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 크라이테리언 dvd와 양조위 사인 엽서
화양연화 - 느릿느릿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2046 - 엇갈린 사랑의 공허함
2046 - 두 번째 감상
2046 - 세 번째 감상
'2046' 홍콩 한정판 OST
'2046' CE 한정판 dvd
'2046' 일본판 사진집
2046 - 네 번째 감상
에로스 - 세 편의 알듯 말듯한 사랑 영화
실연당한 두 명의 경찰관 223 하지무(금성무 분)와 633(양조위 분)이 우연히 금발 여성(임청하 분)과 페이(왕비 분)를 만나 새로운 사랑을 하게 된다는 ‘중경삼림’은 단순한 스토리를 핸드헬드와 스텝 프린팅 등 다양한 테크닉을 동원해 현란하고 속도감 넘치게 표현한 왕가위의 세 번째 작품입니다. 네 명의 등장 인물은 속마음을 털어 놓을 만한 친구나 애인이 없는 고독한 인물들입니다. 223은 여자 친구에게 실연당한 아픔을 견디기 위해 한꺼번에 파인애플 통조림 30개를 먹어치우고 633은 집 안의 물건들에게 말을 걸며 외로움을 견딥니다. 기다리는 경찰관 633의 이미지는 ‘아비정전’에서 유덕화가 맡았던 경찰관의 코믹 버전입니다.
마약 중개 과정에 문제가 생겨 신변의 위협을 받게 되는 금발 여성은 233과 술을 마시다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은 채 하이힐도 벗지 못하고 잠이 듭니다. 실연 당한 두 명의 경찰관에 비해 훨씬 절박한 상황에 처한 것이 금발 여성인데 진퇴양난이 된 그녀의 상황은 격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고독함을 상징합니다. 잠이 든 금발 여성 옆에서 경극을 보던 233이 그녀의 하이힐을 넥타이로 닦아주고는 호텔 밖으로 나가 도로를 횡단하는 장면을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합니다. 아련한 배경 음악이 깔리는 가운데 잠시 잠이 깬 금발 여성은 마치 선글라스를 벗을 듯 하다 결국 벗지 않습니다. 임청하의 은퇴작이 된 ‘중경삼림’에서는 아쉽게도 그녀의 눈을 볼 수 없습니다.
반대로 천진난만하고 보이시한 페이는 633과 사랑을 꿈꾸며 그의 집에 몰래 들어가 청소를 하고 인테리어를 바꿉니다. 전래동화의 우렁각시와 같은 페이의 행동은 후속작 ‘타락천사’의 이가흔에게 복제되는데 이는 어쩌면 모든 남자들이 꿈꾸는 판타지인지도 모릅니다.
왕가위의 작품에서 ‘중경삼림’이 차지하는 위치는 독특합니다. ‘열혈남아’와 ‘아비정전’ 이후 촬영 완료 여부조차 장담할 수 없었던 대작 ‘동사서독’의 촬영 이후 지쳐버린 왕가위는 쉽게 완성할 수 있는 가벼운 작품을 만들고 싶었고 그 결과물이 ‘중경삼림’이었습니다. 덕분에 ‘중경삼림’은 왕가위의 작품 중에 가장 유머러스하며 그의 작품 중 거의 유일하게 해피 엔딩으로 결말을 맺습니다.
왕가위의 작품 중 처음으로 접한 ‘중경삼림’을 본 것은 군 복무 당시 일병 휴가를 나와서 였습니다. 지금은 폐관된 코아 아트홀에서 ‘중경삼림’을 보면서 이런 영화도 있구나, 라는 신기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아마도 질척거리는 군생활을 하고 있는 제 상황과 극명하게 대조적인, 제가 동경하는 감수성을 '중경삼림'이 제시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도시적이면서도 쿨한 감수성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초기작들을 연상케 했습니다. 그 후 혼자 나와 살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한 일은 개봉 당시 사두었던 ‘중경삼림’의 오리지널 포스터를 판넬로 만들어 벽에 건 것이었고 ‘해피 투게더’ 개봉 당시에는 한국을 방문한 양조위에게 ‘중경삼림’의 프랑스판 엽서에 직접 사인 받았습니다. 올해 홍콩을 여행한 이유 중 하나도 ‘중경삼림’에 등장했던 샐러드 바 ‘미드나잇 익스프레스’를 방문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아쉽게도 지금은 간판만 남은 채 문을 닫았지만 제 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습니다. 홍콩 영화는 쿵푸 영화와 홍콩 느와르만 있다는 편견을 사라지게 한 ‘중경삼림’은 제게 있어 왕가위의 베스트입니다. 우울할 때 마다 꺼내보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화양연화 - 느릿느릿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2046 - 엇갈린 사랑의 공허함
2046 - 두 번째 감상
2046 - 세 번째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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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6' CE 한정판 dvd
'2046' 일본판 사진집
2046 - 네 번째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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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중개 과정에 문제가 생겨 신변의 위협을 받게 되는 금발 여성은 233과 술을 마시다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은 채 하이힐도 벗지 못하고 잠이 듭니다. 실연 당한 두 명의 경찰관에 비해 훨씬 절박한 상황에 처한 것이 금발 여성인데 진퇴양난이 된 그녀의 상황은 격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고독함을 상징합니다. 잠이 든 금발 여성 옆에서 경극을 보던 233이 그녀의 하이힐을 넥타이로 닦아주고는 호텔 밖으로 나가 도로를 횡단하는 장면을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합니다. 아련한 배경 음악이 깔리는 가운데 잠시 잠이 깬 금발 여성은 마치 선글라스를 벗을 듯 하다 결국 벗지 않습니다. 임청하의 은퇴작이 된 ‘중경삼림’에서는 아쉽게도 그녀의 눈을 볼 수 없습니다.
반대로 천진난만하고 보이시한 페이는 633과 사랑을 꿈꾸며 그의 집에 몰래 들어가 청소를 하고 인테리어를 바꿉니다. 전래동화의 우렁각시와 같은 페이의 행동은 후속작 ‘타락천사’의 이가흔에게 복제되는데 이는 어쩌면 모든 남자들이 꿈꾸는 판타지인지도 모릅니다.
왕가위의 작품에서 ‘중경삼림’이 차지하는 위치는 독특합니다. ‘열혈남아’와 ‘아비정전’ 이후 촬영 완료 여부조차 장담할 수 없었던 대작 ‘동사서독’의 촬영 이후 지쳐버린 왕가위는 쉽게 완성할 수 있는 가벼운 작품을 만들고 싶었고 그 결과물이 ‘중경삼림’이었습니다. 덕분에 ‘중경삼림’은 왕가위의 작품 중에 가장 유머러스하며 그의 작품 중 거의 유일하게 해피 엔딩으로 결말을 맺습니다.
왕가위의 작품 중 처음으로 접한 ‘중경삼림’을 본 것은 군 복무 당시 일병 휴가를 나와서 였습니다. 지금은 폐관된 코아 아트홀에서 ‘중경삼림’을 보면서 이런 영화도 있구나, 라는 신기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아마도 질척거리는 군생활을 하고 있는 제 상황과 극명하게 대조적인, 제가 동경하는 감수성을 '중경삼림'이 제시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도시적이면서도 쿨한 감수성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초기작들을 연상케 했습니다. 그 후 혼자 나와 살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한 일은 개봉 당시 사두었던 ‘중경삼림’의 오리지널 포스터를 판넬로 만들어 벽에 건 것이었고 ‘해피 투게더’ 개봉 당시에는 한국을 방문한 양조위에게 ‘중경삼림’의 프랑스판 엽서에 직접 사인 받았습니다. 올해 홍콩을 여행한 이유 중 하나도 ‘중경삼림’에 등장했던 샐러드 바 ‘미드나잇 익스프레스’를 방문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아쉽게도 지금은 간판만 남은 채 문을 닫았지만 제 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습니다. 홍콩 영화는 쿵푸 영화와 홍콩 느와르만 있다는 편견을 사라지게 한 ‘중경삼림’은 제게 있어 왕가위의 베스트입니다. 우울할 때 마다 꺼내보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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