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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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타워 - 드라마의 총집편 같은 불륜극 영화

스물 한 살의 청년 토루(오카다 준이치)는 마흔 한 살의 유부녀 시후미(구로키 히토미)와 사귄 지 3년이 되어갑니다. 유부녀를 사귀는 것이 재미있다는 나름대로의 주관을 가진 토루의 친구 코지(마치모토 준 분)도 살림에 찌든 기미코(테라지마 시노부 분)과 사귀게 됩니다.

‘냉정과 열정 사이’의 여류 소설가 에쿠니 카오리의 작품을 영화화한 ‘도쿄 타워’는 두 쌍의 유부녀와 청년 커플의 사랑을 묘사한 작품입니다. 유부녀와 청년의 사랑(혹은 불륜)을 묘사할 경우 유부녀를 주인공으로 청년을 조연쯤으로 다루는 것이 일반적인데 ‘도쿄 타워’에서는 유부녀보다는 청년의 심리 묘사에 보다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는 잘 생긴 두 남자 배우 덕분에 상당한 설득력을 얻습니다.

토루 - 시후미 커플은 상당히 우아하며 절제되어 있는 반면 코지 - 기미코 커플은 코믹하며 직관적이어서 상당히 대조적입니다. 만일 이 작품에서 토루 - 시후미 커플만 등장했다면 지나칠 정도로 우아하여 비현실적이었겠지만 좌충우돌하는 코지 - 기미코 커플 덕분에 내러티브는 일정 정도 사실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일본 드라마의 총집편을 보는 듯한 밋밋한 나열 식 구조와 후반부 이후의 늘어지는 전개는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125분의 러닝 타임도 다소 부담스럽습니다. 차라리 후반부를 보다 압축적으로 제시했으면 보다 깔끔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실제로 보면 높지도 않고 아름답지도 않은 도쿄 타워를 자주 비추며 도쿄의 풍경을 예쁘게 묘사하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여류 소설가의 원작답게 유려한 영상은 매력적인 여배우들과 꽃미남 남자 배우들 덕분에 더욱 부각됩니다. 특히 등장인물들의 옷이나 액세서리 같은 패션 감각은 남다른 데가 있으니 명품 같은 것에 관심이 있다면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등장 여배우들이 의외로 한국의 연예인들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구로키 히토미는 입가와 턱선이 고두심을, 테라지마 시노부는 김윤진을, 극중에서 요시다로 등장하는 히로야마 아야는 바다의 업그레이드 버전 같았습니다.

영화의 제목은 상당히 일본적이지만 애당초 도쿄 타워는 에펠 탑을 모방해 만든 것입니다. 결국 ‘냉정과 열정 사이’가 그랬듯 영화의 결말은 다시 유럽이며 에쿠니 카오리의 이국 취미는 다시 한번 확인됩니다. 일본이라는 나라도 불륜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을까요.

덧글

  • SAGA 2005/12/03 11:49 #

    무비위크에 나온 평을 보니 그다지 좋지 않아서 비디오로 보려고 생각하고 있는 작품이죠. 솔직히 말하면 영화 보러 갈 돈이 없어요~! ㅠ.ㅠ
  • 1mokiss 2005/12/03 14:04 #

    개인적으로는 구로키 히토미가 너무 고와요-
  • 슈와 2005/12/03 19:19 #

    트랙백 하신거 보고 찾아왔습니다.
    저도 이렇게 체계적이랄까, 그런 리뷰를 쓰고 싶기는 한데, 글재주가 없어서요. (웃음)
    그냥 볼때, 혹은 보고 나서의 느낌만 갖고 짧게 몇자 쓰는게 전부랍니다.

    아무튼, 재밌는 영화였어요 :)
  • 비닐우산 2005/12/04 00:33 #

    나쁘진 않았는데, "냉정과 열정 사이" 보다는 떨어지더군요. -_-;;
    이 아줌마 유럽 증후군은 참.. --;;
  • 디제 2005/12/04 02:23 #

    SAGA님/ 저는 영화 평 같은 것은 보지 않고 영화를 보러가는데 아무래도 평을 미리 읽으면 스포일러는 둘째치고 영화에 대한 선입견이 생기기 때문에 피하게 되더군요.
    1mokiss님/ 곱긴 곱더군요. 그러니까 젊은 남자와 사귀는 역할이 가능한 거겠죠.
    슈와님/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비닐우산님/ 동감입니다. '냉정과 열정 사이'가 조금 낫더군요.
  • 나르사스 2005/12/04 10:25 #

    많이 기대하던 작품입니다. 일단 꼭 보긴 하겠지만 후반부가 늘어진다니 좀 걱정이 되는군요.
  • FreeMaker 2005/12/04 10:55 #

    이 아줌마 이국에 대한 동경심..까진 아니겠고 환상이 강하시군요(...) 도쿄 타워도 한번 봐야겠습니다
  • 디제 2005/12/05 03:45 #

    나르사스님, FreeMaker님/ '도쿄 타워'에서 보여주는 도쿄는 제가 아홉번 방문했던 도쿄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유럽의 어느 도시처럼 잡아서 낯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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