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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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 - 가슴 먹먹한 사랑, 그리고 희망 영화

교도소에서 갓 출소한 전과 3범 종두(설경구 분)는 대책 없는 사내입니다. 집안이 기울어가는데도 아무런 책임감도 느끼지 못합니다. 그가 교도소에 가게 된 이유였던 뺑소니 사고 피해자 가족의 집을 방문했을 때 피해자의 딸인 장애인 공주(문소리 분)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둘은 사랑에 빠집니다.

사회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듯한 청년과 뇌성마비 장애인의 사랑을 대단히 사실적으로 묘사한 ‘오아시스’에 대한 첫인상은 상당히 불편합니다. 사랑 영화들이 흔하게 선택하는 아름답고 예쁘게 꾸며내는 사랑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익숙해져 있는 영화 논법 속의 사랑과는 정반대로 사회에서 소외된 남녀의 사랑은 소설 ‘백치 아다다’나 ‘벙어리 삼룡이’와 같은 문학 작품이나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과도 정서적으로 맞닿아 있습니다.

하지만 중반부 이후가 되면서 공주가 마치 비장애인처럼 불쑥불쑥 돌발 행동을 하는 판타지적 장면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는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관객들에게 환기시킵니다. 비장애인일 때의 공주(정확하게는 문소리)는 매우 귀엽고 예쁜데 이것은 공주의 아름다운 내면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우리가 겉모습에서 느끼는 미(美)는 결국 허울 좋은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제서야 깨닫게 됩니다. 이를 가장 먼저 깨달은 것은 극중의 종두이며 따라서 종두는 공주를 사랑할 자격이 있는 것입니다. 둘의 사랑은 국내에서는 코끼리를 촬영할 수 없어서 태국에서 로케이션을 했던 ‘코끼리 키스 씬’이나 동대문 역 장면처럼 잊을 수 없는 명장면에서 빛납니다. 장애인이 비장애인이 되는 이런 장면들이 말하듯 사랑은 어느 누구에게나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환상을 심어주는 것입니다.

이창동 감독의 전작 ‘초록물고기’에서는 막동(한석규 분)의 희생으로 가족들이 재결합하는 과정이 묘사되지만 ‘오아시스’는 정반대로 가족을 비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종두와 공주는 초반부에는 가족들에게 거추장스러운 존재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종두와 공주의 가족들이야 말로 대단히 이기적인 인물들입니다. ‘초록물고기’는 가족의 결합을 제외하면 비극적인 결말을 맺지만 ‘오아시스’는 먹먹해지는 사랑과 가슴 아픈 주변의 몰이해를 거치면 궁극적으로는 희망을 암시합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종두를 연기한 설경구에 대해서는 연기를 말하기에 앞서 캐릭터를 위해 살인적인 다이어트를 마다하지 않는 프로 정신을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그의 빈한한 겉모습에 눈을 빼앗겨 대부분의 사람들이 종두라는 캐릭터를 제대로 보지 못할 정도이니 말입니다. 문소리가 출연한 영화는 처음 보았는데 여배우로서는 다소 많은 나이가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동안이군요. 장애인일 때와 비장애인일 때의 연기의 폭을 보면 베니스 영화제 신인연기상이 결코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오아시스’ 이후 문화관광부 장관이 된 이창동 감독이 작년 7월 퇴임한 이래 벌써 1년도 훌쩍 넘어가는데 차기작이 될 것으로 예상되던 ‘밀양’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고 했으니 그의 영화를 다시 만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어깨에 힘을 뺀 사실적인 이야기를 어서 다시 보고 싶습니다.

덧글

  • 퍼플 2005/08/27 09:12 #

    보러가기는 쉽지 않았지만, 보고 나오는 길은 참 행복했던 영화였습니다.
    가슴이 아플까봐 걱정했는데, 그보다 더 아름답더군요... ^^
  • 디제 2005/08/27 12:46 #

    퍼플님/ 설경구가 나무를 자르는 장면은 정말 멋지죠.
  • 나르사스 2005/08/27 16:18 #

    보고 또보고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불편하지만 바라보면서 무언가가 달아오르는 참 복잡한 영화였습니다. ..그러고보니 dvd가 나와있겠지요?
  • 마리 2005/08/27 21:48 #

    문소리, 설경구의 연기에 너무너무 감탄을 하면서 본 영화입니다.
  • Ritsuko 2005/08/27 23:59 #

    예전에 한 인터뷰에서 이창동감독이 설경구에 맞지않는 역이라 하지말라는 식(?)으로 말을 했다지만... 종두역을 정말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나무자르는 신이 정말 멋지지요...
  • 디제 2005/08/29 01:00 #

    나르사스님/ 현재 할인중입니다. 지르십시오. ^^
    마리님/ 소름이 돋는 연기죠.
    Ritsuko님/ 아마 설경구는 너는 안어울린다, 하지 마라, 라면 더 달겨들 것 같지 않습니까?
  • 2005/08/29 17:21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디제 2005/08/29 20:10 #

    비공개님/ 님을 잊지 않고 있었습니다. :) 그곳에 글을 남기려 했는데 회원이 아니면 불가능한 것 같더군요. 건강하신 것 같아 반갑습니다.
  • Ritsuko 2005/08/30 11:34 #

    뭐... 설경구답게 나는 이거 꼭 할 껍니다라고 말할것 같습니다.
  • aryante 2005/08/30 16:07 #

    답글 다는 것은 회원이 아니어도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다시 확인해 봐야겠군요.
  • scemo 2005/09/21 06:58 #

    관련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창동 감독의 행보가 저도 궁금합니다
  • 햇살나루 2005/09/21 13:09 #

    트랙백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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