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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란다스의 개 - 재평가받아야 할 걸작 코미디 영화

살인의 추억 - 범인 없는 걸작 토종 스릴러

소심한 성격의 윤주(이성재 분)는 대학교수 임용을 기다리고 있지만 뇌물을 준비하지 못해 안달합니다. 개 짖는 소리가 거슬린 윤주는 길거리에서 개를 납치해 옥상에 던져버리자 이를 아파트 관리 사무소 경리 직원 현남(배두나 분)이 목격합니다. 현남은 윤주의 뒤를 쫓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상업 영화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는 대단히 독특한 코미디입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한국 영화계에서 코미디는 조폭을 소재로 하거나 욕설이 난무하고 때리고 맞는 장면 억지스런 장면이 많습니다. 하지만 ‘플란다스의 개’는 만화적 과장과 촌스러움으로 승부합니다. 만화적인 외모의 배두나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한 것으로부터 작품의 분위기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붉은 모자와 티셔츠의 윤주와 노란 후드티의 현남이 과장된 몸짓으로 쫓고 쫓기는 추격적은 벌일 때의 슬로우 모션은 ‘플란다스의 개’를 대변하는 명장면입니다. 특히 최모씨(김뢰하 분)가 윤주네 집 강아지 순자를 잡아먹으려는 것을 막기 위해 현남이 달리는 장면에서 옥상의 노란 옷을 입은 군중들의 환호갈채는 환상적인 압권입니다. 하지만 일견 촌스러워 보이는 장면들 속에서도 카메라 워킹과 미장 쎈은 신인 감독의 데뷔작답지 않게 대단히 치밀하며 정교합니다.

서민적인 페이소스를 담아내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 합니다. 영화는 아파트를 공간적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넓은 평수의 상류층이 사는 아파트가 아니라 소형 평수의 아파트임에 주목해야 합니다. (현남이 퇴근하며 지하철을 타는 역시 지하철 5호선의 거여 역인데 이곳에는 국민 임대 아파트가 다수 분포하고 있습니다.) 등장인물들 역시 서민적입니다. 학과장에게 바치기 위한 1,500만원을 마련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공처가 윤주나 상고만 나온 채 경리직을 맡고 있지만 정의감 넘치는 현남, 두 주인공은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인물들입니다. 특히 남자인 윤주의 이름은 여성적이고 여자인 현남의 이름은 남성적이라는 점에서 두 등장인물의 남성성과 여성성의 전복 혹은 교환을 읽을 수 있습니다.

윤주와 현남 이외에도 조연급들의 분위기 또한 서민적입니다. 문방구 점원 장미 역의 고수희(최근에 ‘친절한 금자씨’의 마녀 역으로 기억하는 분들이 늘었을 듯), 얼굴을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지저분한게 분장한 노숙자 최모씨 역의 김뢰하, 공처가 남편을 철저히 구박하는 윤주의 아내 은실 역의 김호정 등의 개성이 강한 조연들의 연기도 인상적이지만 특히 보일러 김씨에 관한 장광설을 늘어놓는 장면으로 영화의 초반 분위기를 장악한 수위 변경비 역의 변희봉의 연기는 압권입니다. 이 외에도 ‘눈물’과 ‘그때 그사람들’의 임상수 감독도 닳고 닳은 윤주의 선배로 잠시 등장합니다.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봉준호 감독의 경력 때문인지 은근히 시사적인 소재도 다수 깔려 있습니다. 보신탕 허용 문제, 공동 주택에서 애완동물을 기르는 문제, 너무 많이 배웠지만 소용이 없는 윤주와 가방끈이 짧아 고생하는 현남에서 볼 수 있는 학력 문제, 교수 임용 과정의 불투명성, 독거노인 문제 등 의외로 다양한 사회 문제가 영화의 저변에 깔려 있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현남이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강도를 잡은 용감한 여은행원을 보며 부러워하며 자신도 그처럼 되고 싶어 상상하는 장면은 뉴스의 자료화면처럼 처리되었습니다.

비록 개봉 당시 흥행에 실패했지만 해외 영화제에서의 다양한 수상 경력과 ‘살인의 추억’의 흥행 성공 이후 다시 주목받게 된 ‘플란다스의 개’는 21세기 한국 영화계에서 걸작 코미디의 시발점으로 재평가받아야 합니다.

덧글

  • 이규영 2005/10/09 12:10 #

    저는 이 영화 개봉첫날 극장에서 보고 나오면서 환호를 지르고 나왔었거든요. 야 이거 대박나겠다 생각했는데 이주일만에 극장에서 내리더군요. 거의 비슷한 시기에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도 일주일만에 극장에서 내렸었구요. 그때 참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는데, 나중에라도 재평가 받으니 다행인것 같애요.
  • 봉만 2005/10/09 13:17 #

    딴지는 아니구요..'걸작'이란 건 연속성이나 개연성을 가지는 개념이 아니므로 '시발점'이란 말은 맞지 않는 듯 합니다만..그리고 '걸작'이란 말이 뭔가를 카테고라이징하거나 특성짓는 말은 아니죠. (그런데 플란다스의 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있는 영화이지 않던가요? ^^)
  • 디제 2005/10/09 13:19 #

    이규영님/ 극장에서 보셨다니 운이 좋으셨군요. 저는 이제서 처음 봤습니다.
    봉만님/ 예를 들어, 홍콩 느와르에 많은 걸작들이 있었고, '영웅본색은 걸작 홍콩 느와르의 시발점'이다, 라고 언급하면 틀린 표현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걸작은 '구획짓거나 특성짓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구분 기준은 모호하긴 하지만 걸작과 졸작이라는 구획(구분)이 엄연히 존재하죠.
    이전까지 한국 영화에서 코미디는 흥행에 성공한 작품은 많았지만 작품성 면에서 높이 평가할만한 작품은 흔치 않았습니다. 반대로'플란다스의 개'는 흥행에는 참패했지만 작품성은 평가할 만 하죠.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고' 하기에는 흥행 참패가 너무 컸습니다. 그나마 평가가 달라진 것은 '살인의 추억'의 흥행 이후였죠.
  • Ritsuko 2005/10/09 15:14 #

    봉테일의 멋진 대뷔작이지요..
  • 2005/10/09 22:16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에우 2005/10/09 23:11 #

    재미있으셨나봐요 :)

    칭찬이 가득한 포스팅이십니다.-
  • 디제 2005/10/10 16:13 #

    Ritsuko님/ 정말 멋진 데뷔작이죠. ^^
    에우님/ 기회가 되면 꼭 보십시오. 부담 없이 보기에도 좋습니다.
  • shuai 2005/10/10 23:56 #

    개봉영화를 통 못보고 있던 차에 예전에 재밌게 봤던 영화에 대한 글이 보여서 반가왔습니다. 제가 쓴 글도 한번 찾아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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