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tomino.egloos.com

포토로그


메모장

KBReport 프로야구 필자/다음카카오 1boon/KBO 야매카툰

LG 트윈스 야구 전 경기 아프리카 생중계 http://afreecatv.com/tomino

사진, 글, 동영상 펌 금지합니다. 영화 포스터의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서 있습니다.

반말, 욕설, 비아냥, 협박 등의 악성 댓글은 삭제합니다. 비로그인 IP로 댓글 작성은 가능하지만 동일 IP로 닉네임을 여러 개 사용하는 '멀티 행위' 시 역시 삭제합니다.


늑대와 춤을 감독판 - 무정부주의적이며 포스트 모던적인 서부극 영화

남북 전쟁 중 부상을 입은 존 던바 중위(케빈 코스트너 분)는 다리가 잘리는 것을 거부하고 전선에 뛰어들어 의도하지 않았던 전쟁 영웅이 됩니다. 서부의 오지 부임을 자청한 그는 수우족 인디언과 친밀해지고 점차 그들에 동화되어 갑니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이데올로기가 암암리에 주입된 헐리우드 서부 영화들 덕분에 우리는 야만적인 인디언과 신사적인 백인의 대립으로 서부 역사를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편견에 불과합니다. 미국인들이 자랑하는 서부 개척사란 인디언의 말살사(史)이며 인디언의 영토를 빼앗고 그들을 학살한 백인들의 야만성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건국 과정 자체가 애당초 피로 물든 제국주의적 침략으로 점철되었음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기존의 서부 영화들 중에서 이런 시각을 가진 작품은 거의 없었습니다. 설령 백인에 우호적인 인디언이 묘사되었다 하더라도 인디언은 백인보다 열등한 존재라는 인식이 기저에 깔려있었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케빈 코스트너가 감독 겸 주연을 맡은 ‘늑대와 춤을’은 1991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비롯한 7개 부문을 휩쓸었습니다. 아카데미에서 ‘늑대와 춤을’에 많은 상을 쥐어 준 것은 피로 물든 잔인한 서부사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기 때입니다. 그 누구도 이전까지 제대로 제기한 바 없었던 문제의식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늑대와 춤을’의 인디언은 자연을 사랑하며 순리에 따르고 관용적입니다. 반면 백인은 자연으로 파괴하며 성마른 존재입니다. 물론 인디언이 백인의 머리 가죽을 벗긴다든가 백인 중에서도 던바를 보호하려는 사람이 있다는 설정이 있기는 하지만 ‘늑대와 춤을’의 전복적 사고는 당시로서는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결국 ‘늑대와 춤을’ 이후 야만적인 인디언을 호쾌하게 사살하는 백인 총잡이가 등장하는 영화는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자신들보다 열등하다고 믿었던 비서구 문화에 동화되는 주인공을 묘사했다는 점에서 ‘늑대와 춤을’은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떠올리게 하며 최근에는 ‘라스트 사무라이’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아울러 죽으려고 했다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전쟁 영웅이 된 사내가 다시 모든 것을 등지고 떠났다는 점에서 ‘늑대와 춤을’의 무정부주의적 사고를 엿볼 수 있으며 주인공 던바가 의지가 투철한 열혈 전쟁 영웅과 거리가 멀고 조직 문화를 혐오한다는 점에서 근대적 인간을 극복한 포스터 모던적 인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지간한 영화의 러닝 타임보다 60여분이 더 긴 180분의 극장판도 모자라 50여분 넘게 추가된 236분의 감독판은 분명 최근의 영화들처럼 속도감 넘치는 전개를 보여주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긴 러팅 타임도 지루하다기 보다는 드넓은 서부의 평원만큼 넉넉하고 유장합니다. 지나치게 빠름의 미학을 강조하는 이 시대에 순리에 어긋나지 않고 긴 호흡으로 살라는 ‘늑대와 춤을’과 같은 영화를 보는 것은 설령 던바의 삶의 방식을 따를 수는 없다고 해도 최소한 위안거리가 되기에는 충분합니다. 감독 데뷔작으로 아카데미 감독상까지 수상한 배우 케빈 코스트너가 후 대형 영화 중독증에 걸려서 ‘워터 월드’와 ‘포스트맨’과 같은 참혹하리만치 지루한 졸작을 연속으로 감독하고 몰락했다는 사실은 씁쓸하기는 합니다만.

덧글

  • FAZZ 2005/10/18 13:02 #

    그렇더군요. 케빈 코스트너 이 작품 이후에는 거의 몰락의 길만 걷고 있으니 안타깝습니다.
  • 냐암 2005/10/18 16:43 #

    정말 제대로 된 명작 중의 하나였습니다. 가끔씩 혼자 나오던 늑대는 사회에 적응 못하는 던바를 상징하는 듯 하더군요..
  • Ritsuko 2005/10/18 17:41 #

    나중에는 3000마일이라는 싸구려 영화에 출현을 했지만 요즘은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아보이네요...
  • 디제 2005/10/19 02:37 #

    FAZZ님, Ritsuko님/ 한때 몰락했던 케빈 코스트너인데 2003년작 '오픈 레인지'가 곧 국내에 개봉할 것 같습니다. imdb의 평가도 그럭저럭 괜찮은데(10점 만점에 7.5점) 기대됩니다. 이번에도 서부극이더군요.
    냐암님/ 그렇군요. 그 늑대(하얀 발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죠.)가 던바를 상징하는 것이겠군요.
※ 이 포스트는 더 이상 덧글을 남길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