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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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 - 정제되지 않은 폭력과 권력 영화

'올드보이 BOOK' - 깊이와 치열함이 아쉬운 백서
'올드보이' dvd 당첨!
'올드보이' dvd 도착

친절한 금자씨 - 친절한 복수, 코믹 잔혹극
친절한 금자씨 - DLP 감상

이미 대여용 테잎과 케이블 TV를 통해 보고 백서 ‘올드보이 BOOK’과 깐 영화에 수상 전후로 보았던 수많은 기사들과 평론들을 읽은 지금에 와서 이벤트로 극장에 걸린 ‘올드보이’를 보고 리뷰를 올린다는 것은 의외로 어려운 일입니다. 독창적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없지만 최소한 남의 글과 비슷한 것은 죽어도 싫은 까닭에 지나치게 영화에 대해 많은 것을 보고 들은 것은 도리어 리뷰 작성에 마이너스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보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비록 삭제되었다 해도 공중파에서 이런 영화를 방영한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입니다.) 국민 영화가 되다시피한 ‘올드보이’는 15년 동안 감금당한 오대수(최민식 분)와 그를 감금했던 이우진(유지태 분)의 대립과 복수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영화 시작 후 50여분이 지나서야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이우진 덕분에 사람들은 오대수의 복수 과정보다는 이우진의 감금 이유가 더 궁금해지게 됩니다. 15년 감금의 이유가 밝혀지자 복수하는 자와 응징당하는 자의 위치는 일거에 역전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소한 반전들을 제시하지만 둘의 관계가 역전되는 거대 반전은 스릴러로서의 장르 공식에 대단히 충실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올드보이’는 타인을 강제할 수 있는 권력을 다루고 있는 정치적인 영화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권력에는 폭력이 따르는 법. 하지만 ‘올드보이’에서의 폭력은 일반적으로 영화에서 제시하는 정제된 폭력의 패턴과는 거리가 멉니다. 다른 영화에서 일상적으로 제시되는 폭력의 소도구인 각목, 칼, 권총 등이 등장하지만 이런 소품들은 관객들에게 그다지 강렬하게 다가서지 못합니다. 특히 단 한 방에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권총은 십수년을 준비한 복수극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한 방에 상대를 죽이는 것은 상대에게 많은 고통을 주지 않고 죽음을 선사하기 때문입니다. 대신 죽음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고통을 수반하는 장도리, 부러진 칫솔, 가위와 같이 일상적인 영화에서 찾아볼 수 없는 순 날 것의 독특한 소품들 덕분에 ‘올드보이’의 폭력은 대단히 섬뜩하고 낯설게 다가옵니다.

‘올드보이’의 폭력은 육체적인 것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정신을 파괴하는 폭력입니다. 사소한 말 한 마디가 화근이 되어 오대수와 이우진은 20여년이 넘는 악연을 맺게 됩니다. 따지고 보면 오대수의 말 실수는 그가 경박하기 때문에 비롯된 것이 아닙니다. 오대수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매일 같이 행하고 있는 실수들입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상대에게 던진 한 마디가 그 상대에게 어떤 정신적 상처를 줄지도 생각하지 못한 채 우리는 대수롭지 않게 잊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올드보이’가 폭력적이라는 것은 또한 영화가 관객에게 폭압적으로 제시되기 때문입니다. 최면, 로리타 컴플렉스와 근친상간, 가학과 피학, 관음과 피관음, 도청과 몰래카메라 감시, 신체절단에 이르기까지 나열하자면 끝없이 관객을 불편하게 하는 소재들뿐입니다. 이런 작품이 비교적 흥행에도 성공하고 깐 영화제 수상 이후 한국의 대표 영화처럼 대우받으며 공중파에도 방영되며 이후 박찬욱 감독은 제작비 걱정을 하지 않고 영화를 만들게 되었으니 ‘올드보이’의 파괴력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폭압적으로 치밀하고 정교한 시나리오를 뒷받침하는 요소들을 빠뜨릴 수는 없습니다. 우선 복도의 장도리 격투씬. VHS 테입으로 처음 보았을 때 눈이 휘둥그레 해졌지만 대화면의 극장에서 보는 것은 또 다른 매력이 있었습니다. 원 컷 원 씬의 믿기 힘든 이 장면은 세계 영화사에 길이 남을 액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올드보이'가 마냥 완벽한 영화는 아닙니다. '올드보이'의 여성 캐릭터는 주어진 상황을 스스로 타개할 능력이 없이 남성 캐릭터의 도움이 필요한 수동적인 인물들이며 에로틱한 장면들은 모두 남성의 성적 판타지를 자극하는 장면들로 일관한다는 면에서 비판받을 수 있습니다. 아마도 이런 비판에 자유롭지 못한 박찬욱 감독의 미안함이 여성적이고 섬세한 ' 친절한 금자씨'로 복수 3부작의 대미를 장식시킨 원인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감정의 극단을 오가는 최민식의 연기나 느물느물한 완벽주의자 유지태의 연기도 좋습니다. 한때 데뷔 초기 핸드폰 CF까지 촬영할 정도로 10대에게 인기 있었던 (데뷔 당시에는 최근의 강동원의 인기 못지 않았습니다.) 유지태가 진정한 배우로 거듭나게 된 것이 바로 ‘올드보이’였습니다. 키 크고 얼굴만 잘 생겼지 연기 못하고 발성도 엉망인 유지태에서 영화 배우 유지태로 탈바꿈한 것입니다. 내러티브의 열쇠를 쥐고 있는 강혜정의 대담한 연기 또한 찬사를 아끼고 싶지 않습니다. 상당한 노출을 감수해야 하는 장면들에서 전혀 기죽지 않는 그녀의 대담함은 실로 대단합니다. ‘한국 영화 여배우 원톱 시대’라는 강혜정을 위한 꼬리표는 이미 ‘올드보이’에서 완성된 것이었습니다. ‘친절한 금자씨’에서 피해 부모들 중 한 명으로 등장했던 오광록이 자살남으로 등장한 것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작품 이후 한국 영화에서 가장 잘 나가는 조연이 된 오달수의 역할과 연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DVD와 VHS의 색감과 음향에 대해 품었던 의문은 필름을 감상한 오늘 해소되었습니다. 역시 색감은 DVD나 VHS에 대한 필름의 압도적인 승리입니다. 사운드 역시 극장의 것을 DVD가 따라올 수 없군요. 일부 장면에서 대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던 불만이 극장 관람을 통해 역시 해결되었습니다. 2003년 극장 개봉 당시 놓치고, 깐 영화제 수상 이후 재개봉에서도 놓쳐서 필름으로 볼 수 있는 기회는 영영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CGV의 이벤트 덕분에 필름으로 관람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역시 포기하지 않고 때를 기다리면 언제든 기회는 오는 법입니다.

내일은 ‘복수는 나의 것’입니다. 복수 3부작 중 가장 강렬한 작품이라는 레테르와 대강의 줄거리는 알고 있지만 상당히 잔혹하다는 평가 덕분에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은근한 기대감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 ‘슈퍼맨 2’를 보러가기 전날의 야릇한 흥분마저 드는군요. 아, 그런데 야심한 밤에 군만두를 먹고 싶은 이 강렬한 충동은 어떻게 해소해야 할까요.

덧글

  • DAIN 2005/08/19 01:10 #

    DVD도 결국은 보급용 매체일 뿐이죠.
  • 계란소년 2005/08/19 01:24 #

    군만두는...먹고 싶을 때 먹으면 됩니다.(의미심장) HD-DVD나 장래성이 불투명하지만
    새로운 HD코덱들의 등장으로 필름의 입지도 무너질 때가 머지않은 듯 하긴 합니다.
  • 퍼플 2005/08/19 01:51 #

    군만두를 먹지 못하는 장소에 갇혀 있으면 됩니다. 저처럼요. ^^;
  • 퍼플 2005/08/19 01:51 #

    (참고로 저희집에는 인터넷이 안된답니다. 그래서, 지금 여기는???)
  • 꿈의대화 2005/08/19 02:06 #

    개인적으로 복수는 나의것에 대한 기대에- "상당히 잔혹"보다는
    "굉장히 잔혹"으로 귀띔해드리고 싶네요~ ^^;;

    저역시 올드보이를 보고 있으면 항상 군만두가 먹고 싶어졌다가-
    실제로 시켜먹고는 충족되지 않는 판타지에 몸을 떨곤 하지요. (뭐냐;;)
  • FAZZ 2005/08/19 08:09 #

    밤에 군만두 먹으면 살쪄요~~ ^^
  • 디제 2005/08/19 10:15 #

    DAIN님, 계란소년님/ DLP가 서서히 보급되는 것을 보면 집에서 극장과 100% 동일한 소스로 영화를 관람할 날이 올 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은 DVD가 부족한 점도 있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계란소년님 중국요리집 경영하시나요? ^^
    퍼플님/ 갇혀 있으시다니 오대수 같습니다. ^^ 이 덧글 올리실 때에도 근무중이셨군요. --;;; 집에서 인터넷 안되면 답답하지 않으세요?
    꿈의대화님/ '올드보이'의 주제는 군만두에 대한 판타지인 겁니까? ^^
    FAZZ님/ 결국 못 먹고 잠들었습니다. 주말에 나가서 군만두 사와야 겠군요. --;;;
  • 이준 2005/08/19 15:14 # 삭제

    복수는 나의 것은 'CF"라고 할정도로 일반적인 스토리 이야기 보다는 촬영이나 테크닉및 상황의 설정에 극단화로 승부하더군요. 올드보이가 인기가 없었거나 그랬으면 뭐 사장될뻔한 작품입니다만 감독 자신의 미장센등은 오히려 금자씨를 능가합니다.

    ps: 다만 복수는..에서 전기고문 장면이 고증에 안 맞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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