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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제이피 at 2005/12/14 10:19
대 볼드모트전에서 드래곤볼Z의 (오천크스의)'고스트 카미가제 어택'을 떠올린 건 저 뿐이군요. ㅠ_ㅠ
Commented by SAGA at 2005/12/14 10:34
확실히 원작 소설을 읽지 않으면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죠. 저도 원작을 읽었기 때문에 겨우겨우 이해하면서 봤습니다. ㅡㅡ;;; 트리위저드의 세 라이벌은 해리 포터가 너무 커버려 일부러 나이 든 사람을 골라서 캐스팅 한 걸로 보이더군요. 그래야 해리가 어려보이다는 걸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을 테니까 말이죠. 론과 헤르미온느의 비중이 줄었다는 건 동의합니다. 론은 그렇다 쳐도(이 녀석은 너무 징그럽게 커버렸죠) 헤르미온느를 보려고 영화 내내 헤르미온느만 찾았던 게 기억나는 군요. ^^;;;
Commented by Sion at 2005/12/14 12:16
확실히 다른 캐릭터의 비중이 전작들에 비해 상당히 적었지요(거의 들러리였으니;;) 저는 대신 주인공에 집중해 주고 스펙터클한 효과를 보여준 화면이 전형적인 소년만화 같아 그부분이 참 마음에 들더군요^^;
Commented by EST_ at 2005/12/14 17:53
비주얼 면에선 참 만족스러웠지만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확실히 원작을 읽지 않은 관객들에겐 참 불친절한 영화였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Commented by 디제 at 2005/12/15 12:34
제이피님/ 드래곤볼 Z는 제가 보지 못했군요. --;;;
SAGA님, EST_님/ 원작을 잃지 않아 영화를 이해하기 힘들다면 영화는 스스로의 독립성을 상실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원작에 의존하지 않고도 자립할 수 있어야죠. '반지의 제왕'처럼 말입니다.
Sion님/ 저는 해리보다 헤르미온느나 론이 더 귀엽던데 이번에는 비중이 너무 줄어버렸죠.
Commented by 마리 at 2005/12/19 15:30
거대 토끼의 저주 엔딩 크래딧 제일 마지막에 이 영화가 만들어지는 동안 어떤 동물도 다치거나 죽지 않았다[좀 오래되서 가물가물하지만 대충 이런 내용의]는 코멘트가 떴었는데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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