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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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 비쥬얼의 범람, 내러티브의 실종 영화

좌포청의 수사관 남순(하지원 분)과 안포교(안성기 분)는 위조화폐의 출처를 수사하던 중 검객 슬픈눈(강동원 분)을 추격하게 됩니다. 집요하게 슬픈눈을 추격하던 남순은 병판(송영창 분)에게 혐의를 두게 되지만 슬픈눈을 사랑하게 됩니다.

6년만에 컴백한 이명세 감독은 80년대부터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는 중견 감독이 거의 씨가 마른 가운데에서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놀랍습니다. 특히 전작 ‘인정사정 볼 것 없다’가 흥행과 평단에서 모두 성공적이었음을 감안하면 ‘형사’에 거는 기대는 상당한 것이었습니다. 상당한 제작비가 투입된 사극 ‘형사’는 인기 드라마 ‘다모’에서 비슷한 역할로 출연했던 하지원과 청춘스타 강동원, 그리고 언제나 묵직하고 든든한 안성기가 가세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형사’는 흥행과 비평 모두 성공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그의 장점인 화려한 비쥬얼은 여전하지만 시종일관 강약조절 없이 범람하는 과도함에 임팩트를 상실했습니다. 도무지 어떤 장면이 클라이맥스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과다한 이미지 물량 공세가 고집스럽게 유지됩니다. 남순과 슬픈눈의 대결은 춤사위와 같은 느낌을 관객에게 제시하려 한 점은 이해되지만 흐느적거리는 듯 힘에 부칩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내러티브의 실종입니다. 초반부에 슬픈눈이 탈취했던 반가사유상은 그때 이후로는 아예 등장하지 않으며 남순과 안포교도 찾으려 하지 않습니다. 슬픈눈이 왜 반가사유상을 훔치려 했던 것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남순의 수사에 협조하는 슬픈눈의 태도 변화 또한 암시와 필연성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없습니다. 결말부의 슬픈눈의 행방도 역시 별다른 설명 없이 널뜁니다.

원래 치밀한 시나리오로 승부하는 이명세 감독은 아닙니다만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 비해 힘이 떨어지는 배우들을 기용한 것이 실수였는지 영화는 비쥬얼의 범람과 내러티브의 실종으로 압축됩니다. 강동원을 기용해 그나마 몇 마디 없는 대사를 에코처리까지 할 정도로 부족한 연기력을 메꾸려 한 것은 다분히 강동원의 팬들인 10대 관객을 유인하기 위함이지만 과연 강동원의 흥행력이 ‘늑대의 유혹’ 만큼 작용될 수 있을 지 의문입니다. 하지원은 망가지는 모습도 불사하며 고군분투하고 나름대로 예쁘지만 불행하게도 강동원과 미모를 경쟁해야 하는 처지였습니다. 불미스런 일로 연예계를 떠났던 송영창의 복귀와 어떤 작품에서든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 안성기는 반가웠습니다만.

하지원이 저돌적으로 달리는 앞모습이나 광복동 40계단을 방불케 하는 긴 계단, 집요한 형사 주인공과 과묵한 상대역, 눈 속의 결투는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가볍고 수다스런 안성기는 ‘개그맨’은 연상케 하는 등 이명세 감독의 팬이라면 즐거워 할 장면이 많았지만 전체적으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장이모우의 '영웅'과 '연인'을 보고 나올 때와 비슷한 당혹감을 느꼈습니다. 도대체 이명세 감독은 '형사'에서 비쥬얼 외에 무엇을 추구하려 했을까요. 만일 강동원의 10대 팬들이 이 영화를 외면한다면 도대체 누가 보러갈까요.

덧글

  • Sion 2005/09/07 16:49 #

    확실히 이명세 였다고 해도 이번에는 비쥬얼의 범람이 심히 과했다고 생각합니다.;; 2시간도 안되는 영화가 3시간도 넘게 본 듯한 피곤함이 몰려오더군요_no
  • 아마란스 2005/09/07 22:36 #

    ...날림편집에다가 비쥬얼이 너무 과도해서 오히려 재미가 하나 없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안성기씨의 어투나 중간중간 나오는 개그와 카메라 각도에 의한 미묘한 개그는 나름대로 좋았습니다.
  • 디제 2005/09/08 03:05 #

    Sion님/ 저도 한시간 쯤 지나고 나니 '도대체 언제 끝나는 거야?'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마란스님/ 저는 편집은 날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시나리오의 썰렁함이었던 것이라고 봅니다만...
  • 아지밀 2005/09/08 09:44 #

    요세 우리나라영화계가 매우 위험하다고 하네요.(겉으론 안그래 보이지만) 소제의 고갈과 함께 역시나 네러티브의 미숙함때문이라고 하는데, 직접배급을 하기 이전 때 보다 더 안좋은 상황이라고 하더랍니다. 전 한창 잘나가고 있는 줄 알았는데 말예요;
  • 백일몽 2005/09/08 10:29 # 삭제

    영웅과 연인을 보고 나왔을 때의 느낌이라면 전 좋아요. ㅎㅎ
    아직 안 봤지만
  • 디제 2005/09/08 12:25 #

    아지밀님/ 현재 우리나라의 영화계는 '대박 아니면 쪽박'의 상황입니다. 마치 도박처럼 위험한 상황이죠. 중박 정도의 영화가 여러 편 나오는 것이 건전한 방향인데 최근의 한국 영화계는 편중이 매우 심합니다. '가문의 위기' 같은 영화 때문에 '랜드 오브 데드', '불량공주 모모코' 등이 그냥 내려갔죠.
    백일몽님/ 제가 말씀드린 '영웅과 연인을 보았을 때의 당혹감'이란 비쥬얼만 남은 채 서사구조를 상실한 영화를 말하는 것이었습니다만...
  • 퍼플 2005/09/08 13:46 #

    흑흑...
    고속터미널 씨너스에서는 8일 개봉이라 7일날 안하더군요. 보고 싶었는데.
  • 텔아이 2005/09/08 22:36 #

    안녕하세요~디제님^^탈취하려 했던 반가사유상은 그 속에 가짜돈을 제조하기 위한 상평통보 틀이 들어있었습니다. 그것이 깨져서 나왔을때 안대를 낀 사내가 틀 중 하나를 들고 도망갔죠[후에 처치되었지만..]
  • 디제 2005/09/09 03:39 #

    퍼플님/ 이제 보시면 되겠네요. 조금 한가해지셨는지요? ^^;;;
    텔아이님/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도 비쥬얼이 난무하니까 그런 중간 과정을 놓칠 지경이었군요.
  • 바람무늬 2005/09/12 00:32 #

    저도 어제(토요일) 이 영화를 봤어요... 님이 쓰신 영화평과 거의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만, 강동원에 대한 코멘트(미리 얘기하자면 전 강동원팬이 아닙니다)에는 전 좀 다른 생각이 듭니다. 제 생각엔, 강동원의 팬층을 고려해 그를 캐스팅 했다기 보다는 이명세 감독이 마음속에 그리고 있는 "슬픈눈"의 이미지에 가장 적합한 비주얼을 가진 배우를 찾다보니, 그게 강동원이 됐다는 생각이죠. 다만, 이 영화 전체에서 스토리를 포기하고 스타일에만 힘을 실어준 만큼이나, 배우에 대해서도 비주얼만을 취하고 연기는 포기한 듯 싶습니다. -_- 하여튼, 이 영화에 대해선 저도 할 얘기가 참 많은데... 언젠가 할 기회가 있겠죠...? ^^; 글 잘 읽고 갑니다. 디제님의 영화평 상당히 날카롭습니다... ^^
  • 레디 2005/09/17 04:13 # 삭제

    가야님 블로그에서 건너 왔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전 좀 다른 생각에요. 트랙백 걸고 갈게요.
  • 비닐우산 2005/09/21 15:56 #

    쓰신대로 연기자의 관록이 영화의 경중을 갈라버린거 같네요.

    그러고보면 저는 담벼락에서 싸우는 씬이 참 기억에 남았는데..
    이게 알고보니 담벼락 골목길 콘트라스트는 대한민국 영상원 1학년 학생들이 가장 많이 써먹는 구도와 조명이라고 하네요. 음. -_-;
  • 디제 2005/09/22 04:31 #

    비닐우산님/ 강동원이나 하지원의 잘못만은 아니죠. 제 생각에는 각본의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비주얼만으로 스토리가 전개될 수 있다는 건 오산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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